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김식] "선수들이 불쌍하죠."

제주 강창학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감기몸살로 며칠째 고생 중이다.

애제자 장원삼(25)을 내주는 조건으로 삼성으로부터 현금 30억원과 좌완 박성훈(26)을 받기로 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트레이드 승인을 보류하면서 김 감독이 덩달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일 훈련을 마친 뒤 "트레이드 승인이 나도 문제, 안 나도 문제 아니겠느냐"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결국 해당 선수들의 마음이 더 다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로 장원삼은 이미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트레이드 승인이 나지 않으면 여기 와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는 박성훈은 또 어떻게 되겠느냐. 원삼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마음을 잡고 열심히 할 수 있겠는가"라며 안타까워 했다.

트레이드 승인권을 갖고 있는 신상우 KBO 총재는 1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최종 결정을 20일, 그리고 21일로 계속 미뤘다. 트레이드는 구단간의 거래고, 트레이드 승인은 KBO의 몫임을 인정하지만 선수들 마음부터 헤아려야 하는 김 감독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김 감독은 "트레이드가 결정된 14일을 마지막으로 원삼이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그 속이 오죽하겠느냐. 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트레이드 승인이 나기 전까지 장원삼을 훈련에 합류시키지 않고 있다. 장원삼은 김 감독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눈 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박성훈은 제주도에서 자청해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에서 이미 전력 외 판정을 받았던 박성훈에게 히어로즈는 '기회의 땅'이다. 박성훈은 김 감독에게 "여기서 잘 해보고 싶다. 다시 가라면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민태 히어로즈 투수코치도 박성훈에게 "넌 소질이 있는 투수인 만큼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사상 초유의 트레이드 승인 보류 사태는 어른들 싸움에 선수 등만 터지는 격이다.

제주=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