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야구라의 뉴페이스] 서진용 "SK의 마스코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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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더러 올해부터 투수를 하라고요?”
소년이 처음에 의심한 것은 자신의 ‘귀’였다. 이제와 투수를 하라니. 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은 이제 3학년이 될 참이었다. 프로야구 지명까지는 채 일 년도 남지 않은 시기. 이제 와서 타자를 접고 완전히 투수가 된다는 건, 지나친 모험이었다.
다음으로 소년이 의심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 과연 내가 투수를 잘 할 수 있을까, 소년은 자신이 없었다. 이전에도 투수를 전혀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따금씩 마운드에 나가 던져봤지만, 번번이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게다가 팀에는 좋은 투수가 수두룩해서 끼어들 틈이라곤 전혀 없는 상황. 소년이 스스로를 의심한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내 소년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순순히 감독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우리 감독님이라면, 그분이 시키는 일이라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소년은 그때까지 야구하며 흘린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땀을 운동장에 쏟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을 지나, 어느덧 2011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이 왔다. 1라운드 7순위 SK의 차례. 지명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박철영 SK 스카우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저희 SK 와이번스는 투수를 지명하겠습니다. 경남고등학교 투수 서.진.용.”
이번에는 사람들이 귀를 의심할 차례였다. 소년의 이름이 불린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조금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행사장 전체가 웅성대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의 등장에 여기저기서 ‘서진용이 누구야?’ ‘어디에 있어?’와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자료화면도 없어 중계하는 방송사 화면엔 애꿎은 스카우트팀의 얼굴만이 비춰졌다.
그러니까, 누구도 서진용의 이름이 그 순간에 불릴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투수로 전향한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소년이 1라운드 7번으로 프로팀에 지명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들도, 그리고 소년 자신조차도.
무엇보다, 소년은 그날 그 자리에 없었다.
▶지명을 축하한다. 사실 드래프트날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전체 1순위 유창식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었다.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
"부산에 있었다. 사실 높은 순위에 지명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TV 중계도 보지 않고 있었다. SK에 지명됐다는 사실은 친구들이 보낸 문자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생각도 못한 일인데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
▶솔직히 답해주길 바란다. 정말로 뽑힐 줄 몰랐던 건가?
"뽑혀도 거의 끝에 가서, 9라운드나 10라운드 정도에 가서 뽑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 아니면 아예 지명되지 않을 줄로 생각하고 있었다."
▶SK가 당신의 어떤 점을 보고 지명한 것 같나?
"최근 경기가 비교적 괜찮았다. 화랑대기 대회나 봉황대기에서 기회가 왔을 때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고, 거기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본다. 또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게 아닌가 싶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SK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대개 게으른 선수들이 그런 편이다. 당신은 SK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해 왔나? 정치적인 답변보다는 솔직한 답변을 원한다.
"SK가 연습량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니까 그만큼 실력도 좋고 야구도 잘하는 것 아니겠나. SK는 좋은 선수들이 많은 훌륭한 팀이라고 생각해 왔다. 진짜다. 그리고 사실 훈련으로 치면 우리 경남고도 SK 못지않다. 특히 겨울에 훈련을 엄청 힘들게 하는 편이다. 열심히 훈련하면, 나중에 꼭 그만큼의 결과가 따라온다. 그래서 SK 강훈련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지명된 직후 SK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편 드래프트 당일은 물론이고 한동안 얼굴이 공개되지 않아 ‘혹시 싸이버 투수가 아니냐’ ‘야구계의 서태지다’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미남인 줄은 몰랐다. 여성 팬이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지명된 것 자체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많은 팬들이 미니홈피에 와서 글도 남기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셔서 그때부터 조금 현실로 느껴지더라. 사실 갑작스레 관심을 받게 돼서 부담이 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든다. 여성팬은... 솔직히 말해 아직까진 여성팬보다는 남자들한테 받은 메시지가 훨씬 많다."
▶믿어지진 않지만, 넘어가자. 지명된 직후 언론을 통해 ‘올해 초에 투수로 전향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투수 전향 일 년 만에 프로구단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예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작년 이전에도 투수로 던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따금 마운드에 서본 경험은 있었다. 본격적으로 투수로 나서기 시작한 건 2학년 때, 그러니까 작년부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작년에는 투수도 아니었다."
