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촌역

 평촌역이라고 치니 안양의 평촌역만 줄줄이 나오는군요... 나으 경전선을 잊지 말라능!!!




평촌 가는 길. 지난번에 이어 걸어갔습니다. 원북에서 평촌가는 버스가 있는지를 물어보려 해도 행인이 없어서... 한참 걷다보니 버스가 지나가긴 하던데, 그게 평촌가는건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었네요.

저번 편에서도 말했지만, 걸어다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주위의 모습을 더 오래,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덕분에 주변 경관의 사진이 많아지더라구요. 대개 한 역을 떠나 다음역에 도착하기까지 50~60장안팎인데, 이 구간은 거리도 길고 풍광도 볼맛이 있다보니 140장이 넘더군요. 적당히 줄여가면서 올려야하는데... 경전선 답사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1500장정도 되는데, 애초에 이번 여행은 후기를 올릴 작정을 하고 떠났고, 후기를 쓴다면 사진에 멘트를 붙이게 되기 마련이기에, 이 사진엔 이런 멘트를 붙여야겠다, 라는 생각을 대충 하면서 사진들을 찍었거든요. 그래서 사진 하나하나에 나름대로는 다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러나, 이렇게 장 수가 많아지니 그걸 다 올릴수는 없고, 덕분에 기록되지 못하는 이야기들, 모습들도 많고 그러네요. 사실 생각같아서는... 2박 3일동안 보았던 모든 모습 모든 생각들을 전부 다 동영상으로 올리고 나레이션 넣고 해서 올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겠습니까. 어찌보면 기억이 인간이란 것의 본질이라면 망각이야말로 기억 이전에, "존재" 의 본질일텐데요...

다만 이 여행이 잊혀져가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그 여행에서조차 잊혀짐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은 여간 쓸쓸한 것이 아니군요... 쓸쓸함을 딛고, 평촌으로 떠나봅니다.




 농촌만이 쇠락해가는건 아닙니다. 마을이 쇠락하면 마을과 바깥을 잇는 것들도 쇠락해가겠죠. 한때는 원북역에도 역무원이 있었을지 모르고, 한때는 영진고속관광도 정기적으로 원북의 사람들을 태우고 떠났었겠죠. 지금은 이렇지만...


 
 지금, 그대는 어디쯤 오는지,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많은지...




 그러나 하늘을 보고 땅을 딛고서 철길과 나란히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정말이라능!!!




 지도에는 태실삼거리라고 나와있는 곳입니다. 사전에 지역지도를 최대로 확대해놓고 길들을 파악해 두었어요.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112에 자기실종신고를 몇 번을 냈을런지... 경찰아저찌, 도와줘영... 힝...ㅠㅠ




 이렇게? 조잡하지만 자기만 알아보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잇힝~ 태실 삼거리, 억시령 2교등 랜드마크(^^)들을 찾을때마다 기분이 삼삼했습니다. 시골에서 보물찾기 하는 느낌~~

사실은 거의 외길이었지만...--




꼬불꼬불~




 저 멀리 원북역이 보입니다. 미련이 남아 자꾸 돌아보게 합니다만 가야할 길이 더 많습니다.




 개를 잔뜩 가둬놓고 기르는 집이 있더군요. 올 여름이라도 무사히들 넘기길...




 공사중인 신선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갑니다. 직선화의 부산물로 많아지는건 고가도로와 터널이에요. 고저차를 맞추고 구배를 없애기 위해서죠. 그나마 고가도로는 경치를 즐길 수 있으니 좋습니다만 터널은 정말 싫네요...--




 때마침 화물편이 지나갑니다. 오후늦은 시간대이후로는 여객편이 거의 없는데(오후 4시 이후로는 왕복 1편 밖에 없습니다) 이 시간대에는 화물편이 왕왕 지나가더군요. 이 날 3편인가 4편정도 본거 같습니다.




비석이 또 있네요. 내용을 보니 열녀비인거 같아요. 창살의 녹이 세월을 느끼게 합니다. 뭐 여기서야 세월을 느낄만한거는 쌔고 쌨긴 합니다만...




