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홍성흔(33)이 감동했다.

홍성흔은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윤석민의 투구에 왼손등을 맞아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은 홍성흔에게 그에게 잔여 경기 출전 기회를 앗아간 시련이었다. 그러나 어려움을 함께 할 가족이 있었다.

홍성흔은 15일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과 동행해 밤차로 서울에 올라간 뒤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해운대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해운대 집으로 향했다. 침실로 들어간 홍성흔은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크레파스로 삐뚤삐뚤 그린 그림에는 긴 수염을 단 남자가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홍성흔 선수 왕이다'라는 글이 적혀져 있었다. 딸 화리(5)양이 그린 그림이었다.

화리양은 아빠가 부상당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놀라서 한참 울었다고 한다. 말없이 아빠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홍성흔은 7월 24일 대구구장 올스타전에서 팬들을 위해 가짜 수염을 붙이고 출전했다. 산타클로스를 좋아하는 딸을 위한 아빠의 야구장 퍼포먼스였다. 홍성흔은 딸의 그림에 대해 "올스타전에서 아빠의 활약이 기억에 남은 모양"이라며 "그림을 보고 뭉클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는 '귀가 시간이 늦는 아버지'다. 빵점에 가깝다. 어린 딸은 대개 아빠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잠이 든다. 화리양은 지난 8일 대전 원정 중인 홍성흔에게 "아빠, 나 너무 마니마니(많이많이) 보고 싶어요. 마니마니 보고 싶어요. 아빠가 아파도 항상 여페(옆에) 같이 있쓸(있을) 거예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홍성흔은 "지금은 아빠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니 화리가 야구장 오는 것도, TV 중계를 보는 것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화리양의 그림 속 홍성흔 옆에는 의자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을 아빠를 표현한 것이다. 홍성흔은 딸과 아내를 위해서라도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아내 김정임씨의 미니홈피 제목은 '오늘부터 난 당신의 왼손… 내게 다 맡겨'다.



http://news.nate.com/view/20100823n07851
부산=최민규 기자[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