▶‘투수도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제구력이 영 ‘꽝’이었다. 시합에 몇 번 나가기는 했는데 워낙 제구가 안 되다 보니, 나중에는 러닝이나 연습투구 같은 기본 훈련만 하고 시합에는 나가지 못했다. 사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가끔 투수 기회를 얻어도 컨트롤 때문에 경기를 망치고 다시 야수로 원위치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고3이 되면서 투수로 전향하라는 감독님의 명을 받고, 그때부터 정수찬 코치님과 함께 컨트롤을 잡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특별한 건 아니다. 러닝을 그전보다 더 많이 하고, 망에다 대고 공 던지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했다. 거의 몇 백 개씩 던져댔지. 그러면서 조금씩 투수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금이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지만, 처음 투수 전향을 명령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을 것도 같다. 1학년도 아니고 3학년 올라갈 때 되어서니까.
"처음에는 망설였다. 제구도 잘 안되고 자신감도 별로 없는데 투수를 하라니, 받아들여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였다. 감독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종운 감독님이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시키신 거라고 굳게 믿고 투수 훈련에 돌입했다."
▶올해 당신이 투구하는 모습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연초에는 그다지 인상에 남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다 화랑대기 때부터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 당시 이야기를 들려달라.
"관건은 자신감에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으로 등판해서 어렵게 어렵게 타자와 승부했는데, 덕아웃으로 돌아왔을 때 감독님이 ‘잘 던졌다’며 칭찬해 주셨다. 그때 ‘내가 투수로서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단 자신이 생기니까 그때부터 제구도 더 잘 되고, 볼에 스피드도 더 붙는 것 같았다. 이어지는 대회에서도 화랑기에서 잘 던진 경험을 생각하며 자신감 있게 투구했다."
서진용이 야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당시만 해도 ‘축구소년’이던 그는 학교에 야구부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축구는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야구를 한 번 해보자’고.
재미로 시작한 야구는 결코 녹록한 운동이 아니었다. 함께 입부한 아이들 상당수가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금세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서진용은 참고 견뎠다. 왜냐. 하다 보니 어느새 야구가 정말로 좋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진짜 야구소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키도 크고 날렵한 체형이 같은 팀 소속이 될 김광현을 연상하게 한다. 어릴 때도 지금 같은 체형이었나.
"초등학교 때부터 팔에 근육이 좀 있는 편이었다. 덕분에 친구들한테 키 안 큰다고 놀림도 받고 했다. 전체적인 체격은 호리호리한 편인데도, 힘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키는 고등학교 때 많이 자랐다. 중2때까지만 해도 162cm 정도였던 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와서 지금처럼 쑥 컸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
"아버지가 고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셨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가 야구를 해보겠다고 하니까 별다른 반대 없이 흔쾌히 허락하셨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다는 일은 맡겨 두시는 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어떤 선수였나.
"내가 생각해도 특출한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포지션은 주로 2루 아니면 3루를 봤는데, 이따금 기회가 오면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잠깐 사이드암 투수로 나선 적도 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웃음)"
▶경남고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야구 명문이다. 입학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당연히 어려웠다. 내 실력으로 어떻게 경남고에 들어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하지만 일단 들어오니까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죄다 나보다 잘 하는 선수들 뿐이라서, 그게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했다."
▶사실 이종운 감독 같은 분을 만난 것은 선수로서는 큰 행운이다.
"맞다. 감독님은 모든 선수에게 잘하든 못하든 공평한 기회를 주시는 분이다. 또 학년 안 따지고 잘하는 선수, 열심히 하는 선수를 내보내기 때문에 1학년들도 눈에 불을 켜고 야구를 하게 된다. 투수코치로 정수찬 코치님과 만난 것도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는 분이다. 내가 투수전향한 뒤 힘든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올해만큼 많은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작년이 그 중 하나다. 투수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제구도 마음대로 안 되고 시합에도 못 나가니까, 처음으로 야구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견뎠다."
▶어떤 생각을?
"여기서 그만두면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깝지 않나. 안되더라도 일단 끝까지 해보고, 포기는 그 뒤에 가서 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게 되더라."
▶지금은 타자에 대한 미련은 없나?
"사실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는 방망이 치는 게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투수를 해 보니까, 타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수만의 매력이 있었다. 뭔지 아나."
▶그게 뭘까.
