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선물 >

“자기야...  나 이제 아침에 빵먹기 싫어.”

연주가 아침에 차려준 토스트 두조각과 우유 한잔, 그리고 사과 반쪽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여느때와 다름없는 아침 매뉴에 좀 짜증이 났다.

“나 아침에 바쁘니까 그냥먹어...”

“아이씨... 밥먹고 싶은데...”

결혼 1년을 넘기고 서로 익숙해질때로 익숙해져있는 상황. 

사무실은 그놈의 IMF로 포탄을 맞은 벙커처럼 비상상황으로 운영되고 직원중 1/5은 명퇴된 상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퇴근은 매일같이 밤 12시에 즈음하여 들어오는 형국이였다.

다행이도 연주는 몇 달전 지소로 발령이 나서 소외된 감은 들지 모르겠지만, 몸은 좀 들 피곤할 것이였다.

주말에는 주중에 못잔 잠을 보충하느라 어디 바람쐬러 다니는 것도 귀찮았지만, 우리의 철없는 연주는 피곤한 나를 꼭 동반하고는 백화점이든, 시장통이든 다니려고 했다.

유부남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바로 와이프 쇼핑할 때 따라다니는 일이다.

나는 슬슬 연주를 따라 다니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밥을 안차려주고 토스트 구어주는 것도 질리기 시작했고....

토스트를 먹기 싫다고 하니 조금 메뉴를 바꿔주었다.  미디움 토스트를 레어나 하드 토스트로...

“자기 요즘 많이 바뻐?”

“아니 뭐 그렇지.   당신도 알잖아. 요즘 회사 사정....”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일 11시 넘어서 오고 집에도 일 싸가지고 오고, 토요일에도 늦께까지 일하고 그래...  나혼자 집에서 밥 먹고 그럴려면 쓸쓸하단 말야.  가능하면 일찍좀 와...”

“아 내참.  내가 놀다 오나?  다 먹고 살려고 그러지.  지금 열심히 안하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상황아냐...  혼자 밥먹는게 뭐 어떻다고....참.”

“자기 요즘 많이 까칠해졌어.  예전같이 다정하게 대해주지도 않고...  벌써 권태기야..?”

“바쁜 사람 붙잡아 놓고 아침부터 별소리는....  나 출근하네....”

평소와는 달리 뽀뽀도 안해주고 먼저 출근해버렸다.  출근하니 서지우씨가 커피를 한잔 타서 가져다 주었다. 



차분하고 동양적인 연주와는 달리 서구적이고 애교스러운 아가씨....  연주에게서 받은 아침 짜증이 확 풀리는것 같았다.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회사 본사가 정부발주 사업을 수주 받았는데, 그 사업의 현장 추진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남궁 석 정보통신부장관이 경기지사에서 직접 받는다는 것이였다.

정통부 장관이 경기지사에 온다고 하니 우리 지사장은 물론이고 본사도 난리가 났다.

동 사업은 전산 통합정보 포탈시스템 시범사업이였는데, 이 시범사업이 효과성이 있다고 판명되면 전국의 수많은 업체 및 기관에 정부 차원에서 동 시스템을 설치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로서는 장기간에 걸쳐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여서 정통부 장관의 현지실시에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정통부에서 오더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동 프로그램을 잘 쓰지도 않는 중간 간부가 브리핑 하지 말고 실제 동 시스템을 활용하여 업무를 실시하는 실무급 직원의 브리핑이 필요하다는 것이였다.

회사에서는 그 브리핑 대상자로 나를 선발하였다.

평소에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설래발을 쳤고, 일전에 전산왕 선발대회에서 2등을 했으며, 당시는 아직 배도 안나오고 나름 샤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난 별로 걱정되지도 않았다.  방송국 아나운서 하면서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공연도 해봤고 브리핑이야 해당 프로그램에 대하여 확실하게 숙지하고 예상되는 몇가지의 돌발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마련해 놓으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장관이 온다고 한 날로부터 1주일 전부터 본사는 물론이고 정통부 해당과 및 장관비서실 등 관련업체 사람들이 엄청나게 방문을 하였다.

그리고는 브리핑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꼭 나를 면접하고는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 이것 저것 테스트를 하였다.  그리고는 부족하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을 요청하고 모범 답안을 새로 만들어 주면서 숙지하게 하고..

본사 담당과장은 42세의 여자인 홍과장이였다.  키가 170정도되는 여걸 스타일이였는데 미혼이라고 그랬다.

그 본사 담당 과장이 가장 테스트를 집요하게 하였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다 만들고 이를 숙지하고 연습하고 하느라 매일 매일 퇴근은 늦어졌고 새로바뀐 전산 프로그램의 기능과 매뉴 특성을 습득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러던 날중 연주가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자기야...난데...  오늘 혹시 저녁때 시간좀 있어?”

“아 내가 말했잖아  3일 후 장관인지 머시기가 온다고 나 요즘 무척 바쁘다고... 왜 저녁 같이 먹자고?  그냥 혼자 먹어...   그리고 오늘 기다리지 마.   늦어...”

