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했잖아요. 셔터박스 수명이 다 된거라고.
이미 증상이 확실한데, 그래도 체크하는데 며칠씩이나 시간이 필요한가요?"

"어쩔 수 없네요. 일단 우리 손에 들어온 이상, 정밀한 검사를 해야만 합니다."

"...좋아요. 그럼, 수리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어떤 고장인지 확실하지 않으니까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은 더 소요될거예요."


답답하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동네 미군부대 앞에서 굴러먹던 짧고 거친 내 한국어식 영어는
비엔나 캐논센터 직원의 더듬거리는 독일어식 영어와는 상극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가서, '사고관의 차이'라는 벽이 느껴진다.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며 급하게 살다 결국 빨리 가버리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이정도 고장을 수리하는데 두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터인데,
그저 삶의 여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만만디의 고장은
검사와 수리에 '최소 2주일'을 주장하고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곳의 사고관은 내 상황과 맞지 않는다.
나는 어제와 오늘의 숙소가 다르고 내일의 숙소도 다를,
백배 보고 쭉쭉 찍고 턴을 해야 하는 바쁜 여행자다.
카메라 수리한답시고 이틀도 아니고 2주씩이나 이런곳에서 퍼질러 앉을 수는 없다.





오직 카메라 수리를 위해 계획에도 없는 비엔나에까지 와서,
보통의 배낭족은 절대로 찾아 갈 일이 없을 지하철 종점의 공업단지에 있는,
물어 물어가며 간신히 찾아낸 캐논 서비스 센터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내장이 다 꼬일 지경이다.
그래 관두자. 루체른의 카메라점 직원도 이야기 했었잖아.
사진을 못 찍는건 아니니, 그냥 그대로 다니라고.
여행 3주째, 제법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남은 한달의 일정 동안, 구도를 잡지 못하는 반쪽 카메라와 함께 할 각오를 다진다.



호스텔까지 터덜터덜 돌아왔는데도 머리가 아프다.
오늘 하루는 또 이렇게 공친다.
비엔나 시내를 돌아다 보고 싶은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기분이 잔뜩 상해 하며 주방에서 빵과 라면스프-스파게티,
프라하에서 사온 참치 통조림을 씹고 있는데,
별로 잘생기지는 않은 남자녀석이 말을 걸어온다.







? :안녕. 그거 맛있니?

중현 : 응? 전혀.. 그냥 소화 할 수 있을 정도일 뿐이야. 이 정도로도 감사하고 있어.

? : 하하. 그렇구나. 스파게티는 만들기가 쉬운 음식은 아니지. 넌 어디에서 왔니?

중현 : 한국이야. 넌?

? : 난 네델란드에서 온 발렌타인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중현 : 중현이야.

발렌타인 : 주운-하안?

중현 : 하하. 서양인들은 발음하기 어려워. 내 미국인 친구들은 다들 그냥 내 성씨인 '리'로 불러.

발렌타인 : 리! 그래 훨씬 쉽구나. 혼자서 여행하는거야?

중현 : 응, 한 삼주째 유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보고 있어.




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지극히 지리하고 틀에 짜인 대화가 오고 간다.




지금껏 가본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이니, 남은 일정은 얼마이며,
비엔나에서 얼마나 더 머무를지,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인지....



그러다 나는, 이 친구가 과연 뭐라고 대답하나 궁금하여,
오래전부터 깊은 곳에 감춰두고 한번도 꺼내지 않은 원초적인 질문을 끄집어 냈다.

중현 : 사실 난, 여행을 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발렌타인 : 응? 무슨 소리야?

중현 : 그 동안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유럽 각국의 별 별 관광지를 다 돌아다니고 있어.
빠리에서는 에펠탑을 갔었고, 프라하에서는 카를교를 보러가서 사진을 찍었어.
근데, 사실 그게 의미가 있는건가? 그냥 책이랑, 엽서에서 본 장면이랑 똑같더라고.
겨우 이런것을 위해서 머나먼 한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힘들어하면서 여행해야하는건지 의문이야.
무엇을 위해 여행하는건지 잘 모르겠어.


문득 초면에 이런 걸 물어본건 실례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실례까지는 아니더라도, 처음 만난 여행자사이에서 대화를 트기 위해 나눌만한
'가벼운 소재'로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발렌타인은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을 이어 나간다.


발렌타인 : ...음... 아.. 그거 참 어려운 문제다. 그치?
그러면.. 아마 뭔가 주제를 정하면 도움이 될거야.
네가 음악을 좋아한다면, 음악 여행을 하면 되고, 미술을 좋아하면 미술관만 파면 되고,
미식가라면 식도락 투어도 좋겠지.
음..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는 아닌듯 해. 사실은 나도 내가 왜 여행하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건, 남들은 그저 유명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만 할 뿐인데
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넌 벌써 남들보다 나은 것이 아닐까?"

