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파크

문학과 광주에서 있었던 SK와 KIA, KIA와 SK의 지난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순수 KIA 입장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 어떤 장면일까.

그 첫번째로 꼽는다면 아무래도..

KIA의 상승무드가 이어지던 2차전 때 SK 안치용에게 빼앗긴 동점홈런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그 다음으로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 무엇일까..?

3안타 1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1차전을 승리로 이끈 KIA 윤석민의 3, 4차전을 돌이켜 본다.

지난 11일 오후, 준플레이오프 3차전의 광주구장..

이날 시구자는..

'개념 시구女'로 인기가 많은..

레이싱모델 겸 방송연예인..

이수정(24)이 완벽한 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물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시간의 도래, 즉 '이수정에 흠뻑 취한 KIA 덕아웃'을 살피는 시간 스타트!

로페즈(오른쪽)를 주목하라..!!

아 아, 로페~즈

- 이수정입니다. KIA화이팅!

그 순간, 로페즈..

- 하이~

- 와~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로페즈.

결국..

- 오..

- 예스~

그런데..

사진 왼쪽, 로페즈로부터 시작해 오른쪽 끝 최태원 코치까지 어느 한 사람 이수정에 흠뻑 취하지 않은 선수와 코치가 없었지만. 그중 오직 한 명, 단 한 선수 만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이수정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은채 줄곧 앞만 보고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성은 '윤'이요..

이름은 '석민'..

'윤석민'이었다.

나지완은 어땠나..?

나지완 또한 거의 로페즈 급으로 푹 빠져 있었던 바.

오죽하면, 한기주 왈(曰)..?

- 지완이형, 이제 그만~

아 아, 윤석민..!

진실로 고백컨데..

윤석민은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며 제 갈길만 갔었다는 지난 3차전, KIA 덕아웃의 모습이었다.

사실, 윤석민은 이날 좀 이상했다..?!

(장난기 넘치는) 평소와 달리..

매사가 진지해 보였고, 웃음기 또한 전혀 없는 '침묵'의 윤석민이었다.

어떤 이는..

4차전 패전의 멍에를 안은 '안쓰러운' 윤석민을 에둘러 표현하기 위한 기자의 포석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3차전 덕아웃을 지켰던 에이스 윤석민에게서는 "이상하리 만치" 고요한 침묵이 흘렀던 게 사실이다.

왜, 윤석민은..

이토록 침묵하는 표정으로 일관했을까. "만약, 오늘 질 경우 내일 선발투수로 활약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이유일까. 아니면 그만의 말 못할 사정이 따로 존재했던 걸까. 궁금증은 이내 해결됐다.

경기가 끝날 무렵..

이강철(가운데) 투수코치가 윤석민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경기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 투수코치가 무언가 말을 건낸다는 건 십중팔구 "4차전 선발을 의미한다"는 것 쯤이야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준플레이오프 성적 '1-2'로 쫓기는 입장이 된, 다시말해 벼랑끝에 선 KIA로서는 '마지막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에이스 윤석민을 4차전 선발투수로 투입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윤석민은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09개의 공을 던지며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세 개의 물집이 생겼다. 한 번 물집이 잡히면 다시 굳은살이 밴 후에 투구를 해야 통증이 없지만 윤석민과 KIA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4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의 구위는 확실히 전과 같지 않았다. 윤석민의 주무기는 슬라이더. 그렇지만 슬라이더 그립은 윤석민의 물집을 자극하기에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었다.

1차전에서 109개의 투구수 가운데 슬라이더를 54개 기록했던 윤석민은 이날 슬라이더 대신 손의 통증이 덜 한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었다. 중요한 순간에는 고통을 참고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확연히 꺾이는 각이 예전만 못했고 제구도 흔들렸다. 결국 윤석민은 3회에만 안타 3개와 볼넷 하나를 허용하며 3점을 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떠안고 씁쓸히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경기 시작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