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스안에서

6시 땡 하자마자 건너편 부장님 자리 스윽 보니 자리를 비우신 건지 먼저 퇴근하신 건지 알 수가 없어 팀원에게 문자하나 남기고 버스 정류장으로 궈궈. 지하철은 안습라인이지만 한 방에 가는 버스가 있어 몸을 실었습니다. 횡단보도 건너는 타이밍, 버스오는 타이밍이 딱딱 맞더군요.

버스에 타서 서 있는데 10시 방향에서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돌아보니 뒷 좌석에 한 남자분이 뭔가 짐을 안고 앉아계셨는데 저와 눈이 마추치는 순간 미소를 보이시더라는;

딱 보아하니 저 분도 야구장 가시는 분이구나 싶더군요. 물론 제 옷차림이;;; 겨울용 필라 야구점퍼 - 누가봐도 야구점퍼로 밖에 볼 수 없는, MLB 패션점퍼도 아닌 국내용 기능성 점퍼 - 라서 딱 알아채셨나 봅니다.

좀 있다가 자리가나고 앉아있다가 강남경찰서를 지나자 그 분이 제 옆에 스윽 앉으십니다.

(멀리 보이는 잠실야구장을 보시며)

"엘지가 관중동원을 잘 못했나보네요. 1루측이 많이 비었네요."

"아 엘지야 뭐 직장인들 퇴근하고 많이들 오니 늦게 차는 편이죠"

"1루 측이십니까?"

"예 후후 어디 앉으시는지?"

(갑자기 약간 목에 힘이 들어가는 듯 하며) "저는 3루죠"

 - 왠지 이제 너희와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분위기;;;

"아 그러시군요"

"엘지 올해 참 힘드시겠어요. 최동수도 없고"

"(응 갑자기 왠 동수횽?) 선발이 아니긴 하죠"

어느덧 버스는 도착하고 즐거운 관람 되시라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저는 일행을 만났습니다.



2. 매점 앞에서

함께간 분들과 햄버거 사고 칙힌 사고 있는데 뒤에서 "어 형" 하며 크하하 웃음소리가 터지더군요;;;

돌아보니 맥나잇과 무적LG가 부끄러운 미소를 띄며 저를 쳐다보더군요;

왜 아는 엘지팬들끼리 야구장에서 만나면 약간 북그러운 감정이 생긴는 걸까요;

아무튼 서로의 자리로 궈궈




3. 경기

(많은 분들이 쓰신 내용이니 간단하게 개인적인 느낌만)

 - 심수창 선발승보다 우규민 폭풍 세이브가 더 찌릿. 눈물 찔끔;

 - 김민기 보다 최동환 보니 어이구 이게 뭐여; 그저 감사. 이제 우리도 선발 - 셋업 보릿고개 탈출 좀 해 보자!

 - 이진영, 정성훈은 FA 저주의 굿판을 엎어버릴 것인가 우하하! 이진영 선취득점 송구도 좋지만 찬스에서 안타 못치고 헬멧 던지던 정성훈이 더 믿음직 스러워보이더군요. 박경수가 보고 배웠는지 삼진먹고 방망이 부러뜨리려는 동작을 취하다가 소심하게 들어가긴 했지만 ㅋㅋ

 - 양팀 다 왠 1할대 타자들이 그리 많은지;;;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이야 곧 감 잡을테니 아 살벌하겠숴요. 박병호 하는 거 보니 왠지 별명이는 올해 지나고 엘지로 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ㅋㅋ 설레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 가 있는 병규형도 생각나고 용택이가 시범경기 때 센터도 봤다던데 이런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동수횽 곧 선발 나올거 같기도 하고. 일단 4월은 기다릴 겁니다. (야수도 투수처럼 수비만 하면 안되나요 이대형 센터만 보게 하면 될 거 같은데;;;)

 - 김주찬, 조성환은 피해야 할 타자; 같이 가신 분이 롯데 라인업 보면서 '손아섭? 저 이름 보니 롯데 라인업도 구멍이 있네' 하시더군요. '쟤 손광민이에요' 하니까 '구멍 없구나;;;'

 - 경기는 뭐 이대호나 김주찬에게 감사할 따름;

얼마만에 관람 승리인지 으흑;



4. 경기 외

트윈스 걸스가 생겼더군요; 계속 나올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와이번스 걸 대항마 느낌이 물씬; 아 그리고 엘지 응원... 골수팬이지만 이노무 응원은 힘빨이 없습니다. 올해는 더구나 관중이 따라부르기 어려운 응원가나 잔뜩 만들고. 팀은 밑에서 헤매도 응원단은 꾸준히 리빌딩한 줄 알았더니 좀 문제가 많더군요. 롯데 응원 참 부럽습디다. 관중들 함께하기도 쉽고 멋도 나고 박력도 느껴지고.




5. 마지막

KBO 최강의 수질은 엘지 지정석입니다; 다만 올해는 왠 커플들이 그리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