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가 말문을 열었다.

한화 이글스의 김용용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허락할 수 없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취임 당시 구단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에서 많이 발전(?)된 솔직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아직 한화 구단은 공식적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저 프런트가 무척 곤란해 하고 있다는 소문만 들리고 있다.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된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류현진의 미국 진출은 이제는 '이슈'가 아닌 큰 '문제'로 변해가고 있다.

여 기저기 눈치만 보고 있는 한화 구단의 소극적인 모습은 답답하다. 프런트가 멍하게 있는 사이 며칠 간격으로 류현진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미국진출을 선언(?)했고 신임감독은 정반대로 보내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의견이야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야구팬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벌어지는 한편의 촌극에 가깝다. 올 시즌 한화 선수들이 필드에서 우왕좌왕했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다.

그 리고 류현진과 김응용 감독은 마치 대선 후보들이 서로의 다른 주장을 언론을 통해서 공개하듯 각자의 생각만 밝혔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팬들 머릿속에는 70대의 명장감독과 20대 중반의 에이스 투수가 언론을 통해서 맞대결하는 것처럼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분명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결정일수록 단호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물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을 지키면서 말이다.

한 마디로 단결된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류현진의 마음은 이미 미국으로 떠나있고 김응용 감독의 마음은 대전에 남아있고 한화 구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용용 신임 감독의 솔직한 발언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한화 구단이 무조건 류현진을 보내라는 법은 없다. 만약 한화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의 하나일 뿐이다. 현 KBO 규정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한화 이글스를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확대하여 해석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모두 이해할 수 있고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모두'에는 팬들도 포함되어 있다. 김응용 신임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9번이나 했던 90년대와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모든 야구팬들이 아주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솔루션'은 과연 무엇일까?

포스팅에 참가한다고 해서 구단이 꼭 류현진을 미국에 보내는 것은 아니다.입찰 액수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포스팅 자체를 곧바로 철수할 수 있다.그 렇다면 포스팅 절차를 밟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의 조건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천만 달러 이상 나와야 한다는 것을 미리 류현진 측에 전달하는 것이다. 정당한 몸값을 받고 나가는 것은 구단뿐만 아니라 류현진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구단의 입장에서 이해할만한 액수를 정해놓고 포스팅을 진행한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이 이슈는 상당히 간단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돕고 있는 에이전트는 스콧 보라스이다. 보라스는 류현진의 미국 진출이 성사돼야 커미션을 챙길 수 있다. 그가 천만 달러 이상이 나와야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또한 현장에서 조금 더 열심히 뛸 것이다.

"헐값에 보낼 수 없다. 천만 달러 이상 입찰액이 나온다면 허락한다. 하지만 천만 달러 이하의 금액이 나온다면 2013년 시즌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천만 달러는 상징적인 액수이다. 정확한 액수는 구단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천만 달러가 가장 적합한 액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게 가능한 액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만약 천만 달러가 넘는 포스팅 액수가 나온다면 구단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 천만 달러면 한화로 약 110억 원이다. FA 시장에서 3명의 좋은 선수를 잡을 수 있는 금액이다.비록 에이스를 보내야 하지만 아무런 보상 없이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2 년 후 아무런 보상 없이 그를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류현진이 내년에 한화에 남는다고 해도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우승은커녕 4강도 힘든 것이 한화의 현실이다. 물론 이번 달에 많은 좋은 코치들을 영입하고 리빌딩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코치는 선수가 아니다. 현시점에서 한화에 필요한 것은 두터운 선수층이지 류현진 같은 한두 명의 슈퍼스타가 아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과 최고의 타자인 김태균이 있어도 리그 꼴찌를 한 팀이 바로 한화 이글스 아닌가?

물론 생각은 한화 이글스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만약 턱없이 낮은 포스팅 금액이 나온다면 류현진 본인도 미국 진출 시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액 수가 낮게 나왔다면 류현진은 본인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2년 후를 선택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멀리서 보기에 아름다워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히말라야 정상을 정복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 충분한 액수를 보장받지 못하면 그만큼 기회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 욕심을 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낮은 액수를 보장 받고 진출한다면 그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은 도전하는 자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많은 전문가가 높은 액수를 언급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는 없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포스팅이다. 아시아 지역 스카우트가 아닌 실제로 결정권을 가진 메이저리그 단장이나 부단장은 절대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만약 액수가 언급된다고 하여도 연막작전으로 살짝 흘리는 정확하지 않은 액수가 전부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은 그를 선발투수로 판단하고 있다.

8월에 한국을 찾은 A 구단 부단장은 류현진의 투구를 보고 난 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감이다. 에이스급은 아니지만 큰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메 이저리그 구단들은 지금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물론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올여름 스카우트를 한국에 파견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한화 이글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B 구단 관계자는 "만약 한화가 포스팅을 하지 않는다면 미친 짓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상당히 자극적인 표현이지만 그만큼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야토크가 취재한 결과 현재 정확히 7개 메이저리그 구단이 류현진의 영입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2012년 FA 시장에는 좋은 선발투수들이 없다. 특히 류현진같은 20대 좌완투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많은 구단이 류현진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모든 결정권은 한화이글스 구단에게로 넘어갔다. 선수와 구단…….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원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무조건 류현진을 보내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포스팅을 시도해보는 것이 한화에게도 필요하다. 그리고 전혀 '마이너스'가 될 만한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류현진은 한화이글스 소속 선수이다. 하지만 많은 팬의 마음속에서는 한화가 아닌 대한민국의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