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한게 다 날아간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날린 화일이 복구가 되어서 늦게
나마 후기 하나 남깁니다. 이게 워드 5페이지 분량이라서...기억해서는 절대 못
쓰거든요. 다행..

1. 한국팀 타자들에 대한 이야기
이용규..워낙 기사들에 많은 분석이 나왔을정도로 어제 승리의 주역은 이용규를 빼
놓고는 말할수 없을정도입니다. 첫타석에서 이용규는 1번타자가 무엇인가..하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지요. 다르비슈의 컨디션을 보기 위해서 공을 많이 고릅니다. 결국
쓰리볼까지 만들어내지요.
해설자들은 다르비슈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일본에서의 활약이 어떠하다는 것과 함께
이번대회에서 첫경기 중국에게 4이닝을 던져서 무안타였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용규는 1-3에서 가운데 들어오는 공을 밀어쳐서 바로 안타를 만들지요. 얼마나
통쾌하던지.
그리고 바로 다음 타자의 초구에 도루를 감행해서 성공합니다. 해설자들이 이 얼마나
어그레시브한(공격적인) 공격인가..하면서 감탄을 하게 만들지요. 결국 정근우의
안타와 김현수의 타격시 야수선택으로 선취점을 기록하게 됩니다.배트와 발로 만든
점수..그것이었습니다.
이용규는 남은 타석에서 전부 아웃 당하기는 하지만, 이 1회의 공격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이용규의 활약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했다는 평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전문가와 일반인을 통털어 아무도 없었을 정도였지요.

정근우..이용규가 초구에 도루를 하자 해설자들은 난리가 납니다. 6번 도루해서
6번 다 성공한 한국의 발야구에 대한 감탄. 하지만 정근우가 바로 1회부터 번트를
대자 또한번 난리가 납니다. 어제는 홈런타자(이범호)에게 경기중반에 번트를 대게
하더니, 오늘은 1회부터 벌써 번트라니...하면서요. 그렇지만 정근우는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안타를 얻어냅니다.
해설자들은 또 분주해집니다. 바로 이것이라구요. 번트시도를 하다가 타격을 하는
연습을 경기전에 한 이유가 이것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번트를 할것이
라는 프레셔를 줘서 수비포메이션을 흔들기 위한 고단수의 정책이라는 것이었지요.
또한 클로즈업으로 정근우의 유니폼과 이용규의 유니폼에 잔뜩 묻은 흙을 보여줍
니다. 한국 공격야구를 상징하는 모습이라면서요. 1회부터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 야구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해설자들은 한국팀은 일본팀만 만나면서 파이어업...불타오른다면서 그 증거로
1,2번을 꼽아보여줍니다.
다다음 타석에서 고영민으로 바뀌기는 했습니다만, 그 1회의 공격만으로도 정근우
는 한국을 상징하는 선수로 기억될 겁니다.

김현수..김현수 타석에 일본 야수들은 더블플레이뎁을 실행합니다. 일단 병살로
처리를 하겠다는 거지요. 김현수는 다르비슈가 스트라이크존을 찾지못해서 헤메는
것을 보고 급한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연속 볼을 골라내지요.
다르비슈가 무서운 것은 그가 삼진형투수라는 것이라고 해설자들은 말합니다. 어떤
위기에서도 타자들을 삼진 3개로 헤쳐나갈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찬스가
꼭 찬스만은 아니라는 것. 김현수는 커팅도 해내면서 버티다가 내야 땅볼을 쳐냅
니다. 하지만, 3루주자는 쉽게 들어올수 있는 좋은 타구 결국 선취점을 내는
타점을 쳐내고, 야수선택으로 1,2루에서 주자, 타자들 모두 살아납니다. 일본
드디어 전체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거지요.
김현수도 나중에 이종욱으로 교체가 됩니다. 사실 한국타자들은 1회하고 8회 빼놓
고는 말할수 있는게 별로 없는 경기였긴 합니다만, 한국 타자들이 찬스를 맞아서
집중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1회로도 충분히 설명가능하다 할수 있지요.

김태균...1회에 김태균은 흔들리는 다르비슈를 맞이해서 포볼을 골라냅니다. 상대
투수가 흔들릴때 덤비는 것이 상대를 살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영리한 타자지요.
결국 무사만루가 되고, 이에 진루한 2,3루 주자들이 이진영의 안타에 홈을 밟습니다.
3회말에는 컨디션을 회복한 다르비슈에게 2-2에서 안타를 뽑아냅니다. 지금쯤의
다르비슈는 언터쳐블의 기세였기 때문에 이 안타는 의미가 크지요. 해설자들도
김태균에게 아웃스탠딩 플레이어라고 극찬을 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소름이 쫙 돋은 적은 3번입니다. 이범호의 수비, 봉중근의 투구,
그리고 바로 이장면...김태균이 8회에 고의사구로 걸어나갈때. 이런 상황에서
고의 사구를 얻은 선수는 이승엽 이후에 있었던가요...이 장면으로 인해서 김태균은
이승엽의 자리를 확실히 대체했다고 공인받은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본도 이미
그의 압력을 이승엽급으로 봤다는 거지요. 본즈놀이는...그것도 국제대회에서 아무나
하는것이 아닙니다.
일본투수들이 고의사구를 던지자 해설자가 "다.시.만.나.요'라고 떠듬거리며 말하더
군요. 뭔소리여..했던, 그 해설자가 이게 한국말로 See you later란 뜻이라고
자랑하더군요. 아..듣고보니 다시만나요..구나..하면서 웃었습니다. 역시 해설자
한국에 대해서 공부 많이 하고 들어오나봅니다.

