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
사랑하는 사이
부부사이

관계에 '어떤 사이'다라는 규정을 짓는 것 자체가
얼마나 서로를 부담스럽게 하고 어색하게 만드는지는 알면서도
이따금 서로에게 관계에 대한 확신의 답을 듣고자 하는 습성들.

사람의 근원적인 외로움은 사람간의 '사이'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요. 

사랑은 소유하는 순간 이미 없어져버린다고.

사랑은 '나'에게도 없고 '너'에게도 없고,
'나'와 '너' 사이에 있다고 말입니다.



2
대학 동기 중, 결혼을 앞둔 6년차 연인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전략은 제가 아는 커플들과는 뭔가 달랐는데.
처음부터 둘은 함께 통장을 만들어 적금을 두고 먼저 이별을 말하는 사람이 적금을 포기하는 약속을 했더랍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식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통장의 예금 액수는 늘어났고,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6년의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 또한 그 어떤 커플보다 단단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누가 함부로 이 두 친구의 관계를 폄하할수 있을런지요.
6년이라는 세월동안 사랑을 이어왔고, 이제 드디어 결혼까지 이르게 된 두 친구를요.

앞으로 하게 될지 모르는 연애를 구상할 때, 저는 그들의 사례를 떠올리고는 합니다.
감정이 식어간다고 느껴질 때. 그 순간 불안과 어려움을 지탱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흔들림 없는 이성이라고.

사랑은 변할지 몰라도 한번 껴안은 자세는 풀기 어렵다는 거.
결국 상황과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대화, 그런 행위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와 상대방의 사이에 있는 사랑의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것조차 사랑이었다는것을 깨닫게 되는 것.
기적처럼 만났던 내 사람에 대한 감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은 결국 한순간, 나만의 복에 겨운 착각과 그리고 반성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을 넘어선 연인들은 서로를 놓치지 않고 계속 함께할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