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재는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댄다.
데자뷰가 느껴진댄다.





광장이란 정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민중봉기의 발원지이고,
유럽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모일 수 있는 광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룰 수 있었는데,
이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은1929년의 만국박람회를 위해 만들어진 광장이며,
스페인 각 도시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스페인광장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곳이라는
틀에 박힌 교과서식의 설명은 이분께는 적절하지 않다.
한가인이 웨딩드레스 입고 ‘세상은 눈부신 선물입니다.’하면서 달려가던 곳.
김태희가 신나게 흔들며 플라멩코 추던 곳이라고 이야기 해주니 히야~ 하며 좋아라 한다.















장기간의 자유배낭여행에는 대단히 짜임새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간단한 실용 여행 회화.
비자와 여권, 항공권에 유레일패스, 국제학생증을 위시한 각종 카드,
루트, 가이드북, 환전, 여행자수표, 예산, 가방꾸리기 등 등..





천신만고 끝에 비행기를 탔다면, 현지에서는 또 어떤가.
루트에 걸맞는 적절한 교통수단을 집어타야 하고,
숙소도 그 때 그 때 잡아야 하며, 이동할 때는 지도를 뚫을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조심조심 길도 잘 찾아야 한다.













성당의 유래가 어떻고 내려오는 전설은 어떻고 하는 설명들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도 해서, 수첩이든, 전두엽 한켠이든,
그때 그때의 감흥을 소상히 메모해야 한다.
경치 좋은 곳에 구경을 왔으니 사진도 찍어야 하며,
노란머리, 파란 눈동자들에게 무엇하나 요구하려거든
팔자에도 없는 영어를 입 밖으로 끄집어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길을 잃거나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계획대로의 여행을 위해서라면 이 중에서 무엇 하나라도 틀어져서는 안된다.






초심자에게는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으면서
정처 없이 떠돌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도 여행의 매력임에는 틀림 없지만,
우리에게는 돈과 시간이 제한 되어있다.
원하는 곳을 효율적으로 돌아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로
여행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희재와 나의 경우는, 이렇게 그 모든 주도권을 내가 다 가지는 형국이었다.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원칙에 확신이 있었다.
준비과정이 충실 할수록 알찬 여행이 될 가능성 또한 그만큼 높아진다는 생각이었다.
군 제대전의 시간적 여유를 투자해 그리스신화를 읽고, 미술작품을 공부 했으며,
후임에게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씌워가며 루트와 일정에 목숨을 걸었었다.















하지만 희재는, 애초에 패션과 쇼핑의 도시 마드리드에서 옷 구경을 하는 것이
이번 스페인 방문의 주된 목적인 이 압구정동 부띠끄의 젊은CEO께서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유레일 패스가 뭐하는 물건인지조차도 전혀 모르고 계시었다.























다시 말해 희재는 아무 것도 모르는 그저 자유로운 영혼이고,
삽질을 용납 못하는 내게는 인터넷과 가이드북을 들들 볶아 마련한
딴에는 완벽에 가까운 챕터8. 안달루시안 루트가 있으니,
숙소 예약이라든지, 차편 예매, 다음 여행지 선택과 같은 주도권이 모두 내 앞으로 떨어진다.















혼자서 길을 잃고 헤메거나, 숙소를 못 잡아 갈팡질팡하게 되면
그냥 ‘에이~’ 하고 자책만 조금 하면 되지만,
이렇게 내 실수를 함께 뒤집어쓰게 될 동행이 따라 붙으니 부담이 가중된다.
프라하에서 잠깐 동안 동행했던 어느 아가씨는,
지도를 잘못 읽은 내가 길 한번 잃었다고 ‘혹시 길치 아니에요’라며 매섭게 쏘아대던데.
여자친구와 함께 다니는 남자 배낭족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남부스페인의 7월말 한낮은 불 같이 뜨겁다.
갑자기 한가인이 보고 싶어졌지만, 옆에 있는건 수염이 덥수룩하고
나이는 스물다섯씩이나 잡순 남자놈 뿐이다.














밤도 아닌데 머리 위로 별이 빙빙 날아다닌다.
더위를 조금만 더 먹으면 별 대신 한가인이 날아다니게 되지 않을까는 생각에,
미친듯이 점프 점프!!


연정훈 ㅅㅂㄻ!!!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09-04-24 09:05:15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