"투수가 공을 던져야 야구가 시작된다는 거다. 투수가 던져야 타자도 타격을 하고 수비수들도 움직이게 된다. 야구를 시작되게 하는 존재라, 멋지지 않은가. 무엇보다 내가 투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과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투수한 게 정말 잘된 일인 것 같다."
서진용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투구폼이 부드럽고 컨트롤, 특히 낮은 코스의 공을 잘 던진다.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구사에 능하다. 다만 경기 운영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라고 적혀 있다. 서진용 본인은 자신의 투수로서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투수를 한 기간이 길지 않은데도 볼 스피드도 빠르고 구종도 다양한 편이다.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꾸준히 공을 던지고 웨이트를 하다 보니까 스피드도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사실 내가 좀 운동중독 증세가 있다. 쉬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계속 움직여야 하는 편이다. 방에 혼자 있을 때도 심심하면 팔굽혀펴기를 하고, 공원에 가서도 운동하면서 놀고. 그게 취미생활이다."
▶주무기가 스플리터인데, 고교생 투수치고는 떨어지는 각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언제부터 던지기 시작했나.
"어렸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했던 구종이다. 그래서 장난처럼 종종 스플리터 그립을 끼고 던지는 연습도 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서 잘 던지게 된 것 같다. 손가락에 끼워 던지는 게 이상하게 어렵지 않고, 몸에도 별 무리가 없다. 나한테 잘 맞는 구종인 것 같다."
▶빠른 볼의 위력에 비해 변화구를 던지는 손끝 감각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직구 던질 때는 내가 생각해도 때리는 힘이 좋은 편인데, 변화구는 아직 손가락 감각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불안한 감이 있다. 투수한지 얼마 안 되어서 당연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사실 구력에 상관없이 손가락 재주가 좋으면 변화구는 잘 던질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나한테는 더 좋은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무기라. 그게 뭘까.
"빠른 볼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정수찬 코치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게 ‘너는 볼 위력이 있으니까 아무리 강타자를 만나도 힘 대 힘으로 승부하라’는 부분이다. 약점인 변화구를 갖고 골몰하기보다는 장점인 빠른 볼로 자신있게 던지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래서 어떤 타자를 만나도 당당하게 힘으로 맞서려고 한다. 몸쪽 승부도 마찬가지다.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몸쪽으로 붙이려고 한다. 그러면 타자가 움츠러들거나, 제대로 된 스트라이크가 꽂히거나. 둘 중 하나다."
▶사실 당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빠른 볼의 볼끝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올해 최고구속이 146km/h를 기록했다. 볼끝이 좋은 건 아무래도 공을 앞에서 때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에 힘이 생기는 것 같다. 포수 미트를 향해 던지는 게 아니라 포수 몸을 통과해서 지나가게 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그 때문이 아닐까."
▶고교 투수인데도 낮은 코스 제구에 능하다. 로케이션이 낮게 형성된다는 건 투수로서 굉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가.
"이것도 코치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간단하다. 우선 팔을 높이 들고, 다음으로는 포수 다리를 보면서 던지면 된다. 그렇게 하면 공이 자연스럽게 낮은 쪽으로 들어간다."
▶올해 보니까 주자 견제나 수비도 수준급인 것 같은데.
"주자 견제는 자신있는 부분이다. 작년까지는 견제가 빠른 편이 아니었는데, 역시 반복해서 훈련하다보니 많이 좋아졌다. 이번 화랑대기와 봉황대기 때도 견제사를 여러 번 잡아냈다. 야수 출신이니까 번트수비 같은 것도 자신이 있는 편이다."
▶당신의 가능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투수로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1군 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입단 동기들이 당신보다 먼저 1군에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떨 것 같은가.
"투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아직 경기 운영 능력도 부족하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떨어진다. 좋은 선수로 거듭나려면 그만큼 연습도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가 나보다 먼저 치고 나가도 상관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친구들도 경쟁하고 싸워야 할 상대지만, 무엇보다 야구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그렇게 말하는 고교 선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같은 라운드에서 뽑힌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내가 많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현재의 평가일 뿐, 막상 프로에 들어가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 신경쓰기보다 내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동기들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끝으로 묻겠다. 먼 훗날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상황에서든 팀에 보탬이 되고 힘이 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하지만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그게 뭔가.
