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바야흐로 저 세 개의 베이스에 사람 모여서 안절부절못하고 가슴이 들뜨는구나 - 마사오카 시키

1.       3년 만에 찾아온 삼월의 광란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꽃샘추위도 이제는 지나갔습니다. 첫눈을 기다려온 보더들처럼, 방학을 기다려온 초등학생들처럼, 그렇게 저는 봄바람을 기다려왔습니다. 네. 야구의 계절입니다.

2.       물론 WBC나 지난 올림픽 같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야구는 기본적으로 생활의 스포츠입니다. 축제의 스포츠라 할만한 유럽의 축구나 미국의 풋볼과는 달리 한 주에 여섯 경기가 펼쳐지는 이 스포츠는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있습니다. 네이버 스포츠를 통해 문자 중계를 보고, 미쳐 확인하지 못한 결과는 휴대폰 인터넷을 통해 봐야 합니다. 그날 그날의 경기 결과에 따라 잠자리에 들 때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하루끼의 수필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경우 몸에 좋은 호르몬이 졌을 경우에는 안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렇다면 야구팬이 그 호르몬 분비가 가장 왕성하지 않을까 합니다. (신은 공평하셔서 꼴찌 팀에게도 거의 4할 정도의 승률은 내려주십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야구는 축제의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살지만 엘지나 두산팬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저는 일년에 고작 잠실 열여덟 경기 (문학과 목동에서 아홉 경기씩 더 있긴 하지만요.)가 모두입니다. 어쩌다 한번 올라왔다 하면 3일 내내 가기를 꿈꿉니다. 경기장의 다른 만 명에서 만 오천 명의 관중과 함께 소리지르고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오늘만큼은 이곳이 우리 홈이다!’는 마음으로 응원을 퍼부어댑니다. 맥주를 쉴 새 없이 들이키면서 남행열차와 (뭘 그렇게 잡아대는지) 고래사냥을 소리 높여 부릅니다. 지금 막 4월 4일 개막전의 표를 끊고 이 글을 쓰는 중입니다. 네. 저는 타이거즈팬입니다.

4.       5월말까지는 주말에 일이 있어서 야구경기가 있다고 해도 주말 모두를 쏟을 수가 없습니다. 고작해야 하루, 금요일 날 눈치를 보며 칼퇴를 한다고 해도 이틀입니다. 하지만 정작 널널하리라 예상되는 6월, 7월은 수도권경기가 거의 없고 그나마 주중경기네요. 아마도 여름에는 스케줄상 대전이나 광주를 돌아다닐 듯 합니다.

5.       작년에는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시범경기 결과는 환상적이었지만 정작 4월은 너무 잔인했지요. 올해는 별 기대 안 합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게 안보입니다. 구원 투수들은 만루에서 볼 넷을 내주고 타자들은 잔루에서 내야플라이나 삼진을 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자식이 못났다고 미워할 수 없듯이, 그저 종범형님의 한 타석 한 타석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젠 타이거즈의 심장인 용규와 석민이를 마냥 바라만 볼 것 같습니다. 야구 한두 해보고 그만 볼게 아니니깐요. 뭐 이렇게 맘먹는데 잘 풀려나가면 그거야 말로 인생의 보너스인거죠. 흠흠.

6.       엠팍때부터 눈팅은 해오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글 써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런 글에는 사진이라도 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회사에서 월급도둑질하면서 틈틈히 쓴 글이라 그러질 못했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