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부활을 꿈꾸는 박찬호(35)가 재기의 장소로 월드시리즈 우승팀 필라델피아를 선택했다. 계약 조건은 1년간 250만달러. 인센티브를 따내면 최대 500만달러가 된다. 2007년 뉴욕 메츠와 맺었던 60만달러 계약, 올해 LA 다저스와 맺었던 마이너 계약(로스터 등록시 50만)에 비하면 상당히 안전한 계약이다.

박찬호에게 들어온 제안은 5개. 그 중 필라델피아를 택한 것은 '선발투수 박찬호'를 가장 원한 팀이 필라델피아였기 때문이다. 라몬 라미레스와 레오 누네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쓴 캔자스시티, 브랜든 라이언과 후안 크루스가 FA로 풀린 애리조나, J J 푸츠와 션 그린을 뉴욕 메츠로 보낸 시애틀, 새로 영입한 밥 하우리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샌프란시스코는 불펜투수 박찬호를 원했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박찬호를 선발로 쓰기 위해 영입한 것이 거의 틀림없다. 톰 고든을 내보내긴 했지만 지난해 239⅓이닝을 3.05의 평균자책점으로 막아낸 라이언 매드슨(28)-채드 더빈(31)-클레이 콘드리(33) 우완 트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브래드 릿지를 포함한 우완 불펜은 이미 ML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선발 가능성을 기대하고 다저스에 입단했다 시즌의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낸 박찬호로서는 자신을 불펜투수로 쓸 가능성이 최대한 적은 팀을 고른 것이다.

A J 버넷(뉴욕 양키스) 영입전에서 일찌감치 발을 뺐던 필라델피아는 현재 제이미 모이어(46)와 재계약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가 제시한 조건은 2년간 1400만달러. 당초 2000만달러를 원했던 모이어도 최근 1800만달러로 한발 물러섰다. SI.com은 1500만달러 선에서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팻 길릭 단장의 은퇴로 강한 연결고리가 하나 끊어지긴 했지만, 모이어 역시 자신에게 감격의 우승반지를 안겨준 필라델피아와 인연을 끊고 싶지 않을 것이다.

모이어가 돌아온다면 콜 해멀스(24)-브렛 마이어스(28)-조 블랜튼(28)-모이어(46)의 1~4선발이 사실상 확정되고 결국 한 자리가 남게 된다.

5선발의 1순위 후보는 지난해 데뷔해 2년 연속 10승을 올린 카일 켄드릭(24). 하지만 켄드릭은 지난해 3.87이었던 평균자책점이 올해 5.49로 크게 치솟앗다. 특히 마지막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61, 피안타율 .366라는 엄청난 부진으로 선발진에서 밀려났다. 플로리다 교육리그로 보내진 켄드릭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TV로 봐야 했다. 필라델피아가 박찬호를 영입한 것도 켄드릭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가 2년차였음을 감안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수다.

시즌 막판 켄드릭을 대신한 선수는 좌완 J A 햅(26)이었다. 햅은 시즌 종료 직전 2번의 선발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과 6⅔이닝 2실점 호투로 필라델피아가 지구 우승을 굳히는 데 큰 기여를 하는 등 좋은 이미지로 시즌을 끝냈다.

지난해 4승8패 5.80의 심각한 부진에 마이너리그로 쫓겨났던 애덤 이튼(31)도 있다. 길릭 단장의 유일한 실패작이라 할 수 있는 이튼은 3년간 2451만달러 계약이 내년으로 끝난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이튼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 내년 연봉 850만달러 중 100만달러를 깎아주겠다는 세일 조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은 아직 없지만, 필라델피아의 강한 의지를 고려하면 이튼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경쟁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망주 1위 카를로스 카라스코(21)도 있다. 하지만 트리플A 경험이 지난해 6경기(2승2패 1.72)가 전부인 카라스코는 일단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2년차 켄드릭, 5경기가 메이저리그 선발 경력의 전부인 햅과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카라스코를 포함하면 경쟁자는 셋이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도 않다. 올시즌 연봉총액이 13위였던 필라델피아에게 250만달러는 결코 '날려도 그만'인 돈이 아니다. 그만큼 필라델피아는 자리를 따낼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박찬호를 영입했다.

박찬호는 제안의 내용과 팀 전력이 모두 최고인 필라델피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걱정은 타자들의 구장으로 소문난 홈구장 시티즌스뱅크파크다. 게다가 박찬호는 올시즌을 다저스타디움에서 뛰었다(홈 2.18/원정 4.50) 하지만 올해 시티즌스뱅크파크는 득점팩터에서 30개 구장 중 15위, 홈런팩터는 11위에 그쳤다. NL 구장 중 작은 편에 속하는 시티즌스뱅크파크가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에 떨 정도는 아니다. 타자들의 구장이라는 이미지에는 필라델피아 강타선도 한몫 했다.

실제로 올해 필라델피아 투수진은 홈에서 3.65, 원정에서 4.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홈런 허용도 홈에서 748이닝 80피홈런, 원정에서 702이닝 80피홈런으로 오히려 홈에서 더 적게 맞았다. 해멀스(2.99/3.19) 마이어스(3.01/6.21) 블랜튼(3.55/4.96) 켄드릭(4.62/6.33)은 홈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모이어(4.61/2.92)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필라델피아 투수가 홈에서 더 잘했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라델피아 타자들은 홈에서 .262-341-447, 원정에서 .249-324-429를 기록, 홈에서 더 잘하긴 했지만 원래 좀더 편안함을 느끼는 홈구장 성적이 좀더 좋음을 감안하면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박찬호가 메츠에 입단했던 2007년이나 좀더 좋은 조건을 기다려보지 않고 다저스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올시즌보다 훨씬 좋은 선택을 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도 가장 편한 마음으로 내년 봄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은 올시즌의 활약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박찬호에게 달려 있다. 
 
*한편 박찬호는 작은 홈구장을 극복하기 위해 겨우내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계획을 밝혔다. 맞다. 필라델피아에는 팀 웨이크필드 다음으로 느린 구속(평균 81.2)에도 체인지업의 힘으로 장수하고 있는 모이어, 모이어를 만난 후 체인지업이 더 날카로워진 해멀스(NL 체인지업 2위)가 있다.


김형준 generlst@naver.com





 사실상 경쟁상대는 켄드릭 하나로 보이고...
 충분히 5선발 따낼거라 믿습니다...


 
 초설레발 내년 예상 -ㅅ-

 30경기 29선발
 14승 10패
 방어율 3.91 
 이닝 182.2  
 삼진 164

 시즌 후 2+1년 총액 20.5M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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