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를 한경기도 안봤죠. 그냥 박스오피스만 보고 느낀 걸 적는 겁니다.



실은 삼성을 응원했다기까진 뭐하지만, 삼성이 우승했으면 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4위로 올라간 두산이 기적적으로 우승해버리면 배가 너무 아프단 것이었죠.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하면 그건 그냥 그럴만한데 4위팀이 그렇게 많은 경기를 하고 우승해버리면 정말 기적적인거라서.

삼성이 3패 후 우승한 거 그렇게까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두산이 5,6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승했으면 그게 기적인거겠죠. 김성근 감독의 SK도 2009년 플옵만 치루고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7차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지막에 속절없이 장타를 허용하며 무너졌었죠.

정규시즌 1위가 아닌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려면 이미 1패를 안고 뛰고 있다는 생각으로 시리즈를 일찍 마무리시킨다는 각오가 아니면 힘들거 같아요.





두번째 이유는 제가 류중일 감독을 좀 좋아합니다. 이거야 이미 많이 말한거라서(특히 류중일 감독 부임 첫해)

물론 삼성의 전력이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류중일은 시즌을 길게 보는 운영을 하죠. 올해도 우승에 결정적인 장면이 엘지에 결국 1위를 내주었다가 막판 뒷심으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떨어뜨리던 장면이었잖아요. 이게 가능했던 건 물론 삼성 전력이 기본적으로 강하기도 하지만

나머지 팀들이 힘을 분배하지 못하고 일찍 소진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가야 할 때 그럴 힘이 없었죠.



이런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했던 감독인 로이스터의 롯데에서도 자주 나타나던 모습입니다. 롯데는 늘 시즌 후반에 강했죠. 그 강함이 가을잔치에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제가 wbc에서 류중일,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안일함이나 단기전 대비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는데요. 올 한국시리즈에서 류중일 감독은 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게 오승환의 긴이닝 투구와 반덴헐크(용병선발)의  불펜 투입이었는데,

전자는 좀 위험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오승환이 그 전에 길게 쉬었으니 망정이지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인식 감독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후자는 어찌보면 상황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긴 했고 맞는 판단이긴 했죠. 하지만 상황이 그랬을 뿐.
그리고 6차전에도 빠른 투수교체를 해서 성공했습니다.

이게 류중일 감독의 시즌 운영철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이건 그냥 결과론인 거라 누가 잘했다 못했다 말하기 어려운 거긴 한데,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497169


류중일 감독이 올시즌 초에 인터뷰한 겁니다. 제가 삼성에서 채럼버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사족2)모든 걸 다 이룬 삼성라이온즈. 오승환 메이저진출을 대가로 그냥 포스팅비 없이 풀어줄 순 없을까요? ㅋ 포스팅비 적어도 보내준다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