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터넷 블로그나 인터넷 뉴스 댓글에서는 ‘홍어’와 ‘고담대구’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홍어’는 지역 특산물에 빗대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이다. ‘고담대구’ 역시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범죄 도시인 ‘고담시’를 차용해 대구지역을 비하하는 말이다.

1970년대에 정치적 목적에서 조장돼 40여년 가까이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아온 지역감정이, 젊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통용되며 온라인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과 24일, 프로야구 경기에서 호남이 연고지인 기아 타이거즈의 윤석민 투수가 부산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 홍성흔·조성환 선수에게 잇따라 몸에 맞히는 공을 던지면서 이런 퇴행적 논란은 거세졌다. 경기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는데도, 누리꾼들은 인터넷 포털의 프로야구 기사마다 “홍어들은 구제불능이다” 등의 호남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을 잇따라 올렸고, 이에 반박하는 원색적인 댓글이 다시 달렸다.

때 아닌 ‘홍어’ 논란은 ‘전학생은 홍어녀’라는 만화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퍼지며 확산됐다. 한 누리꾼이 동호회 게시판에 4화까지 올려놓은 이 만화에는 낯 뜨거운 지역 비하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중학생인 주인공 ‘홍어녀’는 같은 반 부산·대구 출신 학생들을 적대시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친구를 속이는 ‘배신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호남지역을 비하하는 시선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반응과 “지역감정의 폐해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풍자”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폭도들을 탱크로 쓸어버렸어야 했다”는 황당한 막말이 등장하는가 하면, “대구는 대형사건이 많이 나고 범죄율이 높다” 등의 정확하지 않은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