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가 본고장입니다. 스카치 위스키라 하면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 전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위스키를 의미하는 게 됩니다만,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또한 종류가 많은 종류가 이 블랜디드 위스키이기 때문에 지역별 싱글몰트와 구분하여, 스카치-블랜디드 위스키라고 통칭하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영국은 한나라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양 지역의 대립이 굉장히 심합니다. (웨일즈 지방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요.) 뭐 애초에 인종 자체도 다르니까요. 이 위스키란 술 역시 그러한 배경을 어느 정도 뒤에 깔고 있습니다.

우선 위스키의 어원은 생명의 물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야 킹왕짱 비싼 양주네 어쩌네 하지만 사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그냥 집에서 담그기도 하고, 마을 단위로 주조 하는 술이니만큼, 그리 귀하거나 비싼 술은 아닙니다. 물론 주 재료가 보리다 보니, 밀과 보리가 주식인 그쪽 사람들 입장에서야 고급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긴 하지만요.

-여기서 맥주와 잠시 비교하자면, 증류주와 발효주는 단위 곡식량 대비 생산량이 월등히 차이가 있습니다. 증류주가 대체적으로 더 비싼 이유지요. 더 많은 곡식을 써서 더 적은 양이 나오는 것이 이 증류주란 놈입니다-

우선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pure malt로 만들어집니다. 보리가 주 성분이지요.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원주를 이탄을 사용, 증류 시킨 후, 그을린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킵니다. 때문에 몰트 위스키를 드셔보신 분이라면, 보리향과 함께 탄 나무냄새가 나는걸 쉽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향은 그러한 이유입니다.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싱글 몰트 이외의 다른 위스키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참전으로 인해 보리로 만드는 술 자체를 금지 시켜 버립니다. 물론 맥주도 맥주지만, 위스키가 스코틀랜드의 술이라는 점이고, 또 지역 정서를 생각해 보자면, 순수한 동기만은 아닐거란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몰트 위스키 자체의 주조가 힘들어지자, 고집스런 이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그레인 위스키를 만들게 됩니다. 즉, 보리가 아닌 다른 곡식을 기반으로 위스키를 만들게 된거지요.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으로 식량을 아끼기 위해, 일부 술에만 내려졌던 금주령은 결국 그레인 위스키까지 단속을 하게 되는 전면적인 금주령으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은 지독하게도 만들고 마셔댔지만요. 아마도 잉글랜드 정부에 대한 반감 역시 크게 작용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어찌됐건 전쟁은 끝나고, 전쟁 중에 태어난 수많은 그레인 위스키와 자신들이 기존에 마시던 몰트 위스키와 섞어서(blend) 마시게 됩니다. 이게 블랜디드 위스키의 탄생이구요. 일반적으로 블랜디드 위스키는 메이커 별로 각기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는데요, 가장 비교하기 용이한 두 종을 골라보라면 역시 조니워커와 시바스리갈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는 블랜드 마스터가 다르고 또 섞는 위스키의 종류와 그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각 메이커의 결정적인 차이기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4-5종의 싱글몰트와 2-3종의 그레인 위스키를 배합하여 만든다고 합니다.

블랜딩한 위스키는 단연코 싱글몰트 보다 맛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과 낮은 제품 편차, 그리고 세련되고 보편적으로 납득 할 수 있는 맛과 향이 세계에 싱글몰트보다 더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 편은 조니워커-시바스리갈-발렌타인 이 삼종의 대표적인 블랜디드 위스키에대한 간단한 평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