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직관했습니다. 외야에 혼자 앉아서 커피마시면서 관람했네욤. 주변엔 온통 아저씨들뿐 ^^ 이종욱 김현수 팬들이 외야펜스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걸 빼면 여자팬들은 외야에 별로 없더군요.

오늘까지 4번 야구장을 갔는데, 모두 이겼습니다. 직관성적이 좋군요. 매번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경기만 가서 그런지 매번 별긴장감없이 한가로이 경기를 즐겼고, 오늘도 입장하기 전에 벌써 2점을 뽑은 상태였던지라 편안하게 관람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상황에 집중하기보다는 넥센과 두산의 차이를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넥센과 두산은 순위가 크게 벌어져있고, 그 순위만큼 오늘 큰 점수차가 났습니다. 경기를 보며 두 팀의 차이를 그리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는데, 바로 제구력과 선구안의 차이가 두 팀의 차이를 결정하더군요.

두산의 타선은 25경기 동안 112개의 볼넷을 얻고, 158개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이에 반해 넥센의 타선은 27경기 동안 100개의 볼넷을 얻고, 190개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두산의 투수진은 170개의 삼진을 얻는 동안 단 74개의 볼넷만을 내주었고, 넥센의 투수진은 182개나 되는 삼진을 얻었지만 볼넷의 갯수는 두산의 그것의 두배에 달하는 141개를 내주었습니다. 시즌 내내 두산의 타선이 넥센에 비해 삼진을 덜 당하고 볼넷을 더 얻어내며, 두산의 투수진이 삼진을 덜잡았지만 볼넷은 극히 적게 내주었습니다.

이는 두산의 타선과 투수진이 각각 선구안과 제구력에서 월등히 앞서있다는 것을 가르키며, 이러한 것의 결과는 두산은 161점을 얻어내는 동안 114점을 내준 반면, 넥센은 105점을 얻는 동안 148점을 내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시즌 내내 보여준 두 팀의 경향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넥센은 번사이드가 1.2이닝 동안 모두 5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총 8개의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였습니다만, 두산은 5개를 내주는데 그쳤습니다. 경기 후반 공격템포가 빨라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넥센이 경기 초반 내준 대량의 볼넷은 뼈아팠습니다.

두산 타자들은 탄탄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끈질지게 볼을 골라내고 커트해내며 넥센의 투수진을 괴롭혔습니다. 번사이드가 1.2이닝 동안 56구를 던지는 등 네 명의 투수가 205개의 투구했습니다. 두산 타자가 44번 타석에 들어섰으니 한 타석 당 4.65개를 던지게 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넥센의 공격은 성급하였습니다. 두산의 투수진은 넥센의 38타자를 상대로 138개의 투구를 기록하였습니다. 넥센은 한 타석 당 3.63개의 투구를 하게끔 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넥센과 두산의 제구력과, 선구안, 그리고 끈질김의 차이는 점수로 드러났습니다. 12:5. 두산의 점수를 냈던 것이 대부분 홈런에 의존한 것이었지만, 넥센의 투수를 지치게 한 것은 타자들의 선구안과 끈질긴 태도였고, 이는 결국 두산의 타자들이 넥센투수들로 하여금 타자들이 원하는 공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두산의 힘은 타선의 경우 장타력과 정교함 이전에 선구안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며, 투수의 경우 빠른 승부를 하며 제구력을 바탕으로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넥센은 두산이 가진 것들을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넥센 투수들이 제구력을 갖추지 못하는 이상 좋은 성적을 거두긴 힘들어 보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투구를 하면 팀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고, 경기가 늘어져 무기력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넥센의 투수들은 보다 많은 삼진을 잡으로 노력하기 보다는 볼넷을 줄이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넥센 타자들은 더욱 끈질겨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성급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하는 대신 보다 많은 공을 보며 상대 투수를 지치게 만들어야 합니다. 넥센 타자들에게는 홈런보다 볼넷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두산과 넥센의 차이는 홈런의 개수나 삼진의 개수의 차이가 아닌 제구력과 선구안의 차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넥센의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제구력과 선구안을 가다듬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