 말 그대로 기찻길옆 오막살이. 출산률이 높을까요? 낄낄~~

뭐 밤에 열차가 지나가진 않긴 합니다만...--




태실삼거리의 이름은 이 마을에서 나온 거더군요. 태실마을. 지나가는 길에 본 작고 예쁜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의 전경




흙을 발라 쌓은 돌벽마당 안에 경운기가 놓여있군요.




되게 특이한 정자라고 해야하려나...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위에 놓인 다리의 한 구석에 쉼터 비슷하게 뭔가를 만들어 놨습니다. 양 기슭에 나무가 놓여있어 나무가 차양막처럼 되어 있더군요. 중세이탈리아의 도시를 보면 다리가 있고 다리 한켠에 보조다리를 놓아 그 위에 노점같은 것을 만들어 놓은 사진들을 종종 봤는데(무슨 말인지 전달이 되었으려나...) 그 모습이 떠올라 신기했더랬습니다.




 인상깊어서 좀 더 가까이서 찍어봤어요. 한가할 때는 마을 어르신들 나와서 술도 자시고 장기도 두고 그럴거 같습니다.




 전신주를 덩쿨이 덮으니 그냥 나무처럼 보이는거 같네요~ 옆에 핀 꽃들도 잎흐군요.




그래서 찍어봤습니다. 잇힝~




이 모습은... 뭐라고 해야하나... 이번 여행에서 표현력의 한계를 많이  느끼는데... 무슨 바빌론의 공중정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갈수기라 물이 좀 없는건 아쉽지만 흐르는 물가에 수풀이 펴져있고, 그 수풀 사이에 고즈넉히 놓인 집이 어지간히 운치있게 느껴졌습니다. 문재인의 양산별장이 꽤나 멋드러진 집이던데, 비록 촌의 허름한 집입니다만 이 집도 그 못지않게 멋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 의미에서 한장 더 보시라능~




작지만 예쁜 태실마을을 떠납니다.




제가 어렸을땐 철길 굴다리가 그렇게 무서웠더랬습니다. 굴다리를 지나는 동안에 열차가 지나갈까봐서요. 어린 마음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무서움을 느꼈더랬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네요. 저 굴다리 너머엔 뭐가 있을까~ 성격이 달라졌을 뿐이지 철딱서니 없기는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지 싶네요. 잇힝~ 어렸을때 내 성격이 이렇게 긍정적이었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하면 좀 아쉽긴 합니다...




 굴다리 너머에는




 별거 없습니다. 기대한 분 없으시죠? 낄낄~~




500구배의 위엄. 저 숫자가 높을수록 굽이치기가 심합니다. 강원도에서도 500구배는 본적이 별로 없는디...




500구배면 대략 이 정도 굽습니다. 여길 지날때면 속도를 어지간히 줄여도 지직지직 거리며 돌아갈겁니다.




꽤 많이 왔습니다. 원북역도, 복날 개색히들도, 태실마을도 보이지 않네요. 공사중인 신선은 워낙 커서 보이지만...




 저수지가 보입니다. 작고 아담한 저수지더군요. 이 때가 가뭄이 가장 극심하던 무렵이라 수위가 상당히 내려가 있습니다.




 저수지를 지나 언덕을 향합니다.




 제가 평지는 잘 다닙니다만 오르막길에는 정말 약해요. 그다지 높은 고개는 아니었습니다만 제게는 알프스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도에 억시령 2교라고 표시된 다리에 도착했네요. 철망너머로 철길이 보입니다. 철망이 답답해 보입니다.




 그래서 철망을 피해 찍어봤습니다. 낄낄~~




반대쪽은 터널이에요. 경전선은 산속을 지납니다만, 일제시대에 터널공사는 엄청난 난공사였던지 최대한 능선을 피해 골짜기들로 다니기에 터널은 많지 않아요. 터널은 기차가 딱 지나갈 만한 정도의 작은 크깁니다. 요즘의 으리으리한 터널에 비하면 귀엽지 않습니까?




다리를 지나 한참 올라서...




드디어 억시령을 정복했습니다. 마치 알프스에 오른 한니발의 기분이었습니다.




 알프스 너머에는 로마가 있지만, 억시령 너머에는 진주가 있습니다. 이제 함안을 떠납니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굴다리가 하나 더 있네요. 좌하단에 억시령 1교라고 쓰인거 보이시죠?