"SK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SK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 SK를 대표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끝으로 SK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소년이 처음에 의심한 것은 자신의 ‘귀’였다. 이제와 투수를 하라니. 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은 이제 3학년이 될 참이었다. 프로야구 지명까지는 채 일 년도 남지 않은 시기. 이제 와서 타자를 접고 완전히 투수가 된다는 건, 지나친 모험이었다.
다음으로 소년이 의심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 과연 내가 투수를 잘 할 수 있을까, 소년은 자신이 없었다. 이전에도 투수를 전혀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따금씩 마운드에 나가 던져봤지만, 번번이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게다가 팀에는 좋은 투수가 수두룩해서 끼어들 틈이라곤 전혀 없는 상황. 소년이 스스로를 의심한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내 소년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순순히 감독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우리 감독님이라면, 그분이 시키는 일이라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소년은 그때까지 야구하며 흘린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땀을 운동장에 쏟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을 지나, 어느덧 2011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이 왔다. 1라운드 7순위 SK의 차례. 지명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박철영 SK 스카우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저희 SK 와이번스는 투수를 지명하겠습니다. 경남고등학교 투수 서.진.용.”
이번에는 사람들이 귀를 의심할 차례였다. 소년의 이름이 불린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조금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행사장 전체가 웅성대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의 등장에 여기저기서 ‘서진용이 누구야?’ ‘어디에 있어?’와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자료화면도 없어 중계하는 방송사 화면엔 애꿎은 스카우트팀의 얼굴만이 비춰졌다.
그러니까, 누구도 서진용의 이름이 그 순간에 불릴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투수로 전향한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소년이 1라운드 7번으로 프로팀에 지명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들도, 그리고 소년 자신조차도.
무엇보다, 소년은 그날 그 자리에 없었다.
▶지명을 축하한다. 사실 드래프트날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전체 1순위 유창식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었다.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
"부산에 있었다. 사실 높은 순위에 지명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TV 중계도 보지 않고 있었다. SK에 지명됐다는 사실은 친구들이 보낸 문자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생각도 못한 일인데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
▶솔직히 답해주길 바란다. 정말로 뽑힐 줄 몰랐던 건가?
"뽑혀도 거의 끝에 가서, 9라운드나 10라운드 정도에 가서 뽑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 아니면 아예 지명되지 않을 줄로 생각하고 있었다."
▶SK가 당신의 어떤 점을 보고 지명한 것 같나?
"최근 경기가 비교적 괜찮았다. 화랑대기 대회나 봉황대기에서 기회가 왔을 때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고, 거기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본다. 또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게 아닌가 싶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SK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대개 게으른 선수들이 그런 편이다. 당신은 SK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해 왔나? 정치적인 답변보다는 솔직한 답변을 원한다.
"SK가 연습량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니까 그만큼 실력도 좋고 야구도 잘하는 것 아니겠나. SK는 좋은 선수들이 많은 훌륭한 팀이라고 생각해 왔다. 진짜다. 그리고 사실 훈련으로 치면 우리 경남고도 SK 못지않다. 특히 겨울에 훈련을 엄청 힘들게 하는 편이다. 열심히 훈련하면, 나중에 꼭 그만큼의 결과가 따라온다. 그래서 SK 강훈련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지명된 직후 SK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편 드래프트 당일은 물론이고 한동안 얼굴이 공개되지 않아 ‘혹시 싸이버 투수가 아니냐’ ‘야구계의 서태지다’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미남인 줄은 몰랐다. 여성 팬이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지명된 것 자체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많은 팬들이 미니홈피에 와서 글도 남기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셔서 그때부터 조금 현실로 느껴지더라. 사실 갑작스레 관심을 받게 돼서 부담이 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든다. 여성팬은... 솔직히 말해 아직까진 여성팬보다는 남자들한테 받은 메시지가 훨씬 많다."
▶믿어지진 않지만, 넘어가자. 지명된 직후 언론을 통해 ‘올해 초에 투수로 전향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투수 전향 일 년 만에 프로구단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예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작년 이전에도 투수로 던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따금 마운드에 서본 경험은 있었다. 본격적으로 투수로 나서기 시작한 건 2학년 때, 그러니까 작년부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작년에는 투수도 아니었다."
