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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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間
졸음결에는 참나무 피부결
귀에 따갑지 않았다
"덥다. 기대지 말아라."
땅을 가다듬는 길고 깊은 노동,
노동으로 단련된 느린 근육이 뿌리이다
강건한 뿌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으니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진다
다행히, 팽팽해진다
두손으로 열손가락으로 두손바닥으로
땅을 짚지 않아도 일어설 수 있다
다행히, 일어설 수 있다
일어서서 나무 옹이에 얼굴을 갖다대고
눈을 천천히 뜬다
그 누군가도 아닌 그 무언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음 없는 힘
움켜쥐고 소유하지 않는 힘
내가 모르는 사이에 풀을 푸르게,
풀이게 하는 힘, 끝내 풀어내는 힘
두더지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흙을 삼키고
두손으로 열손가락으로 두손바닥으로
땅을 짚는 대신 땅을 파서
구덩이같은 굴, 두가닥 만들고 싶다
허벅지 근육을 팽팽하게 심어넣고
땅으로 피 흘리고 싶다
"덥구나, 이리 와서 기대라"
말은 하지 못해도
당신이 모르는 동안이라도
당신을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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