이렇게 도로와 철길이 나란히 가는 모습을 저는 좋아라 합니다.




묵묵히 서있는 산 밑을 또한 묵묵히 철길이 지나갑니다. 차가운 시골 남자들, 그러나 나그네에겐 따뜻하겠지.

정줄놓고 가는데 멀리서 열차가 달려오더군요.




장비도 찍새도 16류인지라 영상은 저질입니다만, 오직 직찍이라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 으흙흙~~ 시골길을 지나가는 열차의 모습은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더군요~ 물론 서울길을 지나가는 열차도 좋기에 철덕인 거지만... 흐얽ㅤㄹㅓㅀㅤㅌㅓㄿ럴렇~~




 철길건널목이 마치 마을의 관문처럼 놓인 모습이네요. 여기도 평촌리이긴 한데, 평촌역이 있는 마을은 아니더군요. 할매한테 물어보니 조~ 아래랍니다.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봉천이라고 써 있는 철교를 건너면...



빨간신호등이 빛나며 평촌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인역임을 알립니다



평촌역의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네요



평촌역전의 모습. 여기도 가게는 없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겠죠...



평촌역의 담백한 모습



역명판



텅 비어 있는 구석에 탁구대 하나 놓여있습니다. 탁구대에 공이 통통튀었던것은 언제의 일이었을까요



이 작은 마을의 한갖진 역을 기리는 시를 지은이는 누구일까요



승강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날이 저물어가니 더더욱 쓸쓸해보이는 모습이네요...



승강장도 왠지 더우기 허전해보이는 느낌이구요...



그래도 철도는 날이 저물어도 안전합니다



의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전에 열차타고 가면서는 저 자신 열차안에 있었고 열차에 타고 내리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이렇게 날 저물어 열차도 인적도 끊긴 역에 저 혼자 있으려니 그렇게 을씨년스러울수가 없었습니다. 적적하고 쓸쓸하고... 홀로인 제가 오히려 역의 외로움을 안스러워해야할 거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러나 역은 무심히, 이내 떠나갈 나그네따위는 개의치 않고 서 있습니다



이 곳을 나가면 진주수목원 역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ZDR) 중인배님에 의해 2012-08-06 12:29:44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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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ㅤㅋㅢㅤ... 그 정도는 아닌거 같긴 합니다만... 뭐 이런 류의 여행이 희소성이 있긴 하죠~ 철덕들 커뮤니티에 가면 이러한 글이나 사진들이 많긴 한데... 저처럼 한번에 이렇게 통째로 답사하고 온 경우까지는 없었던거 같기도 하긴 합니다~~^^

저런 기찻길이 얼마나 남아있는진 모르겠는데 기왕 답사하신김에. 쭉 다 한번 둘러보시고  계속 답사기써주시면 좋겠네요. 이제는 얼마남지 않은 한국의 진짜 시골모습들이네요. 잘 봣습니당

도심에서 태어나 일생 도심을 떠나지 않거나 외려 외국여행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적막한 동네의 모습이 동시대 어딘가에 있다는 걸 보고 있자니 뭐랄까 이질감이랄까 그런 느낌이드네요
씨티키즈들은 적응못할것 같은... 거기도 사람은 다 살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여행, 제대로 하고 오신듯하네요... 중독성 아주 쎌것 같습니다 이런 여행일수록.

제가 느낀바를 상당히 정확히 표현해주셨네요~ 스포트라이트가 비치지 않는 그늘의 모습들을 들춰보고 왔달까나요... 뭐 그런 느낌입니다. 사실 다니는 동안에는 이게 무슨 고생이냐... 싶고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종착지, 순천이면 순천 목포면 목포 전주면 전주에 도착하면 눈앞의 불야성들이 더 허무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럽니다. 그리고 다시 태백의 산길로, 하동의 강길로, 함안의 기찻길로 떠나게 되고 그러더라구요. 이번 여행중에도 다시 이런 여행 안와야지... 했는데, 서울 돌아오면서는 동해남부선을 갈까 영동선을 갈까 그 생각하고 있게 되더라구요. 낄낄~~

