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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라고는 국 끓여 먹을래도 없는 다분히 감성적인 인간인지라 자연 글 속에도 감성적인 부분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내 인생의 2번째 Ace 이대진 선수에 대해 추억해 볼까합니다.

이대진 선수가 장가를 간답니다.
다시 아프지 않고 마운드에 서는 날까지 안간다고 하더니 장가를 간답니다.
중학교 시절의 풋풋했던 이대진 선수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당신도 나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넘어가니,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나봅니다.

타이거즈 팬들에게 뭐라 설명하기 힘든 이름 이대진...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 속에서는 잊혀져 가지만, 가슴 속에는 더욱 각인되어져 가는,
사랑하는 나의 Ace of Ace.. 이대진..

그를 추억해봅니다.

마운드를 호령하다 (1993년~1998년)

연도	방어율	경기	완투	완봉	승리	패전	세	이닝	안타	홈런	볼넷	삼진	실점	자책
1993	3.11	31	3	0	10	5	2	124⅓	113	8	63	97	48	43
1994	4.20	31	1	0	7	8	3	137	115	20	61	90	77	64
1995	2.57	24	7	2	14	6	0	168⅓	131	14	51	163	56	48
1996	2.37	31	4	2	16	8	3	159⅔	114	13	45	146	48	42
1997	3.14	28	3	1	17	6	1	180⅔	154	14	75	140	68	63
1998	3.26	28	2	1	12	11	0	179⅓	173	17	64	183	71	65

#1. 화려한 시절

1993년은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 해입니다.
타이거즈의 심장 이종범 선수와 Ace of Ace 이대진 선수가 혜성같이 등장해 준 해이니까죠.
그리고 7번째 우승까지 달성한 해이기도 하구요..^^

빠른 발과 쏠쏠한 타격, 화려한 수비의 만능 플레이어 이종범과,
리그 No.1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리그 탑클래스의 투수로써
언제나 타팀 Ace와의 대결에서는 더욱 당당했던 이대진 선수..
그들을 우리는 1993시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행복한 해였습니다.

1년차의 이대진은 제2의 선동렬감이라 불리며,
해태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줄 선수로 타이거즈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습니다.
신인이 3.11의 방어율에 10승을 찍어주었으니까요.
(우리 기주도 프로 첫 시즌인 올해 10승입니다.
앞으로 세울 20년 연속 두자리수 승수 기록의 원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기주 화이팅~!! ^^)









선동렬을 마무리로 돌리기는 했다지만,
싸움닭 팔색조 조계현,
홈런공장 공장장 이강철,
가을 까치 김정수,
꽃돼지 문희수,
마당쇠 송유석까지
당시 막강했던 해태의 선발진에
새내기가 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죠.










1994년의 이대진은 조금 부진합니다.
어쩜 그리 93년 울트라 신인 2명은 똑같이 유연성이 부족한지.. ㅡㅡ;;
종범신도 조금만 더 유연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데 이대진 선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연성 부족한 딱딱한 몸으로 윽박지르는 투구의 이대진 선수는 정말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습니다.
이렇게는 안되겠던지 김응룡 감독의 부탁으로 김성근 2군 감독이 투구폼을 교정해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됐냐구요? 아시다시피 마구마구 하늘을 날아다녔죠 뭐..
94시즌 4점대까지 치솟던 방어율이 다시 2점대로 안정되며 향후 4년간 12승 이상을 찍습니다.

95~98시즌은 팀의 에이스로써 커리어를 쌓아가며 팬들의 희망으로 자리잡은 시기였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찾아올 불행을 예상하지 못했었죠.
이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무리하게 등판시키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응룡할배가 들은척도 안할지라도 머리밀고, 1인 시위를 해서라도 아껴달라고 요구할텐데 말입니다.



#2. 그는 이런 투수였답니다.

