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정리하고 광주에 하루 다녀오긴 했었습니다. 2주전에 말이죠.

광주에서 하루정도 촬영을 하고선 다음날 있을 효천고와의 연습경기도 참관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효천고와의 연습경기가 있던날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서거를 하셨죠.

기분이 울적해서 동성고 감독님에게 문자만 남기고서는 서울에 올라와버렸습니다.

그리고서는 계속 술을 퍼마셨죠... 한 3일정도 밤에 잠이 안와 술을 마셨습니다.

술에 취해 잠이 들면 편했었는데 아침에 잠에서 깰때면 항상 눈물을 쏟았습니다.

 

효천고와의 연습경기를 찍었으면 재미있었을뻔 했습니다.

경기 결과같은건 잘 모릅니다만 효천고에 포텐셜이 좋은 투수가 한명 있다고 했거든요.

좌완에 키 190이라고 하더군요. 학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여하튼 그런 투수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안습인건 구속이 130중반언저리에서 형성되는 가능성만 만땅인 투수였긴 하지만요.

또 압니까.. 그 효천고 선수가 랜디존슨같은 선수가 또 될지를요...

 

 

여하튼.. 그렇게 한주를 또 허송세월하고서 다시 광주에 왔습니다.

저번에 광주에 왔을때 홍현우 코치와 함께 간짜장을 먹으며 애들 배팅폼을 촬영했었는데

우선 그 영상 적당히 편집해서 DVD로 굽어서 전달했고...

(책상위에 놔뒀는데 내일 가도 그대로 있을꺼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하하하.. --+)

그 배팅폼을 촬영할때 홍현우 코치가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좋은 폼에서 좋은 타구가 나온다.

 

네.. 뻔한말이죠? 뻔한건 뻔한겁니다만 부연된 말중에 이런게 있었죠.

 

그렇기때문에 어린 선수들일수록 좋은 폼을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일부학교에서 애들을 너무 기능적으로 만들어놔서 걱정이다.

 

물론 저 말이 적당히는 핑계(?)일수는 있습니다. 광주내의 모 고교를 지목하며 했던 이야기였으니 말이죠. 뭐 계속된 패배로 인한 열폭으로 받아들여도 되지만 그런 부분은 제하고 저 말의 액면가만은 곰곰히 생각해볼만 한것같습니다.

 

애들을 좌타로 만들고 3-유간 말어치기만 반복숙달시키는 케이스들이 언뜻 많이 눈에 띄는듯한데 순간의 성적에 연연해서 애들의 잠재력을 해치는 것보다는 좀 대범하게 애들을 육성해야할 필요가 있는듯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동성고에 갔습니다.

일단 촬영컨셉을 좀 바꿔서 하루에 한놈만 조진다는 심정으로 하루종일 투수들만 따라다녔습니다.

혹서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등기가 코앞으로 다가와서인지 오전수업을 제끼고 연습을 하고 있더군요. 한해동안 실적이 없었던 팀이다보니 무등기에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실적을 내보고자 맹연습중이더군요.

 

타자조는 코치들이 던져주는 공을 치는 프리배팅후에 배팅머신앞에서 번트를 50회씩하고 잠깐 쉰뒤에 티배팅을 하고 다시 프리배팅을 반복하더군요.

 

타자들이 연습하는걸 보면서 유유히 야구부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 안에 두 선수가 있더군요.

동성고 2학년 이영기 선수와 1학년 손로몬 선수였습죠. 2학년 이영기선수야 이 글이 아닌 앞선글들에서도 조금씩 언급을 했던 선수였습니다. 구속 140을 넘기는 좌완유망주죠. 그런데 이영기선수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창고에 들어와 스트레칭을 하면서 손로몬 선수와 이야기를 하더군요.

 

손로몬선수에 대해 제가 기억하는건 딱 두가지입니다. 투수코치와 공을 주고 받으면서 자신은 3학년이 되면 저학년들 공은 안받아줄꺼라고 했던 이야기와 - 이 선수 포지션이 포수입니다. - 캐치볼을 왼손으로 하고 있는 모습을 홍현우 코치에게 들켜서 욕을 바가지로 먹던 모습이었죠.

 

둘이 이야기하고 있길래 저는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기억하기에 손로몬선수는 2학년으로 올라간 다음에는 포지션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걸 가지고 이야기를 꺼냈죠.

 

"내년부터는 공 안받는다면서요?"

"아뇨. 내일부터 공 안받아요."

"네?"

"저 내일부터 야구 그만두고 전학가거든요."

 

연습을 안하고 창고에 들어와 있었던 이유가 있던 거였습니다. 코치님에게만 말을 하고 감독님에게는 말을 한했던 터라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거였었죠. 감독님이 무등기 대진표를 추첨하러 출타중이셨으니 말이죠.

 

저는 조금 당황했는데 그 친구는 의외로 담담하더군요. 그래서 둘간의 대화를 계속 옆에서 들었습니다. 물론 전부 촬영했습니다. 카메라에 익숙해져서인지 의식안하고 할말 다 해서 다행이었죠.

 

손로몬 선수가 야구를 그만두는 이유는 야구에 흥미를 잃어서였습니다. 애당초 중학교때까지만 야구를 할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말이죠. 아버지가 모대학 체육학과 교수님이라고 하던데 아버지의 기대치는 이 친구가 프로에서 뛰는거였더군요. 하지만 손선수는 스스로가 프로에 가봤자 별 전망이 없다고 이미 마음을 먹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야구를 하던 이유도 적당한 대학 체육특기생으로 가서 교직이수를 한다음에 이런 저런 것들(?)을 통해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면서 적당히 먹고사는 거였더라고 말하더랍니다.

 

이 친구 집이 광주가 아니라 순천인 관계로 학교근처에 살던 집도 빼고 순천에 전학갈 학교도 이미 정해뒀다 하더군요. 공고로 전학을 가고 가서는 복싱을 시작할꺼라고 합니다. 야구하기전에 복싱을 하기도 했었고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지만 복싱만 시작하면 한국체대에 갈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더군요. 제가 가치판단을 할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야구보다 복싱이 훨씬더 힘든 운동일텐데 복싱에서 주어질 미래에 더 큰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쭉 듣고 있던 이영기선수는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간간이 공고에서 운동하면 인문계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좀더 편하겠다는 이야기 정도 했었고 주로 들어주고만 있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는 공부하는건 싫으니까 대학진학은 안할꺼라고 했죠. 그러자 손로몬선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은 프로갈꺼잖아요. 아니 메이저도 갈수 있잖아요."

 

이영기 선수는 그 말을 듣고 그냥 말을 돌리더군요.

 

"어짜피 대학교 다닐 돈도 없어서 간다면 2년제 갈꺼야. 그리고 난 야구선수보다..........."

 

갑자기 이영기 선수가 나를 보더니 이런말을 하더군요.

 

 

 

 

 

 

 

 

 

 

 

 

 

 

 

 

 

 

 

 

 

 

 

 

 

 

 

 

 

 

 

 

 

 

 

 

 

 

 

 

 

 

 

 

 

"포르노 남자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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