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하고
저녁에 승현군,유신군, 그리고
이제는 베어스 유니폼을 입게된
원석이형을 만났다.
원석이형이라면 아무렇지 않은척
웃고 있을줄 알았는데
형 역시 사람이었다.
얼굴에 드러나는 복잡함과 서운함 그리고 아쉬움..
며칠새 마음고생 심하게 한 형의 얼굴을
보는 나의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나 역시 사람이다.
홍성흔 선배의 영입소식에
누가 보상선수로 가게될지,
가게된다면 혹시 내가 아닐까 하는
그런 불안감속에 '두산가더라도 연락하자'라는
이런 웃는게 웃는게 아닌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무렇지 않은척 훈련하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길게느껴진게 사실이다.
오프시즌이라 꾸준히 업데이트 되지 않는
스포츠기사코너를 하루에도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들여다 보고그랬다.
어쩌다가 보상선수를 예상하는 기사라도 뜨는 날이면
더욱더 가슴이 떨렸다.
그러던 어느날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텔레비젼을 켰는데
자막뉴스에 '이원석'이라는 세글자를 보고
화들짝놀라서 잠시 멍때리고나서
전화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목소리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어제 들은 이야기지만
두산매니져님에게 전화가 왔을때
장난전화인줄알고 끊으려고 했단다.
그러고는 잠이 확 깨고 정신이 들면서
체념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나만 아니면 되는줄 알았다.
그게 맞는거니깐.
내가 속해있는 세상은
하루하루 언제 어떻게 되고 변할지 모르는
'프로'란 세계였으니깐.
그러나 난 '프로'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장난치고 같이웃고 같이 혼나고
그러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다른 유니폼을
입고 싸우는 적이 되버렸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 역시도 아직은 그럴것이다.
그냥..마음이 너무 안좋다.
하지만 그는 정말정말 안좋을 것이다.
 
얼마 전
장원삼 선배의 현금트레이드 취소 후
인터넷에서 인터뷰 기사를 봤다.
'프로'란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느꼈다고 했다.
나도 느꼈다.
정말 비즈니스다.
새삼 느끼지만 너무 냉정한곳이다.
나역시 냉정해지지 않는다면
'배장호'란 존재는 이세계에서
잊혀지기 쉬울 것이다.
겨우 걸음마단계를 지나 조금씩 걷고,뛰려고하는데
막혀있는 기분이 든다.
해온 시간보다 해야할 시간이 많지만
그시간이 얼마만큼의 시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것이다.
프로선수 배장호는 냉정한 모습,
인간 배장호는 따뜻한 모습.
그런 양면성을 지닌 사람이 되고싶다.
아니,그렇게 되야하는거다.
 
언제쯤 다시 한팀에서 야구하게 될진
모르지만 훨씬더 성장한 모습으로
우리 만나요.
잘하자구요.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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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들 다 풀어서 투수를 데려가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시람으로서
장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젊은 애들 리더 역할을 하던 원석이를 잃은 꼬마들의 상실감도
상상을 초월하게 큰 것 같네요,.

장호야! 원석이 대신 남겨진 사람으로서
너 안 데려간 두산 배아프게 정말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