중현 : 기대보다 훨씬 나이스한 대답인걸?

발렌타인 : 하하하.. 고마워. 난 이제 샤워를 좀 해야겠어.

중현 : 그래.. 난 이제 설겆이를 좀 해야겠어.







책에 나오는 곳만 찾아다니며 달력사진을 찍는 것의 의미를 비단 나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듯, 대학생 유럽배낭여행은,
그저 한두가지의 테마를 '즐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또 하나의 큰 틀, '유럽'에 보다 다차원적으로 다가가
'유럽'의 생각을 배워서, 미래를 준비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달력사진만 찍을게 아니라 유럽 여러 사람들과 맥주 한잔 사이에 두고
밤새도록 유럽은 어쩌니, 미국은 어쩌니, 아시아는 어쩌니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가며
서로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장단점을 배워가는,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자들의 권리이기 이전에 의무이리라.

내가 지금 서 있는 유럽을 알아야 세계를 알 수 있고, 나를 알 수 있고, 미래를 볼 수 있다.
단시간만에 유럽을 알기 위해서는, 유럽인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여지껏 만나온 다른 혼자 다니는 배낭족들이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은,
그들도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세상을 알기 위한 걸거다.
내가 심심해 보여서 놀아주기 위한 것은 아닐 거다.





영어는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한다.
다섯살 때 부터 엄마한테 맞아가며 영어동화 테잎을 들었던 이유,
성적은 반에서 마흔 몇번째, 순공부도 안하던 고삐리 시절
그래도 영어단어만큼은 꾸준히 외워온 이유,
산드라블록 누나가 나오는 것 말고는 별로 재미도 없는 '당신이 잠든사이에'를
한글자막도 없이 백번도 더 본 이유,
바로 이번에, 바로 지금 써먹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미묘한 감정까지 표현할 수는 없지만, 좋다, 나쁘다, 배고프다,
멋지다, 후회된다, 피곤하다 하는 정도의
생존형 영어는 얼마든지 내뱉을 수 있다.
부딪히자. 들이대자. 들이대자.


혼자 침대에 앉아 여기 까지 생각을 정리했을 무렵,
등 뒤에서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 나 지금 비엔나 시내에 다시 나가 볼 생각인데, 같이 나가지 않을래?"


발렌타인이다.
끝내주는 타이밍이다. 소설을 쓰더라도 이런 작위가 또 따로 없다.


"좋지!! 지금 바로 나갈거야?"









우리나라 사람에게 영어는 사실, 쉬운 언어가 아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플라망어 세가지나 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인,
네델란드에서 온 이친구도 영어까지 완벽하게 익히는건 벅찬가 보다.
함께 빈 시내를 걸으며, 우리는 깊다기 보다는 긴 대화를 나눴다.

발렌타인 : 그럼 넌 북한에서 온거야 남한에서 온거야?

중현 : 남한이야. 북한은 아주 가난해서, 유럽까지 온 북한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일이 아닐거야.

발렌타인 : 아..

중현 : 사실은 남한, 북한, 이런거 없어, 2차대전이 끝나고 미국이랑 소련이 지들끼리 나눠먹은거야. 독일처럼.

발렌타인 : 응, 알고 있어. 그럼 너희는 통일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

중현 : 물론 노력이야  하고 있지. 그런데, 분단된지 50년이나 지났고
그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서, 좀 힘들어.

발렌타인 : 그렇겠구나. 독일도 그래서 통일되고나서 얼마 안 있어 다시 갈라지려고 했잖아.

중현 : 그래, 남한은 민주주의이고 북한은 공산주의라서, 서로 정치, 경제, 문화 이런게 너무 달라.
그리고 북한 지도자가 그 뭐냐.. con.. conser...

발렌타인 : conservative? (보수)

중현 : 그래. 너무 보수적이라서, 서로 대화하는 것 조차 힘들어.

발렌타인 :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 맞지?

중현 : 이야 잘 아네?



중현 : 난 네델란드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발렌타인 : 흠.. 경험있는 선수들이 다 은퇴해버려서, 힘들었나봐.

중현 : 베르캄프, 스탐, 다비즈, 오베르마스 이런 선수들?

발렌타인 : 아주 잘 아네!! 어떻게 알아?

중현 : 한국 젊은남자들에게 네델란드 A팀은 유명해. 8년전 프랑스에서 너희가
한국을 5:0으로 발라버렸잖아.

발렌타인 : 하하. 그리고 나서 우리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가 너희 A팀으로 가서
준결승까지 올라갔었지?

중현 : 맞아. 그 월드컵 이후로, 히딩크는 한국에서 레전드가 되어버렸어.

