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서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고 말들이 많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달리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다보니 심판들이 평소보다 더 신중해지면서 정규시즌에 비해 약간 작아졌던 게 사실이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서 더 줄어든 느낌을 주고 있어 각팀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1일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을 만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조 위원장은 "스트라이크존이 줄어든 건 맞지만 특정팀에 유리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공평무사하게 본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규시즌보다 좁아진 건 사실이다． 몸쪽은 정규시즌과 똑같지만 바깥쪽 공에 대해선 공 반 개에서 한 개 정도 좁아진 느낌이다． 상하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몸쪽은 선수보호차원에서 이전부터 엄격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좁아진 것이 플레이오프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정규시즌처럼 보라고 계속 주문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스트라이크존이 작아지면 볼넷이 많아지고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더욱 크게 넓히라는 의미는 아니다． 정규시즌의 기준만큼만 보라는 의미다． 그러나 심판들이 큰 경기에 실수하지 않고 잘 보려고 긴장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존이 좁아진 것 같다． 예를 들어 엇비슷한 공이 들어왔는데 볼을 선언하면 그 다음에 똑같은 공이 들어왔을 때 스트라이크를 줄 수는 없다． 말하자면 존의 좌우 테두리를 걸친 부분을 깨끗하게 정리하다보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심판들에게 평소처럼 편안히 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지시를 해도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주위의 과도한 반응도 심판들을 더욱 긴장속으로 몰아넣는 것 같다． 존을 좀 넓히라고 지시했지만 그대로 안됐다고 심판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스트라이크존은 자를 대고 칼 같이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공간에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심판이 한 순간에 자의적으로 판단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심판원마다 존이 약간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기에 그에 대한 판단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제일 중요한 건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 가면 팀장급 심판들로만 구성이 되는데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왜 유독 올해 이렇게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말이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국내 스트라이크존이 몇년전부터 알게 모르게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미국보다는 좁고 일본보다는 넓다는게 중론이었는데 이제는 가장 좁아진 느낌이다． 정규시즌에도 이전보다 좁아졌는데 포스트시즌 들어 더 엄격하게 보다보니 체감지수는 더 높아지고 눈에 확 띄는 것 같다． 심판부는 당장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정규시즌 국내스트라이크존을 지금보다 넓히려고 계획하고 있고 상하높이도 확대하려고 한다．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끊임없는 심판들의 회의와 강의,그리고 훈련을 통해 존의 확대를 모색하겠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의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공 반개 늘리는데 몇년씩 걸리기도 한다．

대구 | 이환범기자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