그의 기록들을 몇가지만 정리해 볼까요?
이대진은 1995년(163개)과 1998년(183개) 두 차례 탈삼진왕에 올랐습니다.
그의 프로 14시즌동안 제대로 뛴 시즌은 딸랑 7시즌인데 탈삼진 957개로
당당히 2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1996년 한국 시리즈에서는 팀의 에이스다운 멋진 모습으로
해태 역사상 8번째 우승을 이룩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저의 사랑하는 아저씨들 조계현 선수, 이강철 선수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군요.
마지막 경기에서 외야 플라이를 잡아 우승을 확정지으며 환호하던 투수가 이대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능의 압박 때문에 제대로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럴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런 명경기에 수능의 압박이라니.. ㅡ.ㅜ



1997년 한국 시리즈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마지막 우승이기 때문입니다. ㅡㅡ;;
그 후로 10년동안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해 이대진은 17승 6패, 방어율 3.14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영광도 차지합니다.
3루수 홍현우, 유격수 이종범, 지명타자 박재용 선수와 함께 4명의 해태 선수들이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죠.
청각 장애를 안고 있던 박재용 선수는 기억조차 못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지명타자 부분에서 96, 97시즌 연속 골든 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그후로 타.이.거.즈.에서 4년간 골든 글러브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해 내지 못한 것 역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죠?






이대진은 9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과 4차전에서 승리를 찍어주며 해태 역사상 9번째, 자신의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그리고 5차전은 다들 아시다시피 故김상진 선수가 최연소 한국시리즈 완투승을 기록하기도 했죠.


1998년 5월 14일 현대전에서는 10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웁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고, 앞으로도 좀 깨기 어려운 기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98년은 해태 왕조의 붕괴가 시작되는 해였기에 그의 10타자 연속 삼진 기록은 우리 팀의 이대진이라는 선수만큼이나 소중한 기록으로 기억됩니다.

이대진은 왜 바보같이 아픈걸 숨겼을까요?
아무리 그 때는 다 그랬다지만 그냥 태업해 버리지 그랬니? 응?
이미 98년부터 어깨 통증을 느꼈다는데, 그의 활약에 미소짓고 있는 팬들 뒤에서 아파했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3. Ace of Ace

위에도 썼듯이 그는 당대의 No.1 투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운드 위에서 상대편 에이스와 붙어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투수였음은 분명합니다.

그의 별명도 타팀의 Ace와의 대결에서는 대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붙여준 것입니다.
굳이 열거치 않아도 타팀 Ace들과의 대결에서는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죠.

Ace of Ace라는 칭호는 왠지 이대진만의 것인듯하여
타팀 팬들이 타팀 투수에게 그런 표현을 사용하면 많은 타이거즈 팬들이 거부감을 일으키곤합니다.

타이거즈 팬들의 이기심이지만,
이대진 선수가 지금 오랜 기간동안 계속 재활의 과정을 겪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애틋함까지 더해져서 언젠가는 돌아올 그를 기다리며
그의 별명만이라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겁니다.

다시 돌아올지 못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팬들의 마음인게지요. ㅠ.ㅠ

해태의 몰락.. 그리고 이대진(1999년~)

 

연도	방어율	경기	완투	완봉	승리	패전	세	이닝	안타	홈런	볼넷	삼진	실점	자책
1999	2.45	1	0	0	0	0	0	3⅔	3	0	4	0	1	1
2000	3.17	37	1	0	8	6	13	105	96	12	47	117	41	37
2003	9.45	4	0	0	1	1	0	13⅓	18	3	8	13	15	14
2004	10.57	3	0	0	0	1	0	7⅔	9	4	9	7	11	9
2006	18.00	1	0	0	0	0	0	1	3	1	1	1	2	2
total	3.23	219	21	6	85	52	22	1080	929	106	428	957	438	388

98년부터 해태의 몰락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해태 야구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종범 선수가 일본으로 꿈을 찾아 떠나버렸고,
응룡할배도 웃음을 잃으셨죠.
그나마 98년은 아직까지 강철 아제, 창용이, 정면형님이 계셨기에 좀 나았지만, 99년부터는... ㅡㅡ;;



#1. 그래도 우리는 두려웠습니다.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은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해태팬들은 그래도 아직은 두려웠습니다.

선동렬, 이종범, 임창용, 이강철, 그리고 따랑하는 응룡할배..
시간차는 있었지만, 모두 다 떠났고 해태 왕조는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반드시 지켜내야 할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수들이 떠날 때마다,
아니? 선수들을 팔아먹을 때마다 가슴에 대못이 박히던 팬들은 오히려 새로운 구단이 나타나
타이거즈를 인수해 주기를 바랄 정도로 가슴 저리던 시기였습니다.
더이상은 빼앗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마지막 하나의 자존심은 있었습니다.
또 언제 빼앗길지 두렵지만, 그래도 지켜내야할 보물이 있었습니다.
타팀의 끈길긴 트레이드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팔지 못했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이대진이었습니다.

