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매니저+동료+친구까지’ 프로야구 통역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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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에게 매니저가 있다면, 외국인 선수에게는 '통역'이 있다.
프로야구 통역의 역사는 1980년도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도이 쇼스케(한국명 도위창)을 시작으로 외국인 코치가 팀에 합류하면서 통역원의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다. 통역원 숫자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작된 1998년부터 크게 늘어났다. 10개 구단 31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는 2016년에는 24명의 통역이 활동하고 있다. 프로야구 통역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아르바이트에서 정규직까지
롯데가 2008년 제리 로이스터(미국) 감독을 영입하면서 감독 전문 통역도 탄생했다. 커티스 정(한국명 정윤현)이 주인공이다. 그는 해태 투수 출신으로 LA 다저스에서 스카우트, 마이너리그 코치, 아시아지역 프로모션 업무 등 야구단 업무를 두루 거쳤다. 로이스터 감독이 트리플A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절친하게 지낸 것이 인연이 돼 롯데의 일원이 됐다. 현재 그는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극동지역 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통역도 함께 바다를 건너고 있다. LG와 NC에서 통역으로 활동한 김정덕 씨는 올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구단에서 일하고 있다. LG 시절 함께 한 박병호의 요청으로 빅리그 구단의 일원이 되는 기회를 잡았다. 정창용 씨는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부산고-동국대 투수 출신인 정 씨는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시절 함께 했다. 이승엽이 국내로 복귀한 뒤에는 이대호의 통역 업무를 맡았다.
◇선수 매니저 역할에 심리상태까지 파악
통역이 단순히 통역 업무만 하는 건 아니다. 선수와 하루 종일 함께 하면서 생활 전반을 관리해줘야 한다. 선수가 이동하는 날 운전을 해주고, 훈련 도우미 역할도 맡는다. 심심할 때는 말동무가 된다. 선수가 움직이는 곳이면 화장실까지 따라간다. 당연히 개인 시간을 보장받기 어렵다. 넥센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박상준 씨는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도 선수의 요청이 있으면 함께 움직인다. 쉬는 날이 부족하지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구단들은 채용 면접을 할 때 평소 야구에 관심이 있었는지 체크를 한다. 야구를 모르고 통역을 할 경우 확실한 의사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선수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최대한 기분을 맞춰준다.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이면 원인을 파악하고, 구단에 보고를 해야 한다.
업무 강도에 비해 통역의 처우는 매우 낮다. '열정페이를 받고 일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좋아하는 야구를 매일 볼 수 있고, 구단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학업을 마친 박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전공과 관계는 없지만 야구가 좋아서 무작정 지원했고, 일을 시작하게 됐다. 다른 일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만족한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의 조언, '통역에서 벗어나라'
통역원 가운데 다수는 구단 프런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현장의 선배들은 '통역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수준급 일본어 능력을 자랑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통역이라면 외국어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며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구단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통계를 할 줄 안다면 전력분석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마케팅 직무 경험이 있다면 그쪽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규직 전환에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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