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YJLOVEMC>

호주 골드코스트와 시드니의 5일간 여행은 내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였다.

연주와 연애를 3년하는 동안 당일치기는 몰라도 1박 여행도 못해본 우리들은 결혼 그 자체보다도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시드니 다운타운 스카이라운지 회전식당에서 캥거루 스테이크도 먹어보고 오페라하우스도보고, 시드니항 유람선도 타고, 3자매봉인가 뭐 그런 곳도 가보고....

밤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도 안빠지고 탐구학습도 하구..    발그레.....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원룸에서 본격적인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뭐 난 진짜로 숟가락 한짝과 옷가지만 챙기고는 원룸에서는 딱 1년만 살거니까 아무것도 살림 늘리지 않고 아파트 입주할 때 장만하기로 하고는 세탁기만 하나 들여놓았다.

집안 살림은 같이 하기로 하였다.

빨래는 연주가, 널고 개는것은 내가.    청소는 내가, 설거지는 연주가.   식사준비는 연주가 밥상 차리기는 내가 뭐 이런식이였다.

완전히 소꿉장난  그자체였다.  반찬을 만들지 못하는 연주 때문에 어머님과 처형내가 부식을 1주일에 한번씩 공수해 주었다.

같이 사니까 무엇보다도 저녁때 집에 안가도 된다는 것.  그것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밥 먹다가도 밥상을 치우고.........잇힝......을 할 수 있다는것도.

새로 지은 원룸이라 방음 장치가 잘 안되었으면 우리 양쪽집 사람들이 좀 괴로웠을 신혼기간이였다.

연애 시절과 다른점은 연주가 생각보다 적극적이라는 것.  연애할때는 수줍어하고, 자꾸 빼고, 가능한 한 회피하더니, 결혼하더니 가끔 깜짝 깜짝 놀랄만한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1년정도 있다가 청약받은 아파트 입주후에나 갖기로 하였기에 피임은 철저하였지만....

사무실에서 전직원 이메일을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그동안 한메일 등 개인메일 쓰던 사람들 회사 메일로 주소 다 바꾸어서 명함에 넣고 이메일 주소 제출하라고 하였다.

연주랑 같이 퇴근하면서 이메일 주소 멋있는 것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그동아 내가 써오던 메일주소는 Foolman@*****.com 이였는데,  연주도 하나 멋있는 것으로 만들고 나도 회사메일 주소 만들면서 좀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했다.

“자기야.  이메일 주소는 촌스럽게 영어이름 이니셜로 만들거나 그러지는 말자.”

“응.  자기가 멋있는거 하나 만들어 줘바...”

“자기는 성격이 차분하고 여성스러우니까 Gloryjoo 나 Twinkle 이런거 어때...”

“에이 촌스러워....  더 고민해봐....”

“그럼 당신은 잠이 많으니까  nazane,  ggumi, 이런건.....”

“음........  자기야 우리 그러지 말고 커플로 만들면 어떨까.....”

“커플?  아니 이메일주소가 무슨 옷이야?  커플로 만들게...”

“자기 이름이랑 내이름 이니셜을 넣어서 만드는거야....”

“아니 그럼 연주는 멜치를 사랑해  뭐 이래서  yjlovemc  뭐 이렇게 만들자는거야?”

“오 그래 바로 그거야.....  자기 천재다.  내가 원하던게 바로 그런거야.  그걸로 하자...”

“아놔....  이사람아 무슨 이메일 주소를 그렇게 촌스럽게 만들어.  직관적으로 딱 알수 있게 만들어야지.  yjlovemc   mcloveyj   이게 무슨 이메일 주소야...   난 안해.”

“옴마...  했!.  왜 내이름이랑 들어가서 싫어?    나 안사랑해?  이메일 주소에 내이름 들어가는게 그리 창피해.  벌써 변했어?”

“아니 그런게 아니라....   누가 이런식으로 이메일 만드냐고 남들에게 불러줄때도 이상하고...”

“하나도 안이상하네.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 예쁘게 봐주시겠어.  이걸로 해. 안그러면 나 삐질테야....   얼마나 좋아  ‘멜치는 연주를 사랑해’ 해서 mcloveyj.  연주는 멜치를 사랑해 해서 yjlovemc  좋네 좋아....  까르르....."

연주는 커플 이메일 만들었다고 좋아라 했다.   하지만 난 정말 이런 이메일 주소는 수용하기 어려웠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이메일 주소 내라고하여 고민고민을 하다가 후환이 두려워 그냥 냈다.

나는 yjlovemc   연주는 mcloveyj로....  상대방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염장 이메일주소다.

얼마 후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총무과에서 정리한 개인별 이메일 주소가 엑셀로 편집되어 올라왔다.

90년대 중후반.   아직 이메일이 지금처럼 다 퍼져있을 때가 아니여서 대부분 김철수면 kcs70  이런식의 아이디가 대부분이였고, 여직원들 일부나 cutiangel, stella와 같은 아이디를 사용하였고 나와 연주 같은 엽기적인 아이디는 드물었다.

그래서 금방 사람들이 알아봤다.

게시판에 댓글이 달렸다.  

“재무과 멜치씨와 자재과 연주씨 아이디가 서로가 서로 사랑한다는 거네요. 닭살거플이야..- 닭집딸”

“연애는 집에서만 해라.  - 35세 노총각”

“사장님 멜치씨 부산지사로 발령 내겠습니다.  -인사과”

뭐 이랬다.

이메일 아이디 후유증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전화로 관련업체 사람들에게 내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라치면 상대방이 잘 못알아들었다.

“예?  와이제이엘오비...뭐라고요....”

“아니요...  와이 제이 엘 오 브이 이 엠 씨.  와이제이 러브 엠씨  라구요...”

“아 그니까 와이제이엘오비엘씨  맞아요?”

“하.......    김대리님.  연주사랑멜치 이니셜입니다.  와이제이러브엠씨  요”

“아.......  사모님 이름하고 멜치씨 이름 사이에 러브...?  아이고 신혼이라 깨가 쏟아지네...  알았어요.  와이제이러브엠씨  ㅋㅋㅋ”

이 이메일 주소는 그후 너무 알려져서 바꾸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 쓰고있다.

아마도 연주랑 사는 동안에는 계속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요즘도 내 이메일 주소를 타인에게 처음으로 알려줄때는 역시 3-4번 이상 알려줘야하고 나중에는

“아내 이름이 연주라서요 연주사랑멜치의 이니셜입니다‘  라고 꼭 설명해줘야 한다.

그 설명을 듣는 상대방은 꼭 살포시 썩소를 짖는다.  젠장할......

PS : 저의 진짜 이메일아이디는 실제 성명이 연주와 멜치가 아니기에 좀 다릅니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나도 10여년전에는 몸매가 저랬는데...  아 흘러간 청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