그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해태 정기주 사장은 타구단 사장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대진의 트레이드는 없다고 천명할 정도로 정말정말 최후의 보루였던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가 아프다더라구요.
재활을 해야한다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볼 수 없다더라구요.
그를 기다리며 그렇게 1999년을 보냈습니다.



#2. 재활과 재활의 연속

1999년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이대진은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합니다.
98년부터 통증을 느꼈는데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지겠지 하며 참고 던졌다고 하는군요.
덕분에 99년을 꼬박 재활로 보냈습니다.

99년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2000년 마운드로 돌아온
우리의 Ace에게 가난한 해태구단은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으실 짓거리를 하십니다.
아파서 1년을 쉬었으니 연봉을 반으로 깍겠다는거지요.
그리고는 너덜너덜한 옵션 조항을 붙여서는 니가 열심히 한 만큼 벌어가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시죠.

해태 구단께서는 전년도의 딱 절반인 5천 5백만원의 연봉에 선발 1승당 1천만원, 1구원승과 1세이브마다 4백만원의 옵션을 붙여 주십니다. ㅡㅡ;;
아마도 제가 최초로 해태라는 구단에 신물을 느끼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울 무등산 폭격기를 팔아먹었을 때에도 의심해 본적없는 사랑이었건만...

암튼 이대진은 이를 악물고 던지더만, 그 해 8승과 13세이브를 기록했고,
98년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챙겨갔죠. (유쾌! 상쾌! 통쾌!는 잠시였고, 반전이 있더군요. ㅜ.ㅠ)
덕분에 모두 그가 부활한줄 알았으나,
해태 구단의 그와 같은 처사가 이대진이라는 한 선수의 야구 인생을
완전히 끝장내 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머지않아 알게 됩니다.

2000년은 '투수 이대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해였습니다.

'만약'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만!약! 겨우 부상에서 돌아온 우리 Ace에게 그렇게 가혹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대진이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몸관리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또다시 부상의 수렁에 빠지는 일은 없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항상 마음 한편에 묻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0 시즌이 끝난 후 이대진은 미국까지 뱅기타고 슝~ 날아가서는 수술을 합니다.
그리고도 그 후로 2차례나 더 총 3번의 수술을 하게되죠.
그의 어깨가 닳아 있었다는군요.

닳아있다.. 닳아있다.. 닳아있다.. 닳아있다.. 닳아있다.. 닳아있다.. 닳아있다.. 닳아있다.. ㅜ.ㅠ






그의 프로 14시즌동안 총 7년을 재활만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한번씩 등판하기는 했지만,
완치되지 못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서고 싶은 욕심에 등판한 그의 조급함이 불러온 결과는 또다시 긴 재활이었습니다.
좀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완전해지면 올라오십시요.
조금함이 당신에게 또다시 긴 좌절을 불러올까 염려가 됩니다.
지금까지 7년을 재활했나요? 앞으로 7년을 더 못 기다릴까요?



#3. 엇갈리는 진흥고와의 인연

타이거즈는 왜이리 진흥고 선수들과 안 맞는건지요?
이대진, 김상진, 사자가 된 창용이, 나쁜 시키 김진우, 정영일.. 모두 진흥고 출신 선수들입니다.
뛰어난 투수들이 많이 배출되는 진흥고이지만, 타이거즈와는 엇갈리기만 합니다.

이대진..
긴 말이 필요없죠. 그저 눈물만.. ㅠ.ㅠ


임창용..
이젠 타팀에서 뛴 시간이 더 많아 내 새끼보다는 남의 새끼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선수지만,
90년대 후반만해도 임창용 선수의 마구(?)에 위안을 얻곤 했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내 품에 있을줄 알았건만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김상진..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는 비어있는 No.11의 주인입니다.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그는 저보다 훨씬 어린 얼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상진 오빠라고 부르지 않을테다. ㅜ.ㅠ
투병 생활 끝에 끝내 하늘나라로 가버린 김상진 선수.

이대진 선수가 꼭 부활해서 상진이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의 백넘버 26번을 내려놓고 11번을 달았을 때 우리는 모두 그 약속을 지켜줄거라고 믿고 있었죠.
그러나 지난해 이대진은 더이상은 부끄러워서 달 수 없다며 상진이의 11번을 내려놓았고,
그 약속을 아직까지는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번으로 비어있는 11번의 주인이 다시 이대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상진 선수, 비록 육신의 생명은 끝났지만, 타이거즈 팬들의 기억 속엔 영원히 살아있을겁니다.



