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기억을 되새기면서 썼던 글입니다 -_-ㅋ(해태팬은 추억만 먹고 산다는 ㅋㅋ)

 

 

전 해태 타이거즈의 팬이었습니다.(과거형이죠?--;많은 분들이 저처럼 과거형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해태의 팬이 되었지만
단순한 내 고향팀이라기보다는 그 강렬한 이미지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쌍방울이 창단되었을때 오히려 싫었습니다(제 고향은 전북입니다)
해태의 그 강력함을 깍아먹을 것이 분명하였기에...(그리고 쌍방울 창단의
뒷배경에는 해태에 대한 타구단들의 견제도 있었다는 얘기도 얼핏 들은듯..)

프로야구 초창기의 해태는 잘 알지 못합니다.1976년생이 82년도에 시작한
프로야구를 제대로 보고 기억했다면 천재 아니면 구라겠죠. 사실상 내 의지대로
해태를 응원한 것은 선동렬이 합류한 80년대 중반부터였습니다.

해태 타이거즈라는 팀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것이 5.18로 호남을 짓밟은
전대가리의 우민화 정책인 3S정책으로 시작한 프로야구에서 상당히 열악한
연고지역과(이미 70년대부터 인구는 대폭 감소해갔죠)재정이 그리 좋지
않은 모기업을 두고 프로야구판을 석권했다는 거죠.눈을 딴데로 돌리게 만들려고
벌여놓은 판에서 가장 소외될 가능성이 높았던 팀이 가장 빛을 냈으니 말이죠.

그 배경에는 억눌린 지역을 대변하는 선수들에 대한 성원과 압박감.그리고
그들의 의지가 있었겠죠.그리고 웬지 호남에는 야구를 잘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들만큼 수많은 수준급 선수들이 배출된 점이 있겠죠.
호남에 위치한 고교야구팀 출신을 모아봤는데 정말 호남지역 출신만으로도
역대 드림팀에 준한 구성이 가능할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빼먹은 사람이 있어도 이해를 -0-;80년대 중반 이전에는 정말 웬만큼
유명하지 않은 선수는 기억을 못합니다.그리고 괄호안은 태어난 년도입니다)

군산상고 
김봉연(52)김일권(56)김성한(58)백인호(63)조계현(64)정명원(66)조규제(67)
이진영(80)이승호(81)

광주일고
선동렬(63)박철우(64)문희수(65)이강철(66)이호성(67)김기태(69)이종범(70)
성영재(71)박재홍(73)김종국(73)서재응(78)김병현(79)최희섭(79)정성훈(80)

진흥고
김정수(62)송유석(66)이대진(74)박진철(75)임창용(76)김진우(83)

전주고
김준환(55)박경완(72)김원형(72)조진호(75)신용운(83)

광주동성고(전 광주상고)
김종모(59)이순철(61)장채근(64)신동수(66)홍현우(72)한기주(87)

(마지막 한기주는 포스트 선동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_-;)

다른 팀으로 간 선수들도 많지만 정말 풍부한 연고출신 선수들로 인해
해태는 정말 손쉽게 야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슷한 레벨의 선수라도 해태에서는 상당히 적은 계약금과 연봉을 받았죠.
연고지명이 없었다면 해태는 꼴찌를 다투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런 대단한 선수들을 배경으로 해서 해태는 프로야구판을 독식하다시피한
덕에 사실상 모든 구단들의 공공의 적이 되죠.전체 9회 우승 그중에
86~89년도까지의 한국시리즈 4연패.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죠.

정말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해태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선동렬을 필두로 하는 최강의 투수진과 김성한을 중심으로
한 클린업 트리오는 정말 필요할때 공격력을 보여주는 알짜였습니다.

기아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수많은 선수중에 대표적인 선수를 뽑는다면
전 김성한.선동렬.이종범을 꼽을 겁니다.

