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체육부 임종률 기자]

정말 길고도 길었던 여정을 달려왔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두 집 살림을 해야 했던 지난 2년,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다.

이제야 좀 발 뻗고 머리 식힐 짬이 나려나. 2008년 소속팀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온전히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김경문 두산 감독(50) 얘기다.

▲최근 4년간 KS 준우승만 3번 '아픔'… " 오뚝이처럼 일어나겠다 "

김경문 감독이 이끈 두산은 지난 31일 SK와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0-2로 지면서 1승4패로 패권을 내줬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 문턱에서 SK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감독은 KS 우승, 준우승팀 시상식 후 " 어~, 정말 힘들다. 이제야 끝났네 " 라고 활기차게 말하면서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 오늘 끝나는 경기를 치렀는데 감독으로서 아쉽다 " 고 운을 뗀 김감독은 " 시합 후 미팅에서 선수들도 많이 울었다 " 고 말했다.

사실 김감독은 이날 KS 5차전에 앞서 " 어디 아픈 데는 없는냐 " 는 질문에 " 마음이 아프다 " 며 농담처럼 가슴을 짚었다. 선수들 누구보다 속으로 울었을 테다. 김감독 개인으로 치자면 3번째 KS 우승 좌절이었다. 지난 2005년 삼성에, 지난해와 올해까지는 SK에 막혔다. 올해 KS에서도 " 인생은 삼세번이라는데 이번에는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 고 다짐했던 김감독이었다.

이어 김감독은 " SK의 우승을 칭찬하고 싶다. 어려울 때 좋은 수비가 여러 번 나온 것을 보니 한국 야구가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며 상대팀을 높게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 세 번째 기회를 놓쳤지만 오뚝이 정신, 7전8기의 정신으로 다시 도전하겠다 " 면서 " 두산팬들도 아쉽겠지만 진정 팬들이 원하는 두산을 만들겠다 " 며 의연하게 다음 시즌 각오를 밝혔다.

▲올림픽 대표팀, 소속팀까지 지난 2년간 쉴틈없는 일정

김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회견장을 빠져나오면서 " 대표팀까지 정말 긴 시즌을 치렀다 " 는 말에 " 대표팀에서 기가 다 빠져서 여기(KS)에서 힘이 떨어졌나 보다 " 며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김감독은 지난해 3월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뒤 쉼없이 달려왔다. 2007시즌을 치르면서 대표팀 선발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또 아쉽게 SK에 KS 패권을 내준 뒤 곧바로 12월 올림픽 아시아예선 준비에 돌입했다.

대표팀은 아시아예선에서 난적 대만을 꺾었지만 숙적 일본에 아쉽게 패했다. 김감독은 일본전에서 뜻하지 않은 '위장오더' 논란에 휘말려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이후 김감독은 올림픽 최종예선에 대비해 올해 2월부터 대표팀을 소집했다. 그리고 3월 최종예선 7경기를 6승1패로 치르며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휴식도 잠시, 김감독은 소속팀으로 복귀해 2008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정규리그 전반기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올림픽 본선체제에 들어갔다. 이후 온 국민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9전 전승,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일궜다.

귀국 후에는 정규리그 후반기 롯데와 피말리는 플레이오프(PO) 직행티켓이 걸린 2위 싸움을 펼쳤다. 그 뒤는 삼성과 6차전까지 가는 대격전을 치른 PO와 정규리그 1위 SK가 선착한 KS가 기다리고 있었다. 근 2년 간의 대장정이었다.

김감독은 또 본인은 고사 의사를 내비쳤지만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이 유력하다. 그렇게 되면 내년 2월부터 대표팀 소집을 시작으로 본선, 또 2009시즌까지 쉴틈없는 일정의 연속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빠져나가는 김감독은 '대표팀' 얘기가 나오자마자 일단 " 나중에 얘기하고 싶다 " 며 손사래부터 쳤다.

airj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