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이 기분이 상쾌했다.  괜시리 꽃집에 들려 노란색 프리지아 한다발을 샀다.  내 선물이였다.

집에 도착하니 연주는 쇼파에 비스듬이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도 눈도 안 마주치고, 아는척도 안한다.

‘에구...밴뎅이 소갈머리...’

“자기야...  나왔어.  인상좀 펴....   자! 당신 줄려고 프리지아 사왔어.  이쁘지 이쁘지....”

연주는 인상을 펴지 않고는 쇼파에서 일어나더니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한마다 했다..

“나 피곤하니까 먼저잘게.  밥은 식탁에 차려놨으니까 먹고 작은방에서 자.....”

“당신 왜그래....   요즘 내가 좀 짜증을 냈다고 이거 너무하는거 아냐..?  요즘 내가 얼마나 바빴는데..  소문 못들었어?   본사 사장님하고 정통부 장관이 우리회사에 와서 내가 브리핑 하느라고 엄청 바빴단 말야..”

“이야기 들었어.  나 화 안났으니까... 밥먹어....”

“아이씨......  왜그래,  왜 평소와 달리 그래?”

“왜 그러냐고...?   난 지금 평소와 다르니까...”

“뭐?   뭔말이야....뭐가 평소와 달라?  뭐 병이라도 걸렸어? 뭐 계 깨졌어?  뭐가 달라 다르긴..”

“나........  아이 가졌어......”

연주가 희미한 목소리로 다시한번 말했다.  “나 아기 가졌어.....2개월이래”

“뭐?   당신 임신했다고?  정말이야?  언제부터?   아들이야 딸이야?  병원은 가본거야?”

“지난 수요일.  병원에 당신이랑 같이 갈려고 전화했더니 당신이 바쁘다고 딱 끊어버린날...   그날 갔었어....”  연주는 눈물이 눈에 핑 고였다.....

“아이참....   좀 기다렸다가 나랑 같이 가면 되지...   혼자 가는거 무섭지 않았어?”

“무서웠어.   의사가 ‘임신입니다.’  그러면서 뭐라고 했는줄 알아?  ‘낳으실거예요? ’라고 했단 말야...  내가 남편없이 혼자 오니까 미혼모로 보였나봐......잉잉잉...... 진짜 미워. 자기 미워죽겠어....잉잉잉...”

연주는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퍽 치면서 징징거렸지만, 난 입꼬리가 귀 끝에 걸릴것 같았다.

“하하하.....연주가 아이를 가졌단 말이지....그럼 이제 내가 아빠가 된단 말이지....?  에구......예쁜것.  할건 다하네....  하하하”

내 아이를 가졌다니.....  내가 아빠가 된다니.....   조금 두려움이 없는것은 아니였지만, 뭔지 모를까 이제 내가 완전한 어른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연주의 뱃속에 나의 유전자를 받은 새로운 생명체가 자라고 있다는것....  연주가 너무 고마웠다.

내가 그녀에게 전달한 프레지아 선물과 본청발령 소식은 그녀가 나에게 주는 선물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였다.

그날밤.  그동안 소원했던 감정을 풀고는 팔베게를 하고 도란도란 아이가 아들일지 딸일지, 이름은 뭘로 지을지 등을 이야기 하다, 자연스럽게 뽀뽀를 하고는 진도를 나갈려는데..

“잠깐.  거기까지...   더 이상 안돼...”

“에이....  뭐가 안돼.  우리 지난주 싸우느라 일주일이나 못했는데, 이렇게 기쁜날 사랑을 나눠야지..”

“바보.  여자가 임신하면 아이가 착상되어 잘 자랄때 까지 부부관계하면 안되는거래...   의사선생님이 6개월까지는 금욕하랬어.  지금이 2개월이니 앞으로 4개월은 접근금지야.  아니 아니  애기 낳을때 까지는 접근금지니까 그런줄 알아...”

“아...그게 말이 되냐고...  아니 어떻게 4개월이나 금욕을 하라는거야...? "

“4개월 아니야.  아이 낳을때까지 금욕이야.  그런줄 알아...”

“연주야.......  오늘만......응......응......”

아무리 꼬셔도 연주는 등을 벽으로 돌리고는 내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레스링은 글레코로만형만 허용되었다.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