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롯데 이상구 단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오랜 신호음끝에 그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 단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현재 롯데의 모습을 이 단장의 힘없은 목소리에서 그대로 느낄 정도.

이날 롯데에 대한 소식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가르시아의 기용을 둘러싼 이견들과 로이스터 감독의 작전에 대한 문제 제기 심지어 정수근 징계 해지 요청에 대한 딴지 걸기 등.

성적 나쁜 팀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불거졌다. 지난 3일까지 6연패에 빠져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다.

가르시아 문제부터 물었다. 이 단장은 "다음 주까지 지켜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상 가르시아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반대 입장이다. 지난 3일 경기 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가르시아에 대해 "본인이 가장 힘들어 한다. 살아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기회를 더 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를 2군으로 잠시 보내는 문제에 대해 "1군과 함께 움직이면서 경기에 내보내지 않더라도 2군으로 보낼 계획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다음 문제. 로이스터 감독의 작전과 선수 기용 등에 관해서는 이 단장도 간섭할 수 없는 문제다. 그건 로이스터 감독의 고유한 스타일이 기 때문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잔뼈가 굵었다. 훈련이나 작전, 선수 기용 등은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 방식이다. 그런 그에게 2년 만에 한국식 야구로 변신하라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지난 2~3일 SK전에서 보였듯이 로이스터 감독 스타일이 아직은 한국에서 이기는 야구가 되기는 힘들다는 점이 드러났다. 웬만한 야구 전문가 수준인 롯데 팬들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워하고 있다.

정수근으로 넘어가 보자. 한국야구위원회는 다음 주 초 상벌위원회를 열고 정수근 문제를 논의한다. 현재 대체적으로 징계 해지를 예상하고 있다. 징계가 풀린다고 당장 경기에 나서지도 못한다. 1년 가까인 쉬었던 선수가 단번에 1군 경기에서 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수근이 얼마나 몸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복귀 시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충분히 자숙하면서 몸을 만들었다면 정수근은 오래지 않아 1군 무대로 돌아올 것이고 예전처럼 활약할 것이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정수근은 1군 무대로 컴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수근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조금 뒤로 미뤄도 될 듯하다. 그동안 정수근이 열심히 훈련했다면 1군으로 빨리 돌아올 것이고 그때 그에게 쓴소리를 해도 무방하다. 반대로 그동안 훈련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 정수근의 선수 생명 자체가 끝날 수 있다. 그때는 더 이상 평가도 필요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수근의 미래는 정수근 스스로가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