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결국 대상을 통해 자신을 보는 것이다. 은평 뉴타운을 통해 우리, 우리의 욕망을."(강홍구)

오늘날 사진은 언어가 되었죠.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사람들이 찍고 찍히고 보고 봅니다. 옛날에는 사진기가 일종의 권력이었죠. 사진기를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어디든 입장이 허용되는 출입증 같았으니까요. 이제는 그렇지도 않죠.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출입증이란 의미가 없으니까요. 모든 사람이 사진기를 들고 있는 탓에 현실은 마치 무대처럼 변합니다. 흥미롭게도 객석과 무대가 구별되지 않죠. 누구든 등장인물이 되고 누구든 연출자가 되니까요.

저는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어합니다. 사진기 앞에 서면 마치 총맞은 것처럼 긴장되고 움찔대니까요. 그리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연출'해야 하죠.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렇게 찍혀야 돼, 하는 식으로요.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죠. 숨쉬는 것처럼 찍어대고 찍으니까요. 사진기와 총은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관계입니다. 사진이 무엇인가 찍어서 이미지로 '고정'시키면 그것은 과거가 되죠. 살아 있지 않게 되니까 어떤 의미로는 죽는 것과 같습니다. 총이 쏴서 생명을 앗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사진은 언제나 향수를 불어 일으키죠. 사라진 것들을 추억하게 만드니까요. 그렇게 보면 오늘날 세상은 죽음의 흔적이 가득한 시대 같죠. 내가 보는 사진 이미지는 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니까요.

강홍구는 사진가가 아닙니다. 실제로 회화를 전공했고, 사진을 작업의 확장으로 생각하죠. 위 사진을 잘 보면 무척 거칠게 이미지를 봉합한 흔적이 나타납니다. 이거 스트레이트가 아니야, 내놓고 말하는 작업입니다. 사진을 실제로 보면 금새 알아차립니다. 그는 동일한 대상을 여러 장 찍어서 대체로 무작위로 편집해 이어붙입니다.

사진에 찍히는 대상을 생각하면 조금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은평 뉴타운의 현실을 잡았으니까요. 그러니 되도록이면 스트레이트로 현실의 생생함을 전달해야 하는 게 아닐지 의심스러워지니까요. 실제 강홍구는 현실에 밀착된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은평 뉴타운뿐만 아니라 여러 재개발 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며 작업을 했으니까요.

오늘날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자본의 손길은 체계적으로 인간의 삶 구석구석 포위해 들어오고. 정말이지 정글의 사회가 아닐 수 없죠. 거기서 예술가 한 명이 할 만한 일은 많지 않죠.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예술이 사회를 선도한다는 꿈은 20세기 초반에 박살이 나버렸거든요. 이것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어느 사회에서 똑같이 증명됐습니다. 한쪽이 당이라면 한쪽은 돈이었죠.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변해버린 세계를 응시하는 것밖에 없죠. 지극히 우울하게 말이죠. 세상은 폐허입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것이죠. 저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하늘은 반짝이는 만큼 지저분한 곳이죠. 초현실이 달리 있는 게 아니죠. 오늘날 현실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직구(스트레이트)로 윽박질러봐야 소용없고, 커브로 교란하는 정도죠. 그것이 강홍구가 사진을 편집한 까닭이랍니다. 정말이지 현실은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드라마세트가 되었습니다.

몽인아트센터 3월 13일 ~ 5월 3일



강홍구 <드라마 세트 1> 디지털 사진 및 출력, 2003,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