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만…야구 기사에는 몇가지 불문율이 있다. 그 중 ‘가급적’ 트레이드 기사는 미리 쓰지 않는다도 포함돼 있다. 트레이드 루머가 먼저 기사화 되면 진행되던 트레이드도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이 보다 더 큰 이유는 트레이드를 대하는 한국 야구계의 반응이 썩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는 그동안 팀에서 ‘쓸모 없어 버림받는’ 이미지가 강했다. 다른 팀으로 옮겨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은 구단이 큰 마음 써서 ‘보내주는’ 트레이드 때다 가능한 것 처럼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에선 트레이드 기사를 쓰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트레이드 기사에 이름이 언급됐다는 것 만으로도 선수들은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무산된 트레이드에 대한 언급 마저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런 흐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구단 별로 선수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트레이드가 또 다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삼성과 LG의 3-3 트레이드도 마찬가지였다. LG는 당장 필요한 포수와 내야 자원을 얻었고, 삼성은 시간을 투자해 키워볼 수 있는 선수들을 데려왔다. 모두가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 트레이드를 지켜봤다.

보 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9,10 구단 시대가 만든 새로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신생팀이 창단되면 기존 구단은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을 지원해야 한다. 보호 선수가 18명인 만큼 알짜 선수가 빠져나간다. 어떻게든 그 공백을 메워야 하고, 그런 움직임은 보다 적극적인 트레이드로 이어진다. LG의 이번 트레이드도 김태군의 NC행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트레이드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면 이제는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해야하는 트레이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신생팀이 생기면 좋은 신인을 받는 것도 당분간 어려워진다. 우선 순위를 신생팀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인 보다는 기존 팀 소속의 유망주 속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향일 수 있다.

메 이저리그의 경우 겨울의 야구 지면은 대부분 선수들의 이적에 관련된 뉴스로 채워진다. 루머(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기자들의 노력을 통한 양질의 정보)들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코너도 적지 않다. 이런 소식들은 야구 팬들이 겨울을 나는 매우 유용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한 트레이드 제안 기사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팬들은 이런 기사들을 통해 야구 없는 시간을 버티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10 구단이 자리잡으려면 앞으로 적어도 5년 이상은 다양한 선수 수급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9구단 NC와 10구단에서 출발한 작은 변화의 흐름이 전체 프로야구의 겨울 풍경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018&article_id=000270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