“알았어...”   연주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기에는 해야할 일이 너무 막중했다.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고 집에 들어가니 연주가 내가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음에도 벽으로 얼굴을 돌리고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는 연주 옆에 누워 옆구리를 살살 찌르며 말해본다.

“오늘 저녁때 만나자고 전화했는데, 내가 바쁘다고해서 화났어?”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미안.. 이리와봐...  오빠가 이뻐해줄게...”

“저리 비켜 나 잘꺼야...”

“알았어 알았어......   삐지지는....  ”

“아 정말 귀찮다니까... 왜이래.     자기 자꾸 이러면 나 작은방 가서 잔다...”

평소와는 달리 연주 목소리가 까칠하면서 톡 쏜다.

“아니...  늦게까지 일하고 온 신랑 위로는 못해줄 망정, 왜 짜증이야...?  에이 씨....  내가 나가서 잔다 잔다고....”

나는 좀 짜증이 나서 벼게를 가지고 마루로 나가 쇼파에 누워 버렸다.

연주가 들어오라고 할때 까지 안들어 갈려고 했는데......  연주는 안불렀다.  그래서 쇼파에서 잤다.

아침에 차려주는 토스트를 먹지도 않고 눈도 안 마주치고는 출근을 했다.

저녁때 늦게 퇴근했고 어제 삐진 감정이 아물지 않아 또 쇼파에서 자고는 다음날 아침에는 연주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어나 출근했다.

‘남편이 지금 어떤일을 하는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들어오는지 마는지 상관도 없는 여편내.  먼저 사과하기 전에는 내 먼저 말 걸지 않으리라.’ 라고 생각했다.

금요일 오후 3시 남궁장관이 우리 회사로 와서 브리핑 받기로 한날....아침부터 우리 지사, 본사, 정통부 등 관계자 등 50여명이 모여들었다.

다들 나보고 긴장하지 말라고, 연습하던대로 하라고 했다.

나는 긴장을 하나도 안하고 있는데, 주변사람들이 자꾸 긴장하지 말라니 긴장이 될려고 하였다.

장관이 자리에 앉고 본사 사장이 자리에 앉고 지사장이 앉고 수행원이 앉고 근 100여명이 나의 브리핑을 듣기위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남궁장관 앞에는 당시 최신 기술로 제작한 40인치 PDP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먼저 PTP로 만든 전산시스템 개요 및 동 시스템의 장점 등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였다.

장관은 설명 중간중간에 질문을 하였는데, 대부분 예상했던 질문 내용을 벋어나지 못하였고, 예상치 못한 질문도 에드립으로 큰 어려움없이 답변하였다.

근 40여분의 브리핑이 끝나고 장관이 마지막 질문을 하였다.

“브리핑 잘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 시스템 전국에 보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겁니까.  총 사업비가 2000억이 넘습니다.   단지 사업권을 딸려는 차원이 아니라 어려운 국가 재정을 고민하시고 사업의 우선순위상 지금 개발 보급하는 것이 타당합니까..”

“장관님.   동 시스템을 사용해본 유저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동 시스템을 전국 보급하여 그 효과를 바로 얻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정보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두 투자가 의미있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이 시스템이 100%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더라도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정보통신에 대한 수많은 관계자들의 인식제고 및 업무효율을 향상시킨다면 사회적으로는 투명성이 강화 되고 계량화되기 어려운 국가적 차원의 대단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외람되지만 제가 장관이라면 신중한 검토를 해야겠지만...........   투자하겠습니다.”

남궁 장관은 나의 당돌한 나의 마지막 발언에 씩 웃더니 “이친구 우리부처로 대려와야겠구먼..  그리 사업에 자신있는걸 보니...” 하였다.

본사 사장님이 대신 답하였다.  “장관님 안됩니다. 저희 직원입니다. 하하하..”

브리핑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인사해주었다.

참관했던 분들이 대부분 다 나가고 본사의 업무담당 홍과장이 나에게 왔다.

“멜치씨 수고했어요.  사장님이 나가면서 멜치씨에게 본사에서 이 프로젝트 추진과에 발령을 내겠다고 하는데 같이 일해보겠어요?..”

나는 갑작스런 제안이라서 바로 답을 못하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입니다.   1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1분......  어쩌면 이건 나에게 흔치않았던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과장님. 불러주신다면 한번 본사에서 일해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기다리고 주변 정리 해놓으세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홍과장이 본사로 올라간 다음, 모든일이 다 마무리 되고 나니 연주가 보고싶었다.  요즘 서로 틱틱대고 그제, 어제 연달아 각방을 쓴것이 좀 부담이 되었다.

‘그래 누가 잘하고 못한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녀도 바쁘다보니 아침에 빵을 주는 것이고, 부부관계도 좀 소홀해지는것 아니겠는가...’

‘속 넓은 내가 참아야지...’

‘내 개인적인 문제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이제 본사에서 근무하면 출퇴근 시간부터 더 들고 많이 바빠질테니 연주에게 좀 다정하게 굴어야 겠다...’  하고 생각했다.



(한면에 전체 이야기가 안들어가고 계속 에러가 납니다.  할수없이 나눕니다.)  

(8-2부로.....)