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리 갈 생각이 없었죠. 두산 경기 사람 많을 거 분명한데 표도 예매안했으니 

근데 갑자기 어릴 때부터 한화 같이 응원하던 친구놈 중 한놈이 사업차 잠실간다고 끝나고 야구를 보자는 겁니다. 집이 부천이라 잠실 생각하면 먼데, 차 얻어타고 다녀올 수 있으니 좋죠~~ 그래서 다녀왔는데. 

4시반에 도착했는데 매표소에 줄길이가 으아... 엄청 길더군요. 뒤쪽 잘 안보이는 매표소가니 사람이 없긴 했는데, 내야측 붙은 자리는 아예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야구 인기가 엄청나더군요. 찬호형 효과도 있겠죠. 하여간 이런 경험은 처음해보네요. 매표 시간 거의 맞춰서 가니 내야석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외야에 자리맡았는데, 내야 예매탓인지 외야가 먼처 찼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 경기가 시작하자 매진되었다는 걸 한눈에도 알 수 있겠더군요. 계단에도 앉고 아예 돗자리를 준비해온 일행들도 많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아보이더군요 외야 맨 뒤에 돗자리 깔고 편히 앉고 편히 먹고. 

뭐 그날의 스타는 무조건 찬호형이었죠. 외야에서 몸풀때도 환성! 근데 다만 ㅋㅋ 선배 안승민 선생님과 너무 스타일을 비슷하게 하셔서 안승민이 배트 안들었으면 잘 구분이;; 선글래스 색 조합까지도 똑같던데 ㅎㅎ 

뒤에서 박찬호 투구폼을 보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도 많이 TV를 통해 보던 박찬호의 투구모습. 게다가 이제 내야진과 호흡이 맞아가는지 견제사도 잡고 1회 큰 위기 후 어려움 없이 7회까지 막는 모습이 전성기를 연상시킨달까요? 달랐던 건 어제는 쓸데없는 볼넷이 적었다는 거 ㅎㅎ

이용찬은 롱토스할때랑 1회만 봤을 땐 컨디션이 엄청 좋은 줄 알았습니다.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해서, 여유도 있어보이고 가볍게 던지면서도 공도 낮게 잘깔리더군요. 웅크린 투구모션에서 나오는 낮은 탄도가 선동열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근데 김태균과 어려운 승부 이후 2루타 맞은 이후, 최진행에게도 안타를 맞자 크게 흔들렸고, 실책이 몰려나오면서 그게 경기를 결정지었습니다. 

사실 45번이 찬스를 만들고 그 이후 6789번이 너무 무력했는데, 한감독의 작전이 역으로 작용했고 -_-

특히 하주석... 나올 때마다 삼진 확신이 들 정도였;;; 저런 맥아리 없는 스윙으로는 절대 못치죠. 기술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보는데, 김용달이 얼마나 수습할지 지켜보렵니다. 사실 별 기대는 안합니다. 엘지 선수들 역시 같은 심리적 안정이 필요했었는데, 거기에서 김용달이 효과적인 대처를 했다고 생각안하거든요. 키스톤 호흡은 괜찮더군요. 확실히 센스가 좋아서인지 수비시 당황하는 모습이 별로 안보여요. 타격은 그냥 아무 말 안하고 수비나 잘하라고 하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어제는 얘한테 찬스가 너무많이 갔;;;

김진욱 감독, 박찬호에게 1승 선물할 때 못 칠 공 아니라고 인터뷰 했던 게 기억나는데,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듯 어제 박찬호에게 완전히 막혔어요. 박찬호는 타고난 곰사냥꾼인 걸까요? 컵스 상대로도 메이저 커리어 첫승을 거뒀고 늘 강했었는데. 특히 크지 않은 점수차에서도 낯선 이름의 불펜진이 올라올 때는 두산 응원측에 패배감이 자리잡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종욱, 김동주를 차례로 내보낸 건 안좋은 수였다고 생각해요. 주자있는 상황이었다면 몰라도, 주자도 없었고 가볍게 범타로 마무리되는 바람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가라앉던데;;;

정재훈이 곧 올라올텐데, 결국 임태훈을 불펜으로 다시 보내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어보이는데 두산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궁금해지네요. 

외야에서 봐도 김태균이 타석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의 위압감은 대단했어요. 김태균 타석마다 관중석이 술렁이는 것도 눈에 확연하고요. ㅋㅋ 그래서 김태균 대신 이학준이 찬스에서 대타로 나왔을 때는 ㅋㅋㅋ 

박정진은 어제 이후 확실히 살아나는 모습이었고, 바티스타 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세레보니도 따라하구요 ㅎㅎ 

특히 박정진 슬라이더 각이 살아났더군요. 저러면 직구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도 잘 막아줄 겁니다. 

어제는 승리조 3명이 거의 완벽하게 돌아간 첫 날이었다는 의미도 컸어요. 박정진은 본인 에러 아니었으면 세이브였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