김진우..
모든 타이거즈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입단한 선수입니다.
이대진 이후로 무너져 버린 토종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줄 선수라고 굳게 믿었던 선수입니다.
팬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썬의 18번을 배정받기도 했었으니 말 다했죠.
기대만큼 못해주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아직 그는 너무도 어리고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마운드에서 보낼거라 생각되기에
진흥고와의 악연을 끊어줄 선수라고 믿고 있습니다.
진우야! 니가 진흥고 저주 깨줘야 해.. 니가 해야해.. 너여야만해..
꼭! 너여야만해.. 힘내야해 진우야..
우리 눈물의 의미를 너는 알아야해.. 꼭! 김진우여야합니다.


정영일..
손 안에 쥔 모래처럼 스르르 사라져버린 정영일 선수.
기아팬들에게 엄청난 기대만 주고, 1차 지명권도 날리고, 천사네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진흥고 선수들은 대체로 기독교인이 많은가 봅니다.
한 명은 하늘나라, 한 명은 천사네 집. ㅡㅡ;;
정영일 선수 때문에 향후 진흥고와 기아와의 사이에서 괜히 엄한 어린 선수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영일 선수도 이왕간거 차가운 호박 선수를 능가하는 선수로 성장해 주기를 바랍니다.



#4. 타자 전향

2002년 5월의 어느 날 타이거즈 팬들이 다 뒤집어질만큼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김성한 감독과의 면담 끝에 이대진이 타자 전향을 시도한다더군요.
마음 한켠이 시큰해 졌지만,
너는 죽어도 투수여야 한다며 바락바락 우겨보고도 싶었지만,
기왕 본인이 선택한거 잘되길 바란다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진흥고 시절도 4번을 쳤던 선수이고,
투수 시절 장난삼아 치던 프리배팅 때도 뻥뻥~
홈런을 날릴 정도로 타격 재질 역시 좋은 선수인데다가,
타자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성한 감독의 권유였기에 내심 기대도 했었습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세요)

그렇게 "나 타자 전향한다." 선언하더니
며칠만에 1군 올라와서는 경기 중반 이후 대타도 아닌
첫번째 타석(김태룡? 맞나?)부터 대타로 출장하며 사람들을 놀래켰죠.
1군 무대 첫 타석이었던 그날이 5월 23일이었나요?

36타수 3안타, 타율 8푼3리.. 물론 타자 전향은 실패였죠. ^^;;
하지만 그 짧은 외도 기간동안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름하여 잠실대첩.. 두둥~

2002년 7월 27일 잠실 엘지전.
제 인생의 명경기 Best 10 안에 들어가는 경기입니다.
그 날 경기는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참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스릴있는 경기에서 찬스 상황, 6회 1사 만루에서 이대진이 대타로 등장합니다.
솔직히 아무도 이대진이 나올거라고는 예상못했죠.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김성한 감독님의 대타를 고르는 동물적인 감각을 믿어보기로 했죠.

그가 타석에 들어선 순간 모든 타이거즈 팬들이 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도 두 손을 모으고 기립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팬들이 마음을 모아 '이대진'을 외쳤습니다.
뭐.. 그 순간 성적이 중요했겠습니까? 그냥 이대진이 타석에 섰다는 사실이 중요했지요.

사실 이날 경기는 좀 흥미로운 경기였고, 꼭 이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이 때까지 타이거즈가 특정 구장 상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우고 있었거든요.
삼성이 도원구장을 상대로 세운 특정 구장 상대 14연승과 타이 기록이었습니다.
이기면 잠실구장을 상대로 특정 구단 상대 신기록 15연승을 세우는 경기였기에 꼭 이겨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이대진이 나오는 순간 이미 승패는 다 잊어버렸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이대진은 상대 투수 이상훈에게 헛스윙을 2번 연속하더군요.
뭐.. 괜찮다니까요. 이겨야하는 경기에서 중요한 찬스였지만, 찬스는 다음에도 오겠지요.
찬스 상황인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대진 타석이었으니까요.

탕~! 이게 뭐야? 하는 순간 3루타가 터졌습니다.
이상훈을 상대로 싹쓸이 역전 3루타!!!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함께 간 친구를 부둥켜안고 울며 이대진을 불렀습니다.
이대진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그가 대타로 나오는 타석이라도 보려고
그 날 따라 엄청나게 3루를 채웠던 타이거즈 팬들은 다 광란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하이파이브하는 사람, 만세 삼창하는 사람, 방방 뛰는 사람,
우는 사람, 멍하니 그라운드만 쳐다보는 사람.. 심지어 기도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대진 한 선수가 잠실벌을 한번 들었다 놓았습니다.
그 날의 잠실벌의 열기를 잊지 못 할 겁니다.