발렌타인 : 흠. 이번에 호주 감독으로도 괜찮게 하더라고.




발렌타인 : 중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나도 조금 먹어 봤는데, 한국 음식은 어때?

중현 : 중국이나 일본이랑은, 비슷하면서도 달라. 주식은 고기가 아니라 밥인데, 반찬이 많아.

발렌타인 : side dish가 많다고?

중현 : 응, 적어도 3가지 이상을 먹어. 종류가 굉장히 많지만,
보통 익힌 야채랑, 김치, 고기나 생선 조금.
밥, 국, 반찬을 모두 한 상에 놓고 먹는데,
특이한건 국을 한 냄비에 두고 각자 숟가락으로 떠먹어.

발렌타인 : 모두가 한 냄비에?

중현 : 응. 따로 덜어서 먹는 경우도 있긴 한데 테이블 한 가운데에 큰 냄비 하나만 놓는 경우가 더 많아.

발렌타인 : 그것 참.. 특이하구나..

중현 : 음.. 너희 관점으로 본다면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숟가락을 나누는걸 영혼spirit을 나누는 거라고 생각해.
(情 이라는 뜻을 옮길 수 있는 영어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중현 : 한국에도 중국 음식점이 많아서 종종 먹는 편이야.
맥도날드처럼 동네마다 하나씩은 반드시 있어.

발렌타인 : 중국집은 세계 어디에나 있어. 저기도 하나 있네.
언젠가는,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거야.

중현 : 어휴!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 될거야...

발렌타인 : 하하하하...





중현 : 네델란드에서도 국교가 카톨릭교야?

발렌타인 : 카톨릭이 가장 많아. 하지만 개신교도 있고, 칼뱅파도 있고...

중현 : 역시 모두가 결국은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네..

발렌타인 : 서양이니깐. 그러고 보니 이슬람교도 좀 있겠다. 아랍친구들도 좀 있거든.

중현 : 아.. 그래? 칼뱅파는 어떤거야? 칼뱅은 그냥 교회개혁자로만 알고 있었거든.

발렌타인 : 맞아. 잘 알고 있네. 칼뱅의 개혁된 카톨릭을 따르는게 칼뱅파야.

중현 : 그거.. 좋아? 서양 역사 시간에 칼뱅은 굉장히 멋있는 사람으로 배웠어.

발렌타인 : 별로, 굉장히 보수적이고 답답해. 개신교보다 훨 더해.
으.. 생각하기도 싫어. 한국은 종교가 어때?

중현 : 글쎄.. 카톨릭이랑 개신교 중에서는 개신교가 조금 더 많지만, 가장 많은건 불교야.
('잠재적인 불교'가 갖는 의미를 도저히 영어로 풀이해낼 자신이 없다.)

발렌타인 : 오. 불교..

중현 : 근데, 한국사람들은 종교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내 가족들만 해도 우리 아버지는 불교이고, 우리 어머니는 카톨릭인데, 나는 무교야.
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아.

발렌타인 : 그래? 그럼  어떤걸 중요하게 생각해?

중현 : (취업, 부동산, 군대, 입시 같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만,
국내 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과 이런문제로 토론할 재간은 없었다.
이 친구가 그런걸 묻는것 같지도 않았다.)
....조상. (forefather)

발렌타인 : 오호~ 조상? 그래. 서양에서도 부모를 공경하지만, 동양만큼은 아니야.
그들은 조상을 훨씬더 섬기지. 그래.

중현 : 맞아. 새해나 추수감사절 아침에는 제일 먼저 조상에게 제례 의식을 지내.
음.. 아, 그래. 너 팔에 한 문신 참 멋지네.
우린, 심지어는 문신도 거의 하지 않아. 우리몸은 단순히 내 것이 아니고,
조상들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거든.

발렌타인 : 문신도 안해? 이건 그냥 그림일 뿐인데?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중현 : 사실 관심은 좀 있어. 하지만 문신을 했다간 울 아부지가 내 다리를 부러뜨려서 집 밖으로 쫓아낼걸?
그리고 나는 '리'라는 성씨를 잃게 될거야.
('호적을 파다'를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영작하냐 말이다.)

발렌타인 : 그거 참 무섭네, 그래서 문신한 동양인들이 많지 않은거로구나...
(호적 판다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눈치다.)




중현 : 엊그제 프라하에서 맛본 체코 맥주는 정말 끝내주더라.
프라하에 가게 되면 꼭 먹어봐. 하이네켄이랑은 비교도 안돼!!

