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라온 인생, 친구들 이야기, 우리 부모님 이야기 등등....

별 말없이 잘 들어준다. 

능을 오를때는 경사가 가파르고 그녀가 센달을 신고와서 오르기가 쉽지 않다..

앞장서서 뒤 따라오는 그녀에게 살며시 손을 내민다.   잠깐 주저하다 손을 잡는다.   역시 오토바이에서의 스킨쉽이 이런 벽을 쉽게 무너트리게 한다.

두어시간의 산책을 마치고 점심먹으러 가자고 하니 그러자고 한다.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자기도 배고프단다.

식당으로 가기 위하여 다시 오토바이를 타는데 따로 말안해도 치맛자락 허벅지 밑으로 집어넣고 내허리를 꽉 깍지껴서 잡는다.

버섯전골로 식사를 하면서 곰곰이 얼굴을 바라본다.

상커플진 눈이 약간 짝짝이다.  지금 보니 코도 좀 낮다.  얼굴 전체적으로 달걀형의 미인상이지만 이마가 좀 좁아 아쉽다. 

그러나 지적으로 생겼고, 턱관절이 튼튼하고 입매가 다부지며 일단은 웃을때 볼 우물이 매력적이다.

“뭘 그리 보세욧...”  하면서 톡 쏘지만, 말속에 가시가 없다.

“지금 보니까 미인이시네요”

베시시 웃는다.  그래. 예쁘다는데 싫다는 사람 있나...

“남자친구 없지요.  아니 한번도 남자랑 사귀어본적 없죠”  도발적 질문에 그녀 먹던 숫가락을 내려놓더니 정색하며 뭇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잖아요.”

그녀 말에 의하면 남자친구는커녕, 사귀어 본적도 없긴 하단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 했으며 대학때는 아버지께서 자취는 절대 안된다고, 기숙사 나오면 등록금 안준다고 해서 성적순으로 배치되는 기숙사 안나올라고 8학기 동안 장학금 받았고, 1학년때 학교 도서관 갔다가 어떤 이상한 남학생이 쪽지로 데이트 신청한 것 피할려고 수업 끝나고는 기숙사 방에서만 공부를 한 것이 습관되어 수업-기숙사-수업-기숙사 이외의 공간에는 별로 다니질 않았다는 것이다..

막내 딸이라 아버지의 보살핌이 좀 엄격하셨고 그래서 졸업하면서 집을 떠나 좀 자유스러운 생활을 하고 싶어 회사에서 지역 희망할 때 연수원 성적이 좋았음에도 전북으로 신청안하고 언니가 있는 경기도를 희망했다고 한다.

그러며 자신만의 공간이 될 이사갈 방에 대한 기대가 커서 내가 방을 얻어주러 같이 다니겠다고 했을때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며 한마디 더한다.  “혹시 저에게 마음을 두시는 거라면 아직 저는 사람을 사귈 생각이 전혀 없으니 그러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전 독신주의예요. 아직은....”

“멜치씨 이상형 이야기를 들어보니 뭐 저하고는 하나도 공통점이 없기는 하지만.....” 

이 여자 시작도 하기 전에 장벽을 친다.

“하하하...  연주씨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저는 친절한 귀하의 동기입니다.  남녀가 사귀어야만 만나나요...확실히 연애를 해본신적이 없어서 호의와 작업을 구분하시지 못하는군요.”

“아....그....그런가요...”

그녀는 약간의 경계와 약간의 안도와 약간의 아쉬움이 섞인 표정을 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수원으로 와서 오토바이를 타고 어제 본 방들을 찾아다니니 날은 덥기는 했지만 지난주보다 힘이 들지는 않았다.

그날 이후에도 2주를 더 집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니까 연 4주를 나는 토요일에 집을 먼저 보러 다녔고 그중 괜찮은 집들을 매주 일요일마다 같이 보러 다녔다.

7월 하순경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예정금액보다 500만원을 더 보태어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을 사무실과 우리집 중간쯤 되는 곳에 얻었으며  계약때도 내가 배석하였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고 이야기 한다.

“신혼부부인가 본데, 둘이 잘 어울여요.^^”

연주씨 정색을 하고 말한다.  “아...아니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예요...”

내가 집주인 아주머니를 보면서 얼굴을 찡긋했더니 아주머니 폭소를 터트린다.

이사는 일요일날 하기로 하고 집 열쇠를 받아 방안 구경을 하기로 했다.

입구를 열고 들어가면 부엌겸 거실이 있고 좌측으로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다시 방문을 열면 약 5평정도 되는 방이다.   새로지은 집이라서 도배와 장판이 깨끗하나 아직 아무런 살림살이가 없어 방이 휑하다.

그녀와 방에 앉아서 가구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농과 장식장, 침대가 필요할겁니다. 창문이 이쪽에 있으니 침대는 이쪽에 두고 농은 저쪽에 장식장은 이쪽에 배치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리고 가스랜지, 전기밥통, 그릇, 숟가락 등을 준비해야 하구요.  소형 냉장고도 필요하군요.”

그녀와 바짝 붙어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종이에 사야될 물건과 대략적인 가격을 계산하고 이걸 넣내 빼내 하며 협상(?)을 다 하고 나니 어느덧 바깥이 어두어졌다.

“얼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배고프군요.” 나는 목록이 적힌 종이를 접어 그녀에게 건내주며 일어나 말했다.

“어머,  그러내요.  음.......뭐 드시고 싶으세요?  너무 고마워서 오늘 만큼은 제가 맛난거 사드릴께요”  그녀도 부시시 일어나 나를 마주보며 일어 선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뭘 먹을까.....  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싶은가...

퍼뜩 떠오르는 생각.

“술요.”

“예...?  술요?”

“예. 연주씨 입술요...”

내 대답에 눈이 똥그래진 그녀를 방문 옆 벽으로 살며시 밀며 그녀의 턱을 오른손으로 받쳐올렸다.

그녀 눈을 질끈 감더니 말한다.

“형광등. 형광등....”

손을 뻗어 방문옆에 설치된 형광등 불을 왼손으로 끄고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살며시 포갠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입술이 촉.촉.하.다. 

아.  이거...  왼손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