▶‘투수도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제구력이 영 ‘꽝’이었다. 시합에 몇 번 나가기는 했는데 워낙 제구가 안 되다 보니, 나중에는 러닝이나 연습투구 같은 기본 훈련만 하고 시합에는 나가지 못했다. 사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가끔 투수 기회를 얻어도 컨트롤 때문에 경기를 망치고 다시 야수로 원위치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고3이 되면서 투수로 전향하라는 감독님의 명을 받고, 그때부터 정수찬 코치님과 함께 컨트롤을 잡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특별한 건 아니다. 러닝을 그전보다 더 많이 하고, 망에다 대고 공 던지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했다. 거의 몇 백 개씩 던져댔지. 그러면서 조금씩 투수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금이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지만, 처음 투수 전향을 명령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을 것도 같다. 1학년도 아니고 3학년 올라갈 때 되어서니까.
"처음에는 망설였다. 제구도 잘 안되고 자신감도 별로 없는데 투수를 하라니, 받아들여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였다. 감독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종운 감독님이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시키신 거라고 굳게 믿고 투수 훈련에 돌입했다."
▶올해 당신이 투구하는 모습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연초에는 그다지 인상에 남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다 화랑대기 때부터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 당시 이야기를 들려달라.
"관건은 자신감에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으로 등판해서 어렵게 어렵게 타자와 승부했는데, 덕아웃으로 돌아왔을 때 감독님이 ‘잘 던졌다’며 칭찬해 주셨다. 그때 ‘내가 투수로서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단 자신이 생기니까 그때부터 제구도 더 잘 되고, 볼에 스피드도 더 붙는 것 같았다. 이어지는 대회에서도 화랑기에서 잘 던진 경험을 생각하며 자신감 있게 투구했다."
서진용이 야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당시만 해도 ‘축구소년’이던 그는 학교에 야구부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축구는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야구를 한 번 해보자’고.
재미로 시작한 야구는 결코 녹록한 운동이 아니었다. 함께 입부한 아이들 상당수가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금세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서진용은 참고 견뎠다. 왜냐. 하다 보니 어느새 야구가 정말로 좋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진짜 야구소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키도 크고 날렵한 체형이 같은 팀 소속이 될 김광현을 연상하게 한다. 어릴 때도 지금 같은 체형이었나.
"초등학교 때부터 팔에 근육이 좀 있는 편이었다. 덕분에 친구들한테 키 안 큰다고 놀림도 받고 했다. 전체적인 체격은 호리호리한 편인데도, 힘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키는 고등학교 때 많이 자랐다. 중2때까지만 해도 162cm 정도였던 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와서 지금처럼 쑥 컸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
"아버지가 고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셨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가 야구를 해보겠다고 하니까 별다른 반대 없이 흔쾌히 허락하셨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다는 일은 맡겨 두시는 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어떤 선수였나.
"내가 생각해도 특출한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포지션은 주로 2루 아니면 3루를 봤는데, 이따금 기회가 오면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잠깐 사이드암 투수로 나선 적도 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웃음)"
▶경남고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야구 명문이다. 입학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당연히 어려웠다. 내 실력으로 어떻게 경남고에 들어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하지만 일단 들어오니까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죄다 나보다 잘 하는 선수들 뿐이라서, 그게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했다."
▶사실 이종운 감독 같은 분을 만난 것은 선수로서는 큰 행운이다.
"맞다. 감독님은 모든 선수에게 잘하든 못하든 공평한 기회를 주시는 분이다. 또 학년 안 따지고 잘하는 선수, 열심히 하는 선수를 내보내기 때문에 1학년들도 눈에 불을 켜고 야구를 하게 된다. 투수코치로 정수찬 코치님과 만난 것도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는 분이다. 내가 투수전향한 뒤 힘든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올해만큼 많은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작년이 그 중 하나다. 투수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제구도 마음대로 안 되고 시합에도 못 나가니까, 처음으로 야구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견뎠다."
▶어떤 생각을?
"여기서 그만두면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깝지 않나. 안되더라도 일단 끝까지 해보고, 포기는 그 뒤에 가서 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게 되더라."
▶지금은 타자에 대한 미련은 없나?
"사실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는 방망이 치는 게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투수를 해 보니까, 타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수만의 매력이 있었다. 뭔지 아나."
▶그게 뭘까.
