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ML진출의 첫 단추가 풀렸다. 한화가 류현진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ML진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이제 공은 ML 구단들에게 넘어가게 됐다. 관건은 몸값이고, 전제는 절실한 필요성이다.

그간 포스팅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구단들과, 수뇌부의 성향, 현재 팀의 상태와 좌완 투수가 필요한 사정 등을 두루 고려해 류현진의 영입을 원할만한 팀들을 살펴봤다.

현 재 류현진과의 계약 여부를 조율하기 위해서 많은 구단들이 움직이고 있다. 류현진이 소속된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접촉하고 있는 구단은 최소 10개 구단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팅성사 이전에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등의 빅마켓 구단을 비롯한 다수의 팀은 류현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들은 실제로 류현진 영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다수의 팀의 스카우트 담당자들과 실무진이 파견된 상태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와 류현진이 대한민국 에이스의 위상에 걸맞는 '합당한 금액'의 이적료를 합의했다. 금액은 비공개로 결정했다. 관문은 뚫렸지만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 포스팅시스템은 공개 입찰제도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높은 입착 금액을 제시한 팀에 단독 협상권이 주어지는 제도다.

구단간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개인협상에서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류현진을 '필요'로 하고, 그만한 '여력'과 '관심'이 있는 팀이 포스팅시스템에 참여하게 되고 성사 가능성도 높다.

아 무래도 '여력'은 '빅마켓' 구단들이다. 디트로이트, 시카고 컵스, 보스턴, 다저스는 그런 점에서 류현진과 한화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팀이다. 이밖에도 전통적으로 포스팅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던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미네소타 트윈스등의 구단들은 판이 커지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잠재 후보군이다. 또한 정대현(롯데 자이언츠)을 영입하려 했고, 올해 대만투수 천웨이인 영입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던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후보다. 정대현의 전 에이전트가 현재 국제 스카우트 총책임을 맡고 있는 볼티모어는 아시아의 투수들에 관심이 많다.

▲ '필요'와 '여력'을 갖춘 디트로이트가 1순위 후보 디트로이트는 수준급의 왼손 투수가 가장 필요한 팀이다. 더군다나 디트로이트는 MK스포츠의 취재 결과 류현진에게 1000만달러 이상의 포스팅금액을 잠정적으로 산정해두고 있다. 내부적으로 승인이 진행되면 언제든지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채비를 충분히 마쳤다.

디트로이트 선발진은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를 필두로 맥스 슈어저, 덕 피스터, 릭 포셀로, 아니발 산체스와 몇몇의 대체자원으로 짜여져 있으나 모두 우완일색이다. 더군다나 산체스는 올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날 가능성도 크다. 짐 릴랜드 디트로이트 감독이 우완 일색의 선발진을 크게 개의치 않지만 디트로이트는 이적시장마다 수준급의 왼손 찾기에 골몰해 왔다. 더욱이 디트로이트는 올해 월드시리즈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무기력하게 4연패를 당하는 동안 선발진에서도 한계를 노출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전 세계를 비롯해 수백명의 선수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초거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2011년 기준 세계 억만장자 순위 736위에 이름을 올린 마이크 일리치 디트로이트 구단주와 보라스는 관계가 매우 두텁다. 최근 보라스 사단의 FA 거액 계약자들과 디트로이트는 무조건적인 밀월관계를 맺고 있다. 총 자산이 2011년 기준 1.7 빌리언달러(약 1조 8000억원)에 이르는 노 자산가는 디트로이트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있고, 결국 구단을 월드시리즈 진출 팀으로 만들어냈다. '돈'이 가장 중요한 포스팅시스템에서는 단연 앞서나갈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 LA다저스도 돈 경쟁이라면 크게 뒤질 일이 없다. 보스턴은 올해 FA가 대거 빠지면서 내년 시즌 여유 자금이 풍부하다. 올시즌 보스턴은 선발진이 붕괴, 46년만의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63승93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떨어졌다. 그 어느때보다 전력 보강이 시급하다. 선발진에 구멍도 많고 류현진에 관심이 큰 만큼 굴욕을 벗기 위해서라도 언제든지 영입전쟁에 나설 수 있는 팀이다.

