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維摩經


   

禪師께서는 오늘도
하루를 일년같이 느릿느릿
마루걸레로 마빡을
명경같이 닦고 계셨다
(아마 그 길로 득도하시리라)
보아라, 네 마빡보다 깨끗하지 아니하냐
마빡이 시원한 유방산 不光寺
요사채 앞에서 환속승
지금은 중학교 체육선생 이준씨가
할복했다 농담같이
제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한다
이단 뛰기, 삼단 뛰기, 사단 뛰기,
오단, 육단, 칠 팔 구단에 이르러
황당하게도 선생은 도약하여
가비얍게 날아올랐다
(오, 창자가 나빌레라)

이 놀라운 割心의 법력이여
삼천대천세계가 두루 들여다보이고
석가모니 발바닥에 물집도 보이고
하지만 萬功의 色스러움이여,
처연한 살냄새들이여, 한숨 쉬며
수미산 등성이를, 구름구름들을
불광사 앞길 계단같이 밟고 내려와서
세월아 네월아 마빡을 닦고 있는
마루걸레께 합장 
(마루걸레의 道여)

절밥 한 보시기 얻어먹고
오입이나 하러갈까
이 무구한 色스러움이여,
처연한 살냄새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