란저우에서 우루무치는 빠른 기차로도 23시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사탕 하나를 쥐어줬더니 연신 시키지도 않은 포즈를 취하며 나를 바라 봅니다.
두시간이나 연착 되었지만,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러시아 접경 부근에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호수, 카나스가 있습니다.
카나스 호수를 가기 위한 거점 도시인 부얼진에서 웬 아이가 저를 하루종일 쫒아다녔습니다.
이 녀석 친구들을 찍으려 하니 인상을 씁니다. 친구들은 사진을 싫어 하는 것 같습니다.  
'약쉬' 안녕하고 인사를 해도 이름이 모냐고 해도 알수없는 한 단어만 나에게 내뱉습니다.
바보라고 합니다. 하루종일 이 녀석에게 바보 소리만 듣고, 이렇게 환한 웃음을 선물 받았습니다.



카나스 호수로 가는 길은 너무나 멉니다.
부얼진에서 택시를 타고 두시간 반을 들어가서,
자등위라는 카나스 입구도시에서 또 40분을 들어가야 합니다.

가다보니 학교가 있습니다.
지루하기도 했고.
한시간마다 있는 버스지만, 다음꺼 타지 뭐.

학교를 둘러봅니다.









이 곳 학교도 방학인가 봅니다. 이 곳 학교는 방학에는 훌륭한 시민 공원이 되나 봅니다.
학교에는 젊은 부부가 살며 학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거짓이라곤 티클 하나 없을 것 같은 부부의 아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는 풀을 뜯어 먹으러 학교에 온 소들과 함께 놉니다.
그렇게, 유목인의 후예로 살아 가겠죠.








카나스 안에는 카자흐 유목민들의 마을이 있습니다.
아까 방문한 그 학교에 다닌다는 17세 이쁜 아가씨.
나와 동행한 두명의 중국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눕니다.

아버지는 돈벌러 밖으로 나가신지 12년이 넘었습니다.
교육비 부담 때문에 1살 어린 동생은 어머니와 가사를 전담하고 큰 딸만 학교를 다닙니다.
호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현지식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며 삶을 영위해 나갑니다.
나의 한국식 이름도 꼭 알고 싶어합니다. 한국에 꼭 한번 와보고 싶어합니다.
꼭 와서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피식 웃음을 짓습니다.
사실은 이 넓은 호수공원을 떠나본 적조차 없다고 합니다.
정착해버린 유목민.. 무언가 아련합니다.





중국의 서쪽 끝, 캬슈가르는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의 관문이었다고 합니다.
실크로드에 대한 환상이었을까요.
너무나 중국스럽게 도시화된 모습에 마음이 좀처럼 열리지 않습니다.






도시화가 되지 않은 마을을 찾았습니다.





고무줄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옆 이슬람 사원에 기도 드리던 아저씨들의 호통에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그들을 찾아 나섭니다.






눈길도 한번 주지 않는 아이






자꾸 가운데 손가락을 흔들던 아이







엄마 눈치 보며 많이 찍어 달라는 듯 내 주위를 떠나지 않던 아이






방금 목욕이라도 한듯 하얀 아기 냄새가 날것만 같던 아이








엄엄 울던 막내 동생 달래며 친구와 몇컷이나 포즈를 바꾸며 자꾸 찍어달라던 아이







초코바를 건네던 어색한 내 손길, 그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아이









나를 두근 거리게 한 그 눈빛,









뺏겨 버리고만 내 선글라스..










파미르 고원의 아이들










그렇게 담고 싶었던 웃음..














여행은 항상 나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나의 인생과 관계, 나에 기인한 것이 아닌,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또 두근거립니다.


[이 게시물은 ..zzt님에 의해 2010-08-24 08:21:10 불펜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