추신수...그저 안타깝네요. 2번 나와서 삼진과 범타. 한국팀에서 어찌보면 가장 완
벽한 툴플레이어인데, 이렇게 컨디션을 못찾아서 아쉬울뿐입니다. 3라운드부터는
수비도 할수 있다니까, 몸 잘 추스리고 준비하고 좋은 모습 봤으면 좋겠네요. 스우이
은 좋은보이던데요.

이진영...무사 만루였습니다. 해설자들은 오늘 경기의 키모우먼트로 추신수와 이진영
의 타석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추가점이 나면 한국이 가져가는 것이고, 아니면 한국은
쫓기게 될거라고요. 그리고 추신수는 실패..등장한것이 바로 일본킬러라는 이진영.
이번에도 또? 하고 기대하는 한국팬들, 그리고 불안해하는 일본팬들.
그리고 역시나 이진영은 올림픽때의 우전안타와는 다른 밀어치는 좌전안타로 2,3루
주자를 불러들입니다. 이 투구에 대해서 해설진들은 퍼펙트 쓰로우라고 평했고, 그것
을 잘 받아친 이진영을 칭찬할 수 밖에 없다고 말들 하지요. 1루에서 씨익 웃는
이진영을 보면서 뭔지 모를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진영이 참 노련한것이 죽을때도 그냥 죽지 않습니다. 4회말에도 삼진을 당하지만
풀카운트까지 끌어가면서 볼 카운트를 늘리게 한 후에 죽지요. 이런게 팀플레이 아닐
까나요.
6회에는 포볼로 다시 진루를 하고, 8회에도 또 포볼을 얻어서 만루를 만듭니다.
공격에서는 오늘 가장 많은 진루를 해낸것은 바로 김태균과 이진영이었습니다. 대일본
전에서 거의 완벽하다 할수 있는 선수이지요. 공격과 수비 양측에서요. 아마 일본도
이진영이라면 징그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네요. 같은 우익수인데 이치로 하나도 부럽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이진영이었습니다.

이범호..이범호는 어제 홈런을 치기는 했지만, 오늘은 상당히 고전하지요. 첫타석
병살을 치기도 하고 뒤타석에서도 팝업과 라이너로 아웃이 되고요. 전체적으로 공격이
안되는 날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이범호의 무서움을 진짜로 보인것은 바로 수비와 그 선구안이었습니다.
8회 2사 만루. 이범호는 아웃코스 떨어지는 공 2개를 연속 헛스윙을 해서 2-0으로
몰립니다. 상대투수인 이와타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 유인구에 잘 속아주고
카운트도 완전 유리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그는 몰랐을 겁니다. 그것이
'꽃의 유혹'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3구에 높은 유인구에 조차 손이 나가서
겨우 커트해낸 꽃범호는 연속으로 공 2개를 골라내서 2-2까지 만듭니다. 일본도
이 상황에서 긴장하는것이 화면에 보일정도로 동요하더군요. 하긴 공격측에서
보는 제 입장도 이렇게 옆구리가당기는데 상대편은 더 긴장할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공하나를 더 골라내서 풀카운트....설마설마했는데...결국 다시 떨어
지는공 골라내서 밀어내기로 타점을 올립니다.
해설자도 어이가 없어하더군요. 2-0에서 밀어내기를 이끌어낸것도 놀랍지만,
이 점수는 안타하나 없이 포볼로만 만들어낸 탓이었습니다.

이 플레이 이전에 이범호는 오히려 수비에서 더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
해설진들조차 한국의 7,8,9번은 공격은 고려하지 않고 그 수비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평할 정도였으니까요.
3회에 이범호는 수비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와무라가 포볼로 나가고 다음
타자 이치로가 친 3루 높은 땅볼을 살짝 떠서 잡아서 딜레이동작없이 바로
2루포스 아웃.
더군다나 카타오카의 타구를 건져서 이치로가 주자로 있는 상황임에도 더블플
레이를 만들어내는 다음 수비는...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저에게 소름 쫙
끼치는 전율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아..이범호 이렇게 수비 좋아도 되는거야'
하고 독백할 정도였으니까요.
일본애들이 한국의 구멍은 3루라고 하지만, 그건 이범호가 없었을때 이야기입
니다. 지금, 이 대회 한국의 3루는 꽃밭입니다. 그것도 철로 된 꽃밭. 완벽한
수비를 보여주는 이범호는 그 누구보다 안정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