"투수가 공을 던져야 야구가 시작된다는 거다. 투수가 던져야 타자도 타격을 하고 수비수들도 움직이게 된다. 야구를 시작되게 하는 존재라, 멋지지 않은가. 무엇보다 내가 투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과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투수한 게 정말 잘된 일인 것 같다."
서진용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투구폼이 부드럽고 컨트롤, 특히 낮은 코스의 공을 잘 던진다.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구사에 능하다. 다만 경기 운영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라고 적혀 있다. 서진용 본인은 자신의 투수로서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투수를 한 기간이 길지 않은데도 볼 스피드도 빠르고 구종도 다양한 편이다.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꾸준히 공을 던지고 웨이트를 하다 보니까 스피드도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사실 내가 좀 운동중독 증세가 있다. 쉬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계속 움직여야 하는 편이다. 방에 혼자 있을 때도 심심하면 팔굽혀펴기를 하고, 공원에 가서도 운동하면서 놀고. 그게 취미생활이다."
▶주무기가 스플리터인데, 고교생 투수치고는 떨어지는 각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언제부터 던지기 시작했나.
"어렸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했던 구종이다. 그래서 장난처럼 종종 스플리터 그립을 끼고 던지는 연습도 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서 잘 던지게 된 것 같다. 손가락에 끼워 던지는 게 이상하게 어렵지 않고, 몸에도 별 무리가 없다. 나한테 잘 맞는 구종인 것 같다."
▶빠른 볼의 위력에 비해 변화구를 던지는 손끝 감각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직구 던질 때는 내가 생각해도 때리는 힘이 좋은 편인데, 변화구는 아직 손가락 감각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불안한 감이 있다. 투수한지 얼마 안 되어서 당연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사실 구력에 상관없이 손가락 재주가 좋으면 변화구는 잘 던질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나한테는 더 좋은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무기라. 그게 뭘까.
"빠른 볼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정수찬 코치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게 ‘너는 볼 위력이 있으니까 아무리 강타자를 만나도 힘 대 힘으로 승부하라’는 부분이다. 약점인 변화구를 갖고 골몰하기보다는 장점인 빠른 볼로 자신있게 던지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래서 어떤 타자를 만나도 당당하게 힘으로 맞서려고 한다. 몸쪽 승부도 마찬가지다.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몸쪽으로 붙이려고 한다. 그러면 타자가 움츠러들거나, 제대로 된 스트라이크가 꽂히거나. 둘 중 하나다."
▶사실 당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빠른 볼의 볼끝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올해 최고구속이 146km/h를 기록했다. 볼끝이 좋은 건 아무래도 공을 앞에서 때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에 힘이 생기는 것 같다. 포수 미트를 향해 던지는 게 아니라 포수 몸을 통과해서 지나가게 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그 때문이 아닐까."
▶고교 투수인데도 낮은 코스 제구에 능하다. 로케이션이 낮게 형성된다는 건 투수로서 굉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가.
"이것도 코치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간단하다. 우선 팔을 높이 들고, 다음으로는 포수 다리를 보면서 던지면 된다. 그렇게 하면 공이 자연스럽게 낮은 쪽으로 들어간다."
▶올해 보니까 주자 견제나 수비도 수준급인 것 같은데.
"주자 견제는 자신있는 부분이다. 작년까지는 견제가 빠른 편이 아니었는데, 역시 반복해서 훈련하다보니 많이 좋아졌다. 이번 화랑대기와 봉황대기 때도 견제사를 여러 번 잡아냈다. 야수 출신이니까 번트수비 같은 것도 자신이 있는 편이다."
▶당신의 가능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투수로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1군 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입단 동기들이 당신보다 먼저 1군에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떨 것 같은가.
"투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아직 경기 운영 능력도 부족하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떨어진다. 좋은 선수로 거듭나려면 그만큼 연습도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가 나보다 먼저 치고 나가도 상관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친구들도 경쟁하고 싸워야 할 상대지만, 무엇보다 야구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그렇게 말하는 고교 선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같은 라운드에서 뽑힌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내가 많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현재의 평가일 뿐, 막상 프로에 들어가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 신경쓰기보다 내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동기들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끝으로 묻겠다. 먼 훗날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상황에서든 팀에 보탬이 되고 힘이 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하지만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그게 뭔가.
"SK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SK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 SK를 대표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끝으로 SK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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