발렌타인 : 뭐? 으하하!! 너.. 너.. 와하하!!
(하이네켄은 네델란드 맥주고, 발렌타인은 네델란드인이다.
외국인이 한국 사람에게 '중국 고량주 죽이던데요? 참이슬보다 훨씬 나아요.'라고 말하며 웃으면
기분 나빠하기 보다는 참이슬을 안다니 대견해 할것 같았다.. 발렌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절대로 얼굴이 잘생긴 친구는 아니었다.




이틀동안 이 친구와 함께 다니며 나눈 대화는 사실 그다지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상대방을 알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에는 더 없이 충실했다.
여행의 목표가 새롭게 서는 듯한 느낌이다.







세상은 이따금씩, 민족의 구심점이 되어서 그들의 삶과 의식을 발전시킬 영웅을 필요로 한다.
쉔부른궁전과 비엔나 구왕궁의 오디오가이드는
합스부르크 공국의 여제이자 마리앙투와네트의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와,
1차대전으로 절단나버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마지막 황제 프란츠 요제프1세를
자신네들의 영웅으로 선택했나보다..

오디오가이드의 설명대로,
요제프황제가 오전 5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는건 그렇다치자.
한번 알현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다시는 잊지 않았다는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빵 하나를 먹을 때도 국민들을 생각하는 자애로운 군주였다는둥,
황후인 시씨의 미모와 인기는 예전 영국의 다이애나왕세자비에 버금갔다는 둥,
황제였음에도 아무런 사치도 부리지 않았고 검소했다는둥,
가이드의 황실 포장은 계속된다.
하지만 제위 말년에 혈육들을 한명 한명 잃고,
나라와 민족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은 성왕 요제프에게,
그정도 치장쯤은 뭐...

살아 생전에 영웅으로 군림했지만 죽어서는 결코 영웅이 될 수 없었던
우리네 군인황제아저씨가 묘하게 겹친다.
구미에서 자란 나는 서거 15주년 기념이랍시고,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우리 군인황제아저씨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을
엄마 손에 이끌려 본 적이 있다.
그 아저씨도 검소했다드라.
구두굽이 다 닳았다고 새 구두를 사지 않고 구두굽만 매번 갈아서 신을 정도로,
이발사에게 벨트가 너무 낡았으니 바꾸시는게 어떻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래서 죽을 때도 환락의 궁정동에서 여자 보듬다 죽었나보다.


뭐, 사실은 요제프도 시씨도 테레지아도 까보면 구린 구석이 많이 나올 것도 같다.
중요한건 팩트가 아니다.
국민이 우러러 떠 받들 상징인데,
군인황제아저씨든 누구든 우리도 이렇게 온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영웅 한명쯤 만들어 받들 필요가 있을 것도 같다.
아니다. 그래도 군인황제아저씨는 못난 구석이 너무 많다.
세종대왕, 이순신은 너무 오래됐고, 백범선생은 다 좋은데 영웅치고는 심하게 안 생기셨다.
박찬호는 이제 빌빌대고, 박지성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고,
우리도 제대로 된 영웅이 좀 필요한데 어디서 안나타나나... 쓰...





나도 이런 미로를 무척 가 보고 싶어한 시절이 있다.
땡볕에 길 찾느라 식겁했다.
혼자서 도전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릴때 이런 놀이기구는, '대전 엑스포 전시장'에나 가야 있었다.
엄마는 저거 좀 타보자는 내게 여기까지 와서 무슨 놀이터냐며,
별로 대단한것도 없던 테크노피아관과 지구관, 포철관 같은 곳에 들어갔었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와 쿤스트하우스.
이런것도 그림이 되는구나.
그림은,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
선명하고, 깨끗한 달력사진만이 사진은 아니구나.







평생을 자연과 친화적인 건축을 위해 힘썼다는 훈데르트바서라는 아저씨,
다른건 모르겠고 일단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거 하나는 높이 평가한다.
모름지기 '다름'이 없으면 변화도 없고 발전도 없다.









거금60센트를 들여 toilet of modern art라는 곳도 들어가봤다.
깨끗하긴 하지만, 유료화장실이라고 특별히 시원시원 잘 나오지는 않는다.











비엔나라는 도시는, 시내 곳곳에 소프라노음역의 노랫소리 들려오고,
고개만 돌리면 모차르트의 얼굴을 볼 수가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쉔부른궁과 벨베데레궁이 있지만, 빠리의 루브르와 베르사유의 화려함에 비할바는 아니다.
맥주도 별로 맛이 없고, 비엔나커피와 도너슈니첼이라는 음식에는 전혀 끌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발렌타인이 프라하로 떠나버렸다.
고치라는 카메라는 고쳐주지도 않고서 달라지도 않은 멋진 친구를 한명 줘버린 도시..

아직 가보지 못한 유명한 곳들이 꽤 있지만,
이 곳에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휘리릭 짐을 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