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엔씨가 1차전을 이길 경우 5차전까지 간다고 예상했던 이유는, 해커 - 보우덴 대결이 예상되었던 3차전이 엔씨에게 많이 유리한,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엔씨가 3차전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가져갈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선발 대결에서 유리한 경기이기 때문에, 엔씨는 3차전에서 이기는 수준을 넘어 '해커로 버티면서 불펜진(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민호와 임창민. 원종현과 김진성은 이미 준플에서부터 방전된 모습이 나왔다.)에 휴식을 주는 운영을 도모할 것이라고 보았고, 그게 되면 엔씨가 승산이 있지만 안되면 거기서 끝이라고 보았다. 엔씨에게 있어 3차전 해커 등판은 시리즈 전체의 키이자 승부의 분수령이었고, 역으로 그 때문에 엔씨는 해커가 대량 실점하는 모습을 손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사실, 거기서 낼 투수도 없었다.) 그리고 3차전의 패배와 함께 엔씨의 가을도 끝났다. 4차전은 단지 그 패배를 확인하는 경기였을 뿐, 설사 4차전에서 기적과 같은 승리를 했더라도 엔씨가 5차전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대로 두산은 플옵에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솔직히 1차전에서 실책 남발 끝에 불펜이 무너지면서 대패했고, 2차전에서 선발이 그렇게 홈런을 두들겨 맞은 후 내려간 뒤라면 흔들릴 만도 한데 두산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그렇게 잡은 시리즈의 주도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두산의 승리 이유는 사사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1차전(두산 6, 엔씨 4)을 제외하면, 두산 투수진은 3 경기에서 9개의 사사구 만을 내어준 반면 엔씨는 27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2차전에서 장원준이 4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6점으로 끊을 수 있었던 이유도 사사구를 억제하며 주자를 모아 놓지 않았던 부분이 컸고, 반면 엔씨 투수 들은 사사구로 주자를 쌓은 후 장타로 그 주자 들을 들여보내줬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상대할 기아 투수들 역시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2. KS 예상

  기아는 엔씨보다는 두산과 비슷한 팀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아는 선발이 더 강하고 수비와 백업이 약한 두산이다. 세부적인 부분을 따지자면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양 팀 모두 기교 보다는 힘으로 승부하는 팀이다. 이런 팀이 맞붙으면 양상은 뻔하다. 서로 정면 대결해서 먼저 물러서는 쪽이 진다.(두 팀 모두 불펜이 약하기 때문에 후반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정규 시즌 양 팀의 맞대결 16 경기 중 불펜이 공략 당해 역전된 경기는 단 두 경기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일단 유리한건 기아다. 어쨌건 투수 들이 더 많이 쉬었고, 소모되지 않았다. 플옵에서 확인된 두산 선발진의 상태는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아 입장에서는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고 해서 불리할게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경기 감각의 회복과 평상심이다. 한국 시리즈에 직행한 팀은 일반적으로 첫 두 경기 정도까지는 경기 감각이 시즌 때보다는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였고, 아마도 기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건 경기 감각이 떨어져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초조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평상심까지 잃으면 반드시 실수가 나오고, 실수가 나오면 이길 수 없다. 두산이 1차전을 패하고, 2차전도 중반까지 끌려다닌 이유도 수비에서 여러 차례 나온 실수 때문이었다.

  두산은 적어도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해보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 심지어 선발진이 메롱이었던 15년도 조차도 1, 2선발은 걱정하지 않았다. 니퍼트의 플옵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한 번 등판했다. KS에서의 니퍼트는 플옵에서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 2차전에서 홈런 네 방을 맞은 장원준과, 여전히 자기 구위를 찾지 못한 보우덴도 문제. 결국 불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보지만 불펜 최대의 카드 함덕주는 이미 플옵에서 100구를 넘겼다. 김승회, 이용찬, 그리고 기아의 얼마 없는 좌타자를 상대하게 될 이현승이 제 몫을 못해준다면 두산은 기아를 상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조차도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4 경기 50점을 낸 타선은 잊자. 기아 투수진은 푹 쉰 만큼 생생할 뿐더러, 단기전에서 타격은 가장 믿을 수 없는 팩터다.

3. 양 팀의 키맨

  기아: 최형우, 심동섭

  두산은 김재환* 이 못 쳐도 대량 득점이 가능한 팀이지만, 기아는 최형우가 못치면 득점력이 절반 이상 감소된다. 기아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진의 우위를 살린 저득점 경기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두점 싸움을 하기엔 불펜이 역시 불안하다. 최형우가 15년 KS 같은 타격을 보여주면 기아가 15년 삼성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플옵 예상에서도 말했지만, 기아의 좌타자가 버나디나, 최형우 (+서동욱) 정도인 반면 플옵에서 봤다시피 두산은 맘 먹으면 라인업의 70%를 좌타자로 도배할 수 있는 팀이다. 기아의 좌완 셋업인 심동섭(+ 좌완 불펜)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돌아보면, 엔씨가 두산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이유도 결국 구창모로 대변되는 엔씨의 좌완 불펜진이 1차전을 제외하면 두산 좌타 라인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두산: 양의지, 이용찬

  플옵에서 양의지의 빈 자리는 박세혁의 맹활약 덕에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KS에서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사실 양의지는 포수로서보다 타자로서 두산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민병헌, 박건우와 함께 두산 우타 라인의 중핵이기 때문이다. 에반스가 플옵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두산 타선의 좌우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서 양의지의 존재감이 더 중요해졌다. 포수로 나오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해도 지명 타자 출장도 고려해볼만 하다.

  함덕주는 플옵에서 '두산의 앤드류 밀러'가 되어 주었다. 김강률 역시, 비록 전혀 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등판이긴 했지만 2 이닝을 간단히 막아내며 포스트시즌 데뷰를 끝냈다. 이제 두산 불펜에서 중요한건, 함덕주와 김강률 사이를 이어줄 가교다. 플옵에서와 같이 함덕주가 계속 20+ 투구로 멀티 이밍을 먹는 전략을 이어나갈 수는 없다.(그러다 함덕주가 먼저 방전할 것이다.) 이용찬(혹은 다른 누군가라도)이 함덕주의 부담을 줄여주지 못한다면 결국 불펜 붕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4. KS 예상

  기아로서는 원투펀치가 등판하는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팀 내에서 두 명의 비중은 절대적이거니와, 원투펀치가 나온 경기에서 두 투수가 부진할 경우 성적이 썩 좋지않기 때문에(기아 정규 시즌 원투펀치 QS 실패 15 경기 성적 4승 11패) 둘 중 하나라도 부진할 경우 우승은 어렵다. 두산의 경우 김태형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전력 활용이 대단히 유연해진다는 점, 두산 불펜이 플옵에서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현승 제외)을 고려하면 선발이 흔들릴 경우 5회 이전 강판도 각오하며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기아 선발 vs 두산 불펜의 양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기아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다만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4차전이 원정이라는 점은 기아에게 불리하다. 만일 두산이 시리즈 첫 두 경기를 모두 잡거나, 혹은 한 경기만 잡더라도 기아 타선을 합계 6점 이하로 묶을 수만 있다면 잠실에서 끝날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마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기아가 v11을 달성할 것이다.

예상: 두산 4 - 2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