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MY NAME IS BRETT PILL"
가족을 이어준 야구라는 이름의 연결고리
야구 선수 출신의 아버지를 따라 대학 시절까지 '9' 등번호를 사용했고, 현재 한국에서도 '99'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에게 야구와 가족은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오늘 <매거진S>에서는 KIA 타이거즈 소속 타자, 브렛 필이 직접 쓴 글을 통해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만일 캘리포니아가 오후 5시 30분이면, 여기 광주는 몇 시가 그 때야?" 내가 아내에게 열 번째로 물었다. "오전 9시 30분. 걱정 말아요, 경기 놓치지 않을테니까." 그녀는 내게 조금 짜증을 내기 시작하며 답했다. 내가 그렇게 몇 번이고 시간을 물었던 이유는, 내 동생이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팀에서 투구하는 경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여섯 번째 날 -선발 로테이션의 등판 간격에 따른- 이 늘 그렇듯 동생의 투구를 볼 생각에 두근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난 그가 메이저리그 콜 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인생을 바꾸는 기회란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2011년 9월에 일어난 내 메이저리그 콜 업처럼 말이다. 내 이름은 브렛 필, KIA 타이거즈의 1루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여러분께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가 어떻게 야구로 연결되어 있는지 말해볼까 한다. 한국에 와 뛴다고 해서, 내 어린 동생을 응원하는걸 멈추게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에게 야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내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으로부터 신인 지명을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을 보낸 후 아쉽게 프로 선수로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꿈을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 받기로 결심하셨다. 아내와 두 아들이 생긴 후에도 야구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께서는 긴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나와 내 동생과 함께 야구공이며 글러브를 챙겨 밖에서 함께 어울려주셨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셨다. 아버지는 야구에 대한 사랑이 우리 형제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기를 바라셨고, 나는 오늘날까지도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나는 어린 시절 그 때 그대로, 똑같은 마음과 열정으로 경기에 뛰고 있다.가족은 늘 내게 중요한 존재였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 갈 때까지 줄곧 나를 지도해주셨고, 어머니도 매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야구는 우리가 '가족으로서' 함께 한 특별한 것이었다. 주말마다 야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난 지금도 아버지가 배팅볼을 던지다 머리에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맞았음에도, 계속해서 공을 던져주셨던 것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지금도 오프 시즌 때 서던 캘리포니아에 있는 집을 찾으면, 나와 내 동생에게 배팅 볼을 던져주신다. 우리는 이 순간을 손꼽아 고대하는데, 그 배팅 볼을 훈련이라기보다 가족으로서 함께 놀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서던 캘리포니아에 있는 칼 스테이트 풀러턴(Cal State Fullerton) 대학에서 야구 선수로 뛰는 행운을 누렸었다. 학교에서 불과 20분 떨어진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모님은 내가 홈 경기를 치를 때면 늘 경기장을 찾으셨다.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우리 팀은 대학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교는 내 아내, 칩(Chip)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나는 200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신인 지명을 받았는데, 마이너리그에서 홀로 원정을 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칩에게 청혼을 했다. 이후 5년간 우리는 조지아, 코네티컷, 캘리포니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이런 저런 주(州) 등 미국 전역을 옮겨 다녔다.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나와 함께 해주었는데, 그녀의 사랑과 지지가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과 나보다 여섯 살 어린 동생도 가능한한 많이 내 경기를 보러 장거리 여행을 했었을 것이다. 여러분의 열정을 지지해주는 가족을 갖는다는 것은 그 일을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야구는 실패가 거듭되는 경기(a game of failure)이고, 따라서 실망하기 십상이다.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고 매일 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일진이 좋지 않았던 하루도 썩 괜찮은 날로 만들어주기 마련이다.
2014년, KIA 타이거즈는 내게 그들의 외국인 타자가 되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그 기회를 기꺼이 잡았다. 당시 임신 3개월 중이었던 내 아내는 새로운 나라와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에 매우 흥분했다. 망설임 없이 그녀는 우리의 짐을 싸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우리 집을 임대로 내놓고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의 딸은 그 해 7월 광주에서 태어났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한국인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 우리는 KIA 타이거즈를 위해 광주에서 뛴다는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았다. 그 모든 커피샵들, 돌아다니기 수월하다는 것과 음식 (아직도 김치의 '빅 팬'은 아니지만) 모두 사랑한다. 요즘은 키즈 카페(kids cafes)와 야외 공원이 우리의 주무대가 됐다. 약 2주 후 부모님이 우리 가족을 방문하신다. 나와 아내 모두 두 분께 주변을 보여드릴 생각에 기대가 크다. 물론, KIA 타이거즈 경기에도 모시고 갈 것이다.
'가족'은 내게 늘 중요했고, 그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야구 선수로 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한국인 팬 여러분과 팀 동료들이 나로 하여금 가족애를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정말 고맙게 생각하며, 광주는 가정을 꾸리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Kia Tigers Fighting!!!!
저에겐 그레이싱어, 로페즈 이후로 계속 함께 하고픈 용병선수네요.
필느님 타이거즈를 버리지 말아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