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허허, 그냥 웃어야지요. "

홍성흔(31)의 롯데행에 대해 김경문 두산 감독은 허탈한 웃음부터 지었다.

김감독은 야구계를 강타한 홍성흔 롯데의 FA계약 소식을 접한 것은 발표 한 시간여가 지난 후였다. 당시 김감독은 스포츠채널의 올시즌 프로야구 결산 녹화 중이었다.

녹화를 마친 김감독은 CBS와 통화에서 홍성흔의 롯데행에 대해 " 이제 우리 선수가 아니네. 그냥 웃어야지요 " 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이어 " 홍성흔만큼은 구단이나 나나 무조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사실 홍성흔은 김감독과 다소 묘한 관계에 있기도 했다. 홍성흔은 지난 1999년 데뷔 이후 10여년 간 두산의 주전포수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 오른발목과 팔꿈치 수술 등의 여파로 주전을 후배 채상병에게 내줬다.

김감독은 " 홍성흔이 타격 재능을 발휘하도록 1루수 전향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 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포수 출신인 김감독은 수술 등으로 도루 송구능력이 떨어진 점을 염려한 것.

하지만 홍성흔은 포수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FA 자격을 얻어 '포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올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연봉 협상 마감시한을 넘긴 홍성흔은 3억 1,000만원에서 1억 8,600만원으로 삭감당했고 올시즌 포수 은퇴를 선언했다.

김감독은 그러나 " 얼마에 계약했느냐 " 고 묻는 등 관심을 보이면서 " 홍성흔은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 고 밝혔다. 이어 " 어떻게 하겠나. 롯데가 대단한 목표를 세우고 내년을 준비하는 것 같다 " 고 입맛을 다셨다.

전력 누수에 대해선 세대교체로 극복할 뜻을 드러냈다. 두산은 일본 야쿠르트행이 확정된 좌완 이혜천에 이어 홍성흔까지 이탈했다. 김감독은 " 내년은 리빌딩으로 가야 할 것 같다 "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