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절이라도 하시지 그랬냐는 말에..

그럴 틈도 없었다는 주장님.

마지막 아웃카운트 나올 때까지 모두 다 같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정말 정말 힘겹게 연패를 끊었다.

16연승보다 더 어려울 16연패. ㅡㅡ;;

연패 끊었다고 내일 당장 프로야구 판도가 바뀌는 것도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김용희 위원의 얘기처럼 위기는 또 오고 기회도 오고.. 그렇게 남은 KIA의 시즌은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연패를 통해서 KIA의 고질적인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 문제점을 어떻게 푸느냐가 앞으로 KIA에게 주어진 큰 숙제다.

결코 KIA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위기다. 팀으로도 그렇고 선수 개인들에게도 그렇고.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는.. 지난 악몽같던 시간을 곱씹으면서 설계해야할 것이다.

백업과 주전의 격차. 3년 동안 반복됐던 얘기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쓴 얘기지만 슈퍼스타와 스타와의 차이가 있지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 모두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은 갖추고 있다. 그걸 어떻게 다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게 강팀이 되는 요건이자 능력이다.

정말... 자원이 없다면 ... 스카우트팀의 무능을 꼬집어야 되나. 가장 다양하게 치밀하게 선수를 관찰하고 뽑는 게 스카우트팀의 역할이다. 원석들을 어떻게 다듬느냐의 역할과 책임은 코칭스태프 몫이다.

앞으로 모습은 지켜보면 되는 것이고..

경기 끝나고 최희섭은 무슨 우승이라도 한 분위기라면서 너털 웃음이다. 그러면서.. 난 한 게 없네.. 라고 조용히 한마디 더한다.

흠.. 한화와의 경기.. 주목할 선수로 최희섭을 꼽아놨는데.. 이러다 나 김펠레 되게 생겼다. 힘 좀 내주세요~

누구보다 속이 타고 답답했을 주장은... 연패를 하면서 제 몫을 못한 것 같아서 팬들에게 너무 죄송스럽단다. 주장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포수로서의 역할을 못한 것 같다고. 왼쪽 다리에는 아이싱을 한 채로.. 오늘은 잠 좀 푹 주무시려나.

수훈선수 인터뷰 하는데 선수단 미팅있다고 다들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덕아웃에 양현종 안치홍 두 선수가 앉아있다.

양현종 오늘 풀 카운트 승부가 많았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전광판에 이종범 선수의 2000안타 축하를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가슴이 찡해졌단다. 내가 못하면 이대로 선배님의 대기록이 흘러가버리는구나 .. 이 생각에 마음을 다 잡았다는 양현종.

다승 공동 1위 복귀 축하드리고... 앞으로 볼은 좀 자제.. 를... ㅎ

안치홍은 자신의 수비 덕에 다승 1위를 했다면서 큰 소리다. 그것 못 잡았다면 양현종 1승이고 뭐고 필요없이 지금쯤 여기에 앉아서 고개숙이고 울고 있었을 거란다.

지난번 광주 경기에서 세상을 떠난 팬을 위해 공을 던지겠다고 했던 양현종. 이날 경기가 패배로 끝난 뒤 덕아웃에 앉아 눈물을 흘렸었다.

9회 역전 찬스 때 공을 허공에 날려버린 안치홍도 반대쪽에 앉아서 돌이 되어 있었다. 헬멧을 그대로 손에 든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를 뜨지 못했던 안치홍이었다.

오늘은 밝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있다.

안치홍이 계속해서 호수비를 강조하자 양현종이 밥을 사겠다고.. 밥먹으러 가자고 그런다.

거절당하고 돌아서는 양현종, 자신만 나오면 안치홍이 잘 뛴다고 하자.. 안치홍은 양현종만 마운드에 있으면 방망이가 안 터진다고 대꾸한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두 선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더 견고한 선수가 되기를..

안영명의 시원시원한 투구는 변함없이 좋다.

삼진을 잡기는 했지만 공이 높게 가운데로 들어 가면서 스릴 두 배.

KIA 불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안영명. 마운드에서는 그렇게 시원시원한 안영명.. 그라운드 밖에서는 소녀 같다. 아직 팀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고.. 연패복(?)은 있고.

지난주에 안영명 팬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안영명을 응원합니다. 이런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는 견과류바 이런 거였는데.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는 안영명 손에 들려있는 쇼핑백. 락커로 들어가던 안영명 잠시 걸음을 멈춘다.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그 쇼핑백을 테이블에 조심스렇게 놓고... 들어간다. 아무말도 없이..

나중에 보니 그 쇼핑백 안에 견과류바가 한가득 들어있다.

팬들로부터 먹을 게 오면 덕아웃 뒤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는데.. 그걸 봤던 것인지.. 살포시 테이블에 얹어 놓고 조용히 사라진 안영명. 살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