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9회말에 맥없이 경기를 끝냈다면 아쉬움이랄까 분함이랄까... 

그런 것들이 한참이나 마음에 남았을텐데 9회말에 이범호가 동점타를 때리는 순간

정말 울컥하면서 '아.. 나한테는 이걸로 충분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15안타에 5개의 포볼을 내주면서도 단 3실점으로 버텨 낸 것이 기적이었죠.

고비마다 나온 환상적인 수비와 우리 선수들의 놀라운 투혼이 그런 기적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시합할 때면 어느 한 팀이 운이 많이 따르는 경기가 있는데 어제 일본이 유독 그랬습니다.

준결승전 심판과 결승전 심판이 서로 바뀌었다면...

추신수의 홈런 이후 흔들리던 이와쿠마를 살려준 우치카와의 '로또성' 캐치와 송구가 없었더라면...

8회 이나바의 2루타가 김태균 옆을 스칠 때 바운드가 평소처럼만 튀어 올랐다면....


작은 부분들이지만 저런 순간 순간의 작은 행운들이 우리팀을 계속 외면하면서 오늘 경기 참 힘들겠구나 싶었었는데

이런 경기를 연장까지 몰고 갈 수 있었던건 순전히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 하늘이 감동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회 일본팀은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대 최고의 팀으로 나왔는데도

몇몇 주력 선수들이 빠진 우리와 접전을 펼쳤습니다. 

향후 10년은 책임질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멋지게 성장했는지 이번에 확인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이만 접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우리 감독님과 코칭스탭 그리고 선수들 한 명 한 명 다들 너무 잘 해줘서 고맙구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PS) 선수 하나 또 희생양 만들려는 언론들 보니까 욕이 절로 나옵니다.

김인식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일부러 그 얘기를 꺼낸게 아니라 미국 기자들이 연이어 그 부분을 질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에 대한 얘기가 길어진건데 마치 감독은 선수 한 명에게 뒤집어 씌우고 선수는 감독의 지시를 무시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네요.

그리고 그 상황은 미스테리가 아닌 것이, 감독은 포수에게 어렵게 승부하라고 지시했을테고

강민호는 계속 사인을 그런 식으로 내다가 아쉬운 실투가 나와서 맞은 것일 뿐인데

그동안 임창용 혼자 마무리로 고생한건 생각 못 하고

이걸 갖고 임창용이 감독 지시를 어겼네 포수가 잘못했네 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때려주고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