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설한 자가 누구일까.  반에서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웠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다 용서해줄테니 눈감고 솔직히 손들어'라고 말씀하신다.  순진하게 손을 든 학생들.  나중에 한 선생의 입으로부터 "공부 조낸 잘하는 넘이 담배나 피는 넘이었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그 학생은 낙인찍힌다(담배 좀 피웠다고 낙인 운운은 쩜 오바인가?)

나는 걸린 학생보다 그 선생이 더 궁금하다. '비밀보장'이라는 신뢰를 무너뜨린 이상 앞으로 다시는 선생님이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을 때 순진하게 손을 드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2. 스테로이드 발설의 근원지는 호세 칸세코가 아니라 켄 케미니티였다.  칸세코가 약물의 양심선언 대명사로 불리는 지금, 지하에서 좀 억울해하지 않을까.  재미있는 것 하나는..  누군가들에 의해 양심의 선구자이며 파이어니어로 불리는 호세 칸세코는 약물을 즐겨 사용했으며 그 효능을 칭송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거 참 아이러닉한..ㅋ

3. 본즈, 클레멘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본즈가 약물논쟁에 휘말릴 때 클레멘스의 팬들은 '롸저야 말로 킹왕짱이고 깨끗하며 순진무결한 짱이야' 라며 본즈를 욕했었다.  클레멘스가 같이 머드팩을 하고있을 때 롸드의 팬들은 '롸드야말로 진정한 홈런킹'이라고 본즈와 클레멘스를 욕했었다.  이제 다음 타자는 누구일까? 물론 위대하신 언론께서 정해줄 것이다. SI의 기자와 그 관계자라는 넘은 왜 A-ROD라는 시대의 아이콘의 이름만을 내밀고 나머지는 밝히지 않는가.   그게 그 잘나빠진 '저널리즘'이라는 것일까?

4.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03년에 볼티모어의 투수가 죽었을 때 이 모든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갸들은 비밀서약을 받은 검사를 한번 하고는 본즈와 클레멘스만을 나쁜 넘으로 몰아갔었다. 전수조사 후 전면 공개크리. 그리고 재발방지 서약을 했었더라면 2003년 전/후의 복용을 명확히 나누고 오히려 파장은 더 적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그 희생양 작전은 성공했었지만 어차피 해를 손바닥으로 가린다 한들 가려지는 것이 아닐텐데..  대한민국 떡검 수준밖에 안되는 버드 셀릭의 뇌 용량이 아쉬울 뿐이다. 

5. 2005년에서야 메이저리그는 징계를 만들었다.  그 이전의 복용을 소환해서 징계하는 것은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  결국 그 이전 복용자들에 대한 징계는 팬들의 욕설 뿐.  그러나 그 누가 스테로이드의 유저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본즈야 원래 스테로이드 의혹을 받았었지만 클레멘스, 팔메이로, 테하다, 페팃, 엔킬, 그리고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지금 이런 명단에 오르리라고 2004년에 예언했었다면 아마 댓글의 포화속에 버로우했을 것이다.  매덕스? 랜디 존슨? 칼 립켄 주니어?  가만..  칼 립켄 주니어는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몸집과 파워를 지닌 유격수였잖아? 스테로이드는 오히려 투수들에게 더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걸리는 투수/타자 비율만 봐도 그렇고.  당대의 타자들이 이렇게 죄다 걸렸다는건 당대의 투수들을 의심해볼 이유가 되지 않을까.  어떤 칼럼니스트들의 말대로 팬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니까 무죄를 증명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용의자이다.

6. 암페타민과 스테로이드의 차이는 무엇일까.  효과?  그럼 스테로이드도 종류에 따라 페널티를 나누어야 할 것인가?  2004~2007년까지 둘의 차이는 사무국에서 금지하는 약물/ 금지하지 않는 약물이었다. 이제 그 둘의 유일한 차이점은 없어졌다.  과연 야구같은 멘탈 스포츠에서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약물의 효과는 근육을 키워주는 약물의 효과에 비해 미미한 것일까? 뭐 이것은 증명된 바가 없으니 나도 모르겠다. 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복용한 스테로이드가 죄악의 상징이라면 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복용한 암페타민은 어떻게 생각해야할 것인가.  아, 암페타민은 베이브 루스나 행크 애런도 복용했다고?  암페타민은 많은 선수들이 애용했다고?  암페타민을 쓰지 않고도 정신적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이겨가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들은 (스테로이드 이론에 의하면) 피해자가 아닐까?  

가끔 식사 이외의 모든 보조식품은 금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건강에 영향이 없다 해도 흔히 말하는 Performance Enhance 효과가 있다면 Cheating이 아닌가?

7. 한국은 안전한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 - 새미 소사의 홈런 쇼 이후에 찾아온 한국야구의 타고투저 열풍을.  15개의 홈런도 못치던 선수가 갑자기 30-30을 하고, 갑자기 50홈런이 쏟아져나온 기현상.  한국에서는 2명의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었다.  한국에서 MVP를 타간 투수가 일본에서 바로 다음해에 스테로이드 복용이 적발되었다.  한국 프로야구가 깨끗하다는 상상이야말로 대운하가 코리안 드림을 이루어줄 것이라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소리.   흔히 청정리그의 증거로 사용되는 WBC?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뛰었던 대회다.

미국에서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리포트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에이로드 하나로 끝날 일인가.. 아니, 법대로 하자면 에이 로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인가..  각종 리스트에 올라있는 그 수많은 이름들은 본즈 - 클레멘스에 이은 3대째 십자가를 진 에이로드 덕분에 다시 안심하고 뛸 수 있겠죠.  그들의 수혜자인 페팃, 앤킬, 게리 매튜스 주니어, 브라이언 로버츠 등등과 같이.  전 본즈는 나쁜넘, 지암비는 사과했으니(사실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하고 사과한 것도 아니죠) 봐주자..  클레멘스는 나쁜놈. 페팃은 사과했으니 봐주자는 여론들이 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과연 그깟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큰 것인가.. 그래봤자 자신들이 한 행위는 사라지지 않는거고 말 한마디 더한 것 뿐인데..   에이 로드는 Sorry를 몇번이나 붙였죠.  과연 '사과'한 로드에게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흥미롭습니다. 

막을 수 있었음에도 덮고가는 행위가 얼마나 큰 파장을 초래하는지는 이미 미국의 각종 스캔들이 잘 보여주고 있고..  한국 프로야구도 나중에 이런 꼴 당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