어쩌다가 한 번 친거 가지고 난리는..??이라고 하신다해도 어쩔 수 없지만,
이대진이었기에..!! 끝까지 야구를 놓지 않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재활의 노력을 기울여온 이대진이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른 것입니다.



#5. 포기할 수 없습니다. 포기가 안됩니다.

얼마전 9월 3일 문학 SK전에서 이대진 선수가 등판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2년 4개월만의 등판이었습니다.
확대 엔트리에 겨우 껴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시험등판하는 그였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팬들도 그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순간부터 만약 그가 등판하면 기립박수를 쳐주자며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그의 투구 하나하나가 그저 소중하고, 그를 마운드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지켜볼 수도,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도 없었습니다.
두손을 모으고, 간절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을 담아 그를 응원해 주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어이 홈런을 하나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그였지만, 팬들은 한마음으로 그를 향해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해 주었습니다.


윽박지르던 투구는 간데없고,
140대 초반에서 130대 후반을 오고가던 직구와
볼끝 무뎌진 130대 중반의 변화구를 힘겹게 던지는 모습에서 오히려 감동을 느낍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6. 이대진 선수에게...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습니까?
그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당신을 변함없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당신은..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인고의 아픔을 상징하는 사람,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사람,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추억하게 해주는 사람,
3번의 우승의 순간을 함께한 사람,
영원한 Ace of Ace로 기억될 사람입니다.

언젠가 다시금 마운드를 호령할 이대진 선수를 기다립니다.
단지 기대만으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 기대마저 저버리기엔 너무도 아프고 서러웠던 시절을 함께 겪어오며
한줄기 희망이 되어준 당신이였으니까요.


꼭! 다시금 자랑스레 No.11의 유니폼을 입어 주십시요.
당신이 마운드 위에서 은퇴하는 날, 기쁜 마음으로 광주까지 달려가겠습니다.




당신에게 마지막 부탁이 있습니다.
재활에 성공한 당신이 타이거즈의 V10의 순간에 마지막 타자를 처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김상훈 선수와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믿고 기다려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하실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리운 추억이며, 동시에 현재이고,
당신은 안타까운 아픔이며, 동시에 간절한 바램입니다.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대진이기에.. 이대진때문에.. 이대진이라서.. 이대진이므로.. 기다립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라도..



그의 인터뷰 기사 중 일부를 발췌해서 글을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1군이든, 2군이든 마운드에 서는 걸로 만족한다. 2, 3년 전만 하더라도 욕심이 앞섰다.
과거에 얽매였다. 하지만 지금은 욕심보다는 야구를 즐기고 싶다. 부상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다.
1년 정도라도 부상 걱정없이 던지고 싶다. 그 뒤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저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던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

"예전에는 내게 야구는 인생의 전부였다. 잘 할 수 있는 게 야구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잘 하고 싶었다.
정말 50살, 60살이 돼서도 야구만 하고 살 것 같았다. 그러나 부상이 찾아오고 재활이 길어졌다.
사람이 그런 것 같다. 한창 좋을 때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면 끝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행운아다. 지금 내게 야구는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을 오랫동안 가져가고 싶다. "















오늘 대진성님 등판일이라서....
제가 어느날 아침 호사방 갔다가 하염없이 울기만 했던 글 퍼왔어요....
자주 퍼다날랐던 글이예요 ^^

별로 기대 안되나요...
저는 그 누가 승리투수 되는 날보다.
대진성님이 승리투수 되는날이 더 기쁘고 즐겁습니다.

-3승 남았어요.
아프지 않았더라면 진직 해치웠을 100승.

오늘 꼭 선발승 기원합니다 ^^



재활의 달인. (ㅠㅠ)
아...
선수로서 정말정말 오래오래 보고싶은데..
투코로, 경험이 부족한 우리 얼힌이 선수들에게 본인의 실수와 실패,
그리고 극복에 관한 얘기를 해주는 이대진도 역시 설레네요..

석민이랑, 병두랑 대진성님한테 모두 겨울편지를 보내겠다고 했던 기억도 나고요 ^^



ACE OF ACE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