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다녀왔어요.

시즌 중에도 제 때 들어가는 건 손에 꼽는데-_-
무려 경기 시작 전에 입장해서 괜찮은 자리 탐색.
근데 비어있는 자리가 있어도 대체로 커플 옆자리.
열심히 탐색해서 혼자 오신 분 옆에 빈 자리 발견.

음료수 봉투의 저 빈 자리. 항상 생각하지만 1인용은 따로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1회초.
도루 실패로 귀한 주자 횡사해서 그럼 그렇지 했는데
상대 실수 겹치면서 어쨌든 4번타자가 타점도 올리고.
왠일이니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만루는 그대로 잔루-_-
상대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력으로는 점수를 못 내네요;
이 팀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는 걸 새삼 느끼며 시작.

1회말.
돌아온 창식이가 열심히 던지는 와중에
3루 라인선상 빠지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
어라 이 팀 3루수가 저럴 리가 없는데.
하고 보니 한상훈. 아, 잡는 게 당연하구나.
(그 전에 전광판을 건성으로 봤;)

그 뒤로는 딱히 좋은 게 없어서-_-;
아니 뭐 역전당한 5회까지는 그나마 양호..
선두타자 김동주 3루타에 기함했지만요-_-
그래 니들이 어쩐지 수비를 멀쩡히 한다 했다.

선발 내려가니 아주 줄줄이 얻어터지는데 이건 뭐..
역시 올해도 두산전은 가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하고 왔네요.

공격은 광속. 어떻게 딱 3분밖에 안 걸리니. 타이머도 아니고.
수비는 질질 끌며 평균 진행 속도를 맞춰내는 이 멋진 밸런스.

분노게이지가 차오르는 와중에 시즌 첫 직관이기도 하고
어차피 네 시까진 있을 생각이었으니 다 보고 나왔어요.

그래도 끝까지 버텼더니 의미없는 추가점 내는 것도 보고
현태랑 양기 덕에 강이 타석도 보고..장렬히 삼진이었지만.
팬들 응원에 꼴칰에 대한 분노도 가라앉고 나름 보람찼네요.
2:12 되는 순간 "그래 잘 한다 이제 10점 남았다!!" 라는데(...)
이 얼마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란 말인가! 순간 빵 터져서;
아아, 저런 마음이라면 세상은 항상 아름답게 보이겠죠.


오늘의 중심타선. 김용호-나성용에 대한 짧은 인상.
1회에 김용호 타점 올리고 나름 기대하며 본 나성용 첫 타석.
초구 헛스윙 하는데 어머 붕붕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아.
진짜 제대로 휘두르던데요 ㅋㅋ 한여름에 덥진 않겠어요(..)
둘이 연속안타 치는 것도 봤고(당연하게도 뒤에서 무산됐지만)
경기 후반에 보니 저 둘이 세트로 풍기질 하면 답 없겠다 싶;;


암튼 바람은 참 열심히도 불고 머리도 덩달아 나풀거리고
안 그래도 처치곤란인 머리는 밖에 있음 어느샌가 광년이.
대체 이 팀에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여기까지 왔나 하면서
꼬라지도 자존심도 망가지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고 왔어요.
경기도 네 시 안에 딱 끝났고. 왕창 깨진 거 말고는 계획대로.
원상이 안 나와서 못 본 게 아쉽...다음주엔 볼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