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명랑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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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운동회
1
남쪽 동네 병사들과 북쪽 동네 병사들이 한강 고수부지에서 전쟁을 한다. 쿵! 피융, 타타타타, 푸슝, 쿠쾅! 기관총과 소총, 수류탄과 유탄발사기가 작렬한다. 병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져가고 최후에는 어느 쪽인지도 모를 소년 병사 한 사람만 서서 진혼의 나팔을 불고 있다. 일어나 여러분, 전쟁은 끝났어. 사람들이 자다 깨는 것처럼 부스스 일어나고 무기를 정리한다. 구덩이를 파고 무덤을 만들고 무기들을 매장한다. 무기들에겐 장례식도 필요없다.
우리 내일은 전쟁 말고 다른 거 하자 닭싸움이나 기마전 같은 거, 야구도 괜찮지? 오늘은 너무 아팠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니까.
2
그리하여 다음날 주심도 해설자도 없어 평화로운 홈베이스, 데드볼을 허벅지에 맞은 타자가 투수에게 달려가 빠따를 휘두른다. 투수놈의 머리통은 수박 쪼개지듯... 이 아니라 승패가 갈리듯, 승과 패가 갈라지듯이 명료하게 쪼개진다. 아무렴, 아저씨나 나나... 이기고 싶은 거 아니겠어요? 쪼갠 놈은 쪼갠놈이고 쪼개진 놈은 쪼개진 놈이고, 결국 승부는 아름다운 명료함으로 갈라진다. 아무렴, 이기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겠어요?
쪼개지지 않은 놈이 명랑한 미소를 짓는다. 씩,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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