104년째 우승에 실패한 시카고 컵스 역시 마찬가지다. 선발진과 불펜진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면서 61승 101패로 리그 16개 팀 중 15위라는 굴욕을 맛봤다.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또한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다. 엡스타인은 보스턴 단장 시절 김병현을 영입해 사건이 있을때마다 적극적으로 비호하며 깊은 애정을 쏟았다. 후일에는 자신의 영입실수를 인정하긴 했지만 당시에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자와 준이치를 영입하는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다. 자신이 영입한 아시아 선수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지만 대표적인 친 아시아권 수뇌부다.

LA 다저스도 유력한 후보다.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이 활약한 전통의 지한파 구단.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시장으로 티켓 파워도 상당하기에 언제든 한국선수 영입에 뛰어들 유력 후보군이다. 단 다저스는 기존 선발진 중 3명이 좌완이기에 류현진의 필요성이 큰 팀은 아니다. 선발진도 탄탄한 편으로 유독 우완투수들이 많이 쏟아진 FA시장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받쳐줄 우완 에이스를 데려오는데 몰두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 포스팅에 관심 많았던 의외의 팀들의 부상? 오클랜드는 영건들로 이뤄진 선발진이 탄탄하다. 하지만 2011년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1700만달러(186억원)을 투자한 바 있고, 올해 쿠바에서 망명한 강타자 요니스 세스페데스를 4년간 36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조건으로 영입하는 등, FA에 비해 효율적이고, 즉각 선수수급이 가능한 영입제도들에 관심이 많다. 이적시장마다 선수단의 변동도 많아 젊은 선발투수들을 언제든지 트레이드시킬 수 있다. 또한 포스팅시스템 선수들에 관심이 상당히 높기에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볼티모어는 인연이 깊은 팀이다. 2012시즌 전 정대현과 계약 성사 직전에 갔던 볼티모어는 천웨이인을 영입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특히 정대현의 전 에이전트였던 레이 포이테빈트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국제 스카우트를 총괄하고 있다. 포이테빈트는 보스턴 시절 노모 히데오, 김선우, 오카 도모카즈, 조진호의 스카우트를 진행한 친아시아권 인사다. 류현진의 가능성과 매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그다.

메 이저리그 30구단 중 평균자책점이 29위에 그친 미네소타도 후보군이다. 구단은 현재 세 명의 선발 투수를 영입하겠다고 공표했다. 일단은 FA시장을 먼저 문을 두드리고 적극적으로 트레이드에도 나설 방침이지만 상황을 가릴 처지가 아니고, FA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본인 타자 니시오카 츠요시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영입한 전력도 있는 만큼 류현진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포 스팅시스템은 자금에만 여유가 있다면 여러모로 매력적인 제도다. 수준급 선수를 곧바로 영입할 수 있는 FA제도와 비교해서 반대급부의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FA제도는 6년을 기준으로 한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랭킹 기준에 따라 선수들에 등급을 매겨 A등급을 받은 선수가 다른 팀과 계약을 맺을 경우 선수를 데려가는 팀은 원 소속팀에 다음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줘야 한다.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을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최고 수준의 유망주들이다. 게다가 사치세 부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FA계약에 대해 부정적인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자구단들의 '돈 싸움'으로 흘러갔던 FA제도도 변화를 맞고 있다. 트레이드는 유망주 출혈이 더욱 크다. 이에 여러 구단들은 이제 포스팅시스템이라는 틈새시장을 새로운 활로로 모색 중이다. 아시아투수들에 대한 ML구단들의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분위기는 이미 갖춰졌다.

사실 추려본 구단들은 가능성이 높은 구단들로 공식적으로 움직인 팀은 아니다. 그러나 립서비스 수준이 아닌 실제 관심이 높은 팀들이다. ML구단들은 류현진의 가치를 충분하게 인정하고 있다. 류현진이 포스팅진출이 과거처럼 굴욕으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류현진의 ML도전이 이제 진짜 첫 행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