헐...제가 사무소를 떠난 사이 저희 사무소 관내를 여행하셨네요. 제 근무지가 마산기관차승무사업소라 사무소 돌아가면 경전선 거의 매일 운행해야 하는데 ㅎㅎ
근데 곡선반경은 구배라 하지 않고 R(Radius) 이라 많이 불러요. 구배는 경사(높낮이차)를 얘기하는 거구요.
지금 경전선의 최대 구배는 25/1000 이구요 최소 곡선반경(R)은 300이에요. 예전 순천역 들어가기 직전에 250R 이 있었는데 선로 개량하면서 펴졌습니다.
참고로 경전선 300R 곡선의 통과 속도는 70Km/h, 400R은 80Km/h, 500R은 85Km/h 입니다. 경전선 운행시 열차가 느린 이유는 곡선 속도보다 급구배가 많기 때문에 느리게 운행 할 수밖에 없어요. 내리막은 속도 제한, 오르막길에선 속도가 잘 나오지 않구요. ㅎㅎ

평촌역은 역주변이 좀 트인 편인데 해가 떨어지고 나면 주변 민가의 불빛이 적어서 별 보기 참 좋은 역이에요.
순천에서 마산으로 야간 화물열차 운행시 마주오는 여객열차랑 교행하느라 대기해야 되면 별보러 나가요. ^^
그리고 가을에 평촌간이역 예술제도 하는데 음악 연주뿐만 아니라 시낭송회, 사진이나 그림 전시도 한답니다.

헤헤~ 제가 잘 몰라서 생각나는 대로 썼더니 역시 뽀록 나는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승무원이셨군요. 열차 운전석에서 내려다보는 철길은 어떨지 제가 아주 로망을 지니고 있는데 말입니다~ 곡선선로에서도 생각보다 통과속도가 높군요. 하긴 기본적으로 열차 성능들이 되긴 할테니... 전에 저러한 곡선선로를 정상속도로 통과하기 위해 틸팅열차가 도입된다고 하더니, 어느새 틸팅열차 이야기는 잠잠해지고 전부다 갈아엎고 신선을 까는 방향으로 바뀌었나 보더라구요. 틸팅열차 연구는 계속한다는 소문도 있던디... 저런 구선은 보전하고 틸팅열차같은걸 운행해주면 좋겠지만... 이미 이래된거 어쩔수 없겠죠.

평촌이 말씀하신대로 이번에 여행한 곳에서는 대도시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넓더군요. 게다가 다른 넓은데는 인구가 많은데(하동처럼) 평촌은 하동만큼이나 넓으면서 사람이 거의 없어 말씀대로 정말 별보기 좋겠더라구요. 할 수 있다면 가을께에 한번 더 가보고 싶은데, 가게 되면 다시 평촌역에 들러서 말씀하신 예술행사들도 보고 그래야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틸팅열차는... 지금 경전선에 투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곡선만 있으면 틸팅열차를 투입해도 되는데 경전선은 구배가 심해서 오르막길에서 공전 발생할(미끄러질)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게다가 전차선도 깔아야 하니까 전차선 공사할 바에야 아예 선로를 개량하는 거죠.
예전에 새마을 열차를 진주에서 서울까지 운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새마을 열차도 공전때문에 PP동차로 견인하지 않고 디젤기관차로 견인했었습니다.

가을에 경전선 여행하실 계획이시면 진주수목원(반성수목원이라고 하기도 해요)도 들를만 하구요, 직원들의 땀으로 가꾼 북천코스모스역도 가 볼만 하죠.
올 하반기에 마산-진주간 경전선 신선이 개통(거의 연말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예정이라 저런 역을 여행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조차 안되는군요... 하긴 저 선형에 전철화를 하는것도 좀 그렇기도 하고... 이래저래 경전선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군요...

제가 이 여행을 떠난게 바로 그 복전개통이전에 가보려고 한 때문이죠. 가 보길 정말 잘 했다 싶지만, 그렇게 한번 보고 오니까 더더욱 그 모습이 안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이번엔 좀 고생스레 했으니, 가을에는 좀 느긋~하게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일단 갈라면 돈을 모아야...^^

뭐 예전에도 글만 읽고 사라지느라 글을 별로 못 남겼지만...
8월 초까지 서울, 경기도에서 지내야 하는 바람에 베팍 들어오기 더 힘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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