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들과 팬들이 바라는 제10구단 창단 작업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초 12월 이사회에서 '10구단 체제로 간다'는 프로야구 구단 확대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있지만 10구단 논의 조차 불발될 기미가 엿보인다. 이미 10구단 창단을 선언한 KT 입장에선 발을 동동 구를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초 오는 4,5일 경 '10구단 안건'을 다룰 KBO 정례 이사회 개최를 계획했다. 그러나 약 열흘 정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10구단 안건 상정은 커녕 이사회 개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KBO 이사회는 매달 둘째주 화요일에 정례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12월 11일은 KBO 창립기념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예정돼 있다. 때문에 이 보다 일주일 앞서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난 여름이후 회동이 없었던 이사회는 11월에는 말 그대로 간담회 성격의 모임을 갖고 실질적인 안건 논의 없이 헤어졌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25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사회 개최날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대선(대통령선거)도 있고 해서 이사회를 열지 말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0구단 안건 논의에 대해선 "만약 이사회가 열린다고 해도 안건통과여부가 불투명한데 무작정 안건 상정을 할 수는 없다"고 KBO 사무국의 답답한 속내를 내비췄다.

10구단 창단에 찬성하는 모 구단 대표는 "이사회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회가 열려도 10구단 안건은 논의가 안될 것 같다. 10구단 반대를 외치는 구단들의 입장변화가 없고, 다른 구단들은 여전히 눈치를 보면서 골치아픈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BO는 지난 6월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논의를 프로야구저변이 확대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대신 야구저변확대 및 아마추어 발전용으로 '투모로우 펀드'라는 아마추어야구 발전기금을 적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0구단 창단논의 무산에 대해 선수협회가 '올스타전 보이콧' 배수진을 치고 강하게 반발하고,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7월초 이사회는 KBO에 10구단 창단 논의 일정을 일임하기로 했다. '10구단 창단 논의 일임'이 야구인들과 팬들의 눈에는 10구단 창단쪽으로 기운 것으로 해석됐지만 KBO 이사회의 생각은 말 그대로 논의 일정에 대한 일임일뿐 각 구단의 의견이 바뀐 건 아니었던 것이다.

스포츠서울의 취재에 따르면 가장 강력하게 10구단 창단 반대를 주장하는 구단은 롯데와 삼성이다. 신생구단 창단 논의 초기부터 줄기차게 반대입장을 고수해온 롯데는 그렇다치고 삼성은 겉으로 대놓고 반대하기보다는 물밑에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주의 뜻이 워낙 완고한데 문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의 위세 때문에 각종 사업에서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3~4개 구단이 여전히 삼성의 눈치를 보면서 입장 표명을 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각 구단 대표의 일부는 골치 아픈 논의 자체를 아예 나중으로 미루자는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10구단 안건 통과를 목표로 했던 KBO 구본능 총재는 난감한 처지에 봉착했다. 선수협과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창단 논의 일정 일임을 받았는데 아무 소득 없이 해를 넘기는 것은 'KBO 해결능력부재'라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까봐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구단들의 입장변화가 없는데 무턱대고 안건 상정을 할 수도 없다. 자칫 안건 상정을 했다가 부결될 경우 창단논의는 다시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내년 1~2월까지는 10구단 안건이 통과돼야한다. 3월까지 창단 일정을 마쳐야 선수단 구성 및 드래프트 참가, 2014년 2군리그 참가 등에 시간상 걸림돌이 없다"고 말했다.

그 렇지만 이 때까지도 해결이 안된다면 선수협회와 야구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선수협은 당장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및 시즌 개막 등에 대한 보이콧 등을 무기로 집단행동을 할 수도 있어 프로야구판은 혼란으로 요동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