오리궁둥이 김성한.진정한 프로야구 1세대 선수죠.82년도 2월에 졸업하여
바로 시즌에 합류했으니 -0-;
원년부터 86년까지 투수와 야수를 겸하면서 10승 5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다재다능한 선수.국내선수 최초로 20-20을 찍었고 30홈런도
제일 먼저 기록했던 선수입니다.그리고 한일 슈퍼게임에서 전패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국팀을 홈런3방으로 구한 선수이기도 하지요.
비록 특이한 타격폼덕에 얻은 오리궁둥이라는 별명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이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였죠.

85년도 MVP 김성한과 신인왕 이순철

국보투수.무등산폭격기 선동렬
만약 한국에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처럼 그해를 대표하는 투수에게 주는 시상이
생긴다면 그 이름은 분명 선동렬상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저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상대팀 타자에게 위압감을 준 투수
(그걸 이용해서 김응룡 감독이 숙취가 덜 풀려 공을 던질수 없는 상태였어도
불펜에서 피칭을 하게해 상대편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얘기도 있죠)

선동렬에게 홈런을 친 타자를 인터뷰했더니 사실상 포기하고 거의 눈감고
스윙했는데 그게 맞아서 넘어갔다는 에피소드는 선동렬에 대한 타자들의
공포감을 잘 나타내줍니다.

기록을 직접 보자면 정말 언터쳐블했던 선수라고밖에는 표현이 안됩니다.

85년 방어율 1.70, 25게임 7승 4패 8세이브
86년 방어율 0.99, 39게임 24승 6패 6세이브(19완투, 8완봉)
87년 방어율 0.89, 31게임 14승 2패 6세이브( 7완투, 4완봉)
88년 방어율 1.21, 31게임 16승 5패 10세이브( 9완투, 1완봉)
89년 방어율 1.17, 36게임 21승 3패 8세이브( 8완투, 6완봉)
90년 방어율 1.13, 35게임 22승 6패 4세이브( 8완투, 6완봉)
91년 방어율 1.55, 35게임 19승 4패 6세이브(12완투, 3완봉)
92년 방어율 0.28, 11게임 2승 0패 8세이브( 1완투, 1완봉)
93년 방어율 0.78, 49게임 10승 3패 31세이브
94년 방어율 2.73, 27게임 6승 4패 12세이브
95년 방어율 0.49, 48게임 5승 3패 33세이브

통산성적146승 40패 132세이브/통산방어율 1.20/통산 탈삼진 1698개
0점대 방어율 5차례(규정이닝 3차례)/85~91

85,86,87,88,89,90,91,93, 방어율 1위
86,89,90년 페넌트레이스 MVP
89-91 3년 연속 투수부문 4관왕

방어율 1위 1985년-1991년, 1993년
정규시즌 MVP 1986년, 1989년-1990년
골든글러브 투수부문상 1986년, 1988년-1991년, 1993년
최다승리 : 1986년, 1989년-1991년
최다탈삼진 : 1986년, 1988년-1991년
최우수 투수 : 1987년, 1989년-1991년
최우수 구원투수 : 1993년, 1995년
 
이런 걸출한 성적을 내고 96년도에 일본으로 진출했으나 첫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선동렬마저 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실망감을 안겼으나
바로 다음해 바로 부활하면서 99년 팀을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립니다.
그리고 그해를 마지막으로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칩니다.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순간에 막을 내려간 것이죠.

일본 성적
10승 4패 98세이브/방어율 2.70/탈삼진 228개
1997년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선정 투수부문 5월 MVP

박찬호 이전에 가장 메이저리그에 근접했던 선수 선동렬.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그가 만약 젊은 시절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메이저리그의

열풍을 끌어올 첫 선수가 됐을 거라고 봅니다. 구질이 단순하다고 하지만

선동렬에게 더 많은 구질이 필요했다면 그의 재능이 그것을 소화해내지 못했을까요?

자신의 능력보다 한단계 낮은 리그에서 노력을 등한시했던 점이 참 아쉬웠죠

(허재도 이와 비슷하고)

 

바람의아들.야구천재 이종범

93년도 입단하여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하면서 해태의 새로운 구세주가 된 선수.
93년 신인왕은 양준혁의 미친듯한 타격에 의해 뺐겼으나 당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의 우승에 가장 크게 기여하여 한국시리즈 MVP를 얻게되죠.그리고 다음 시즌
이종범은 진정한 몬스터 시즌을 보여줍니다.

