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기전에......


살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프리카에서 1년 2개월을 지내게 되었다.

해외여행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아프리카 현지에서 1년 넘게 살아 본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남다른 경험도 많이 했고, 누구에게나 있었을법한 수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가끔은 베팍에

이 소재로 글을 써볼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접기도 했다.


선뜻, 이 연재를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1. 이 연재를 쓰다보면 내가 어느 회사에서 무슨일을 하던 누구라는 신원이 드러날 수 있다.

2. 유럽이나 멋진 나라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것도 아니고, 아프리카 체류기......좀 없어 보인다.--;;

3. 그 곳 생활이 짜증나다보니 잘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이게 젤 아쉽다.

4. 아프리카, 그리고 내가 있었던 앙골라를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볼까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재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이제 앙골라를 떠나 한국에

들어온지도 1년 반이 넘어가기에,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해두려는 심사도 있고,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여 지나친 경계 또는 환상을 가지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실상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아프리칸 네이션스컵 대회가 앙골라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에 앙골라라는 나라에 대해

소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사실 이 연재는 아프리카 체류기라기 보다는 아프리카중에서도 내가 있었던 앙골라에 집중된다.


간혹, 내가 쓰는 글이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이 발견되면 예의있게 지적해 주시기 바란다. 나는 내가

경험한 사실만을 알기 때문에 실제 자료와 상이점이 발견될수도 있겠다.






1. 앙골라 입국하기


"아무도 안 간다면, 제가 가고 싶습니다"

와이프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단 저지르고 말았다.

수년전부터 앙골라에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우리 회사는 그 즈음에 앙골라 현지에 직원 수 명을

파견해 놓고 있던 상태였다. 개인자격으로 파견되어 현장에서 일하던 그 사람들을 관리하고

현지에 지사를 설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현지에서 셋팅 업무를 할 사람이 필요했다. 현지에 가서 숙소랑 사무실도 구하고 법인도

설립하고, 현지 채용도 하고, 법인 설립후 인사, 회계, 수금, 계약관리등의 업무를 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아프리카였다. 그리고 내전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앙골라였다.

그곳에 몇 번 다녀왔던 사람들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 놓았고, 자신들이 고생한다는걸 부각시키기

위해서인지 현지의 생활을 과장하기 일쑤였다.


정말 사람이 못 살 곳 같았다. 그런곳에 선뜻 부임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나의 상황이 갑갑했다. 싫증을 잘 내고 항상 재미있는 일만 추구하던 나의 성격이

또 발동이 걸리고 있었나보다. 5년 이상을 한 직장을 다닌 적이 없었던 나였는데 5년째 접어들며

회사생활은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고, 어느날 느닷없이 새로 부임해온 내 윗자리의 임원과도 성격이

맞지 않았다.


다른 부서로의 이동 또는 다른 회사로의 전직생각이 슬슬 머리속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그럴즈음,

문득, 앙골라 이야기에 꽂혔다.


남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나는 관심이 생겼다. 고생스럽고 힘들거라는걸 떠나서 한국 사람이 별로

안 가본 곳, 뭔가 다른 생활이 펼쳐질것 같은 미지의 세계.......물론, 머리속에 코끼리와 기린이 뛰어 노는 아프리카 사바나를 상상한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아프리카라도 괜찮을것 같았다.


그래서 대빵에게 면담을 신청하여 앙골라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꽤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어쨌거나 누군가가 가야할 그 곳을 내가 가준다면 고맙지~하는 반응이었다.



우선, 곧 그곳에 출장가는 해외업무팀을 따라서 같이 출장을 가서 그곳 사정도 알아보고 그곳에서

지낼 숙소도 가능하면 구해보기로 했다.


출장 계획이 잡혔다. 그때가 2006년 12월 중순이었다.



한국에서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까지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1. 인천-파리-루안다, 이 방법이 가장 편하지만 비행기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2. 인천-싱가폴(싱가폴항공), 싱가폴-요하네스버그(싱가폴항공), 요하네스버-루안다(SA)

   인천에서 싱가폴 항공을 타고, 싱가폴에서 다시 요하네스버그가는 싱가폴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요하네스버그에 도착 후 사우스아프리칸에어웨이(SA)를 타고 루안다에 들어가는 법

3. 인천-홍콩(KE,OZ), 홍콩-요하네스버그(SA), 요하네스버그- 루안다(SA)



1번의 방법이 가장 편하지만, 2번과 3번의 방법에 비해 비행기삯이 거의 두배가 나왔다. 우리는

보통 2, 3번의 경로중 가장 비행기삯이 쌌던 3의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여권하고 비행기표만 있으면 가는곳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나라들에선 그 나라에 입국하기전에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황열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도록 되어있다.


을지로에 있는 국립의료원에 예약을 접수하고 갔다.

어느나라에 입국할 예정이냐고 물어봐서 앙골라라고 말했더니,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고,

말라리아 예방약도 처방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면 노란 접종 증명서를 준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입국시

입국신고서를 받으려면 이 노란 증명서를 제시하여야 한다. 1회 예방접종으로 10년간 유효하다고 한다.

그리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받았다.


아프리카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말라리아에 대해선 다음번에 좀 더 자세하게 쓰겠다.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받은 다음엔 한남동에 있는 앙골라 연락사무소(2007년

12월경, 앙골라와 한국은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내가 처음 입국할 당시엔 한국에 앙골라

연락사무소가 외교업무를 담당했고, 앙골라엔 한국 외교공관이 아예 없었다)에 가서 비자를

신청했다.



일주일정도 걸려서 비자가 나오는데, 보통 30일짜리가 나온다.



비행기표도 예약했고, 예방접종도 했고, 비자도 나왔다.


홍콩-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비행기를 세 번 갈아 타고 공중에 떠 있는 시간만 21시간인 앙골라 출장길...



일단 가보자!!!  앙골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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