타율 0.393(백인천의 0.412가 최고기록이지만 아직 아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원년의 기록이므로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196안타(아마 부상인가로
2경기를 출장하지 못했을 겁니다.전경기 출장했다면 200안타를 넘어설
가능성이 정말 컸었죠.지금처럼 132경기라면 무조건 넘었을테고)84도루
(아마 2위 기록도 이종범의 73개일겁니다)
그 다음 시즌에는 공익근무로 인해 홈경기에서만 출전했지만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공익에서 복귀하고 96.97년도 연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끕니다(97시즌은 정말 이종범의 원맨쇼에 가까웠죠)

센스넘치는 플레이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상대하자니 까다롭고
내보내자니 내야를 흔들고 게다가 심심치 않게 한방씩 터뜨려주는 클러치
능력까지(97시즌에는 3연타석 홈런과 30-30까지 기록하죠)
한국 최고의 타자라면 이종범을 빼놓고는 정말 얘기가 되지 않는다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그가 군면제를 받고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프로야구에서 홈런과 타점을 제외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을겁니다.
어쩌면 그가 은퇴하기 전에 3000안타를 기록했을지도 몰랐다면 오버일까요?

어쨌든 97년도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일본으로 선배인 선동렬의 뒤를 이어
일본으로 진출하게 됩니다.진출 첫해 초반에 상당한 성적을 올리며
적응해가던중 투수들의 집중견제속에서 결국 팔꿈치 부상을 입으며
부진의 늪에 빠집니다.더불어 성적조급증 환자 호시노 감독의 스타일 덕에
출전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결국 2001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비록 쓸쓸한 귀향이지만 그가 돌아옴으로 인해 순식간에 야구붐이 다시
생길 정도로 그의 플레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를 잊지 않는 플레이로(타율 4위.도루 3위)로
타이거즈를 이끌고 있는 이종범.제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입니다.




이야기를 조금 돌려서~-0-;
해태하면 또 빼놓을수 없는 것이 바로 단기전의 최강자였다는 점이죠.
일단 그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조금 부진했더라도 4위에 턱걸이만
하면 언제든 우승후보가 되었던 팀.
한국시리즈에 9회 진출하여 9번 모두 우승한 팀.
그 바탕에는 당연히 강력한 투수진이 있었죠.

국보 선동렬.가을까치(플레이오프의 사나이 정도로 해석하시면 됨)김정수
싸움닭.팔색조(공격적인 피칭과 다양한 변화구를 뜻함)조계현.최강의
잠수함 투수였던 이강철.꽃돼지-_-;(이 별명의 유래는 모릅니다.살이
많이 쪘던 것일까요?--;)문희수 마당쇠(굳은 일을 처리하는 미들맨) 송유석
닥터K(10타자 연속 삼진 기록을 가졌죠-0-;)이대진

거기에 해태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미쳐주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국보란 불린 선동렬이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웬지 힘을 못 썼습니다.
그 화려했던 경력중에 한국시리즈 MVP는 1회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 모자란 2%를 그 이상 채워줬죠.

83년(김봉연)86년(김정수)87년(김준환)88년(문희수)89년(박철우)
91년(장채근)93년(이종범)96년(이강철)97년(이종범)

어쨌든 그 영광의 해태 타이거즈의 기억은 97년을 끝으로 시들어갑니다.
유명한 성대모사의 대상이 되었던 김응룡 감독의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
처럼 주축선수들이 빠지고 은퇴하고 부상에 시달리면서 해태의 역사는 저물고
결국 모기업의 부도로 인해 2001년 기아 타이거즈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팬의 입장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보고 있습니다.
어느 팀 못지 않는 투자로 인해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바닥을 기고
있는 성적도 이젠 그리 큰 느낌이 없는 상태로 말이죠.

물론 옛날처럼 두들겨 패고 군기 잡아서 성적 올리는 식의 팀운영은 없어야겠지요.
하지만 그 단순했던 색상만큼 강렬했던 해태에 대한 기억은 지울래야 지울수가
없습니다.영원히 기억에 남